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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그 이상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진행 중

10년, 그 이상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진행 중

글. 장경진 (객원기자, 공연칼럼니스트)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세종문화회관의 인연은 꽤 깊다. 2005년 프랑스 프로덕션의 첫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한국 배우들로 공연되고, 영어 버전이 소개되고, 새로운 월드투어를 시작한 곳이 세종문화회관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긴 역사를 함께 써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은 한국어 프로덕션이 초연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6월 8일부터 시작된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프로덕션 10주년 공연도 세종문화회관과 함께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다양성에 일조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다양성에 일조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극장 뮤지컬 시장은 긍정적이고 밝은 브로드웨이 쇼뮤지컬과 클래식하고 웅장한 웨스트엔드 뮤지컬이 주를 이뤘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새로운 것을 찾던 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DVD를 통해 조용히 공유돼오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온 낯선 뮤지컬은 2005년 첫 내한공연 당시 25만 원(VIP)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을 연일 가득 매웠다. 그저 꼽추의 사랑이야기로만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스펙터클하게 펼쳐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과 불평등한 계급의 이야기를 담은 원작을 충실히 따른다. 종지기 콰지모도의 서사를 비롯해 성직자의 고뇌와 욕망의 군인, 밑바닥 집시의 슬픔이 54개의 곡에 담겼다. 불어의 낭만이 이 넘버들 위에서 넘실댔고, 쇠를 긁는 듯 포효하는 콰지모도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슬픔이 되었다. 30년간 무용극의 안무와 연출을 맡아온 연출가 질 마으의 작업은 극단적이고 상징적이었다. 무대에는 날 것 그대로의 집시의 춤과 현대무용, 브레이크 댄스가 어우러졌다. 아크로뱃들은 거대한 벽을 맨손으로 기어오르고, 10m 높이에서 와이어에 의지한 채 떨어졌다. 100kg에 달하는 3개의 종에 매달린 이들의 움직임이 미학적 성취를 거두는 것은 당연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 가득한 프랑스 뮤지컬의 모든 것이 한국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새로운 뮤지컬을 향한 갈망은 한국어 프로덕션으로 이어졌다. 2008년에 공개된 한국어 프로덕션의 초연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국내에 소개된 유럽 뮤지컬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이미 내한공연으로 인지도와 팬을 확보한 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걱정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프랑스 뮤지컬은 싱어와 댄서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만큼의 실력을 요구한다. 콰지모도의 목소리는 기존의 뮤지컬 발성으로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고, 서로 다른 장르의 안무를 소화할 다양한 무용수도 필요했다. 불어가 가진 서정성과 우아함이 어떻게 한국어로 표현될지도 미지수였다.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온전히 캐릭터에 맞는 인물을 찾고자 했던 오디션은 정석적이었다. 울림이 좋고 허스키한 탁성을 가진 가수 윤형렬이 한국의 첫 번째 콰지모도로 낙점됐다. 본인이 대중가수이자 작곡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경계 파격 캐스팅을 두고 “우리가 실제로 찾는 사람은 짜인 틀에서 뽐내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원래 잘하는 것을 표현해주는 사람”(<플레이디비>)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단연 캐스팅 1순위로 꼽히지만, 당시 존재감이 미비했던 박은태 역시 맑은 목소리와 정확한 딕션의 그랭구와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창작뮤지컬에서만 활동해오던 서범석, MBC 합창단 출신이었던 최수형 등을 비롯해 생애 첫 오디션에서 바로 합격한 전동석에 이르기까지 많은 배우가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기회를 얻었다. 우연한 기회에 브레이커로 참여한 이재범은 이후 10년간 한국은 물론, 아사아인 최초로 오리지널 월드 투어 팀의 일원으로 세계의 무대에 섰다. 윤상, 박효신, 김동률과 함께 서정적인 가사작업을 꾸준히 해 온 박창학 작사가가 한 편의 대서사시와 같았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한국어로 유려하게 표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꿈의 씨앗이 되다

 

국내 곳곳을 누비며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을 널리 알려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후 2013년에 재공연되며 다시 화제를 모은다. 캐스팅 때문이었다. 윤형렬에게 ‘곰콰지’라는 별명을 안길 정도로 많은 이에게 콰지모도의 목소리는 짐승 소리 같은 탁성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재공연의 콰지모도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가진 홍광호가 맡았다. 군더더기 없는 성악 발성에 풍부한 성량과 클래식한 목소리. 홍광호의 캐스팅에는 관객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그의 깨끗한 목소리 덕분에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순수성이 부각되었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여러 차례의 내한공연과 재공연이 이어지며 작품은 완성형에 가까워졌고, 2016년 재공연에서는 누적관객 100만 명을 기록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10년이 넘도록 국내에서 공연되면서 고은성, 윤소호, 신재범에게 뮤지컬배우라는 꿈을 심은 씨앗이 되기도 했다.

이번 한국어 프로덕션 10주년 기념공연은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노트르담 드 파리>로 시작해 10년차 뮤지컬배우로 성장한 윤형렬이 콰지모도로 다시 돌아온다. 2016년 공연을 좀 더 대중적으로 끌어올린 케이윌과 함께다. 다수의 뮤지컬에서 존재감을 뚜렷이 해온 차지연이 에스메랄다로 처음 무대에 서고, 터줏대감처럼 프롤로 역을 맡아온 서범석도 10주년을 함께 기념한다. “‘대성당의 시대’를 원어로 부르고 싶어서 불어 학원을 다녔던”(<더 뮤지컬>) 고등학생 고은성도 이제는 뮤지컬배우가 되어 드디어 꿈의 무대에 선다. 10년이라는 세월은 많은 것을 퇴색시키곤 한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세월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담아 여전히 현재형으로 움직인다.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되면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기간 : 2018.6.8(금)~2018.8.5(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화,목,금 오후 8시 / 수 오후 3시, 8시 / 토 오후 3시, 7시 / 일 오후 2시, 6시 (공연시간: 150분 / 인터미션: 20분)

연령 : 만7세이상

티켓 : VIP 14만원 / R석 12만원 / S석 9만원 / A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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