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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음악 여행길에 동행하는 프린세스들, 시대를 따라 더 큰 세계로

디즈니 음악 여행길에 동행하는 프린세스들, 시대를 따라 더 큰 세계로

글. 인지현(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5월 19일부터 2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2018 디즈니 인 콘서트〉의 부제 ‘리브 유어 드림(Live Your Dream)’을 들었을 때 이미 눈치챈 관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공연에는 숨겨진 키워드가 있다. 바로 디즈니 프린세스들이다. 디즈니가 운영하는 프린세스 브랜드의 모토가 바로 ‘리브 유어 드림’이기도 하기 때문.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지고지순한 로맨스를 넘어 자신의 더 큰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 프린세스들. 주요 여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시대별 디즈니 프린세스의 변천사를 짚어본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웨딩드레스부터 힙합 앨범까지, 디즈니 프린세스들을 향한 구애는 첫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년)가 등장한 지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멈출 줄 모른다. 호주 디자이너 폴 세바스찬은 ‘2018 S/S 컬렉션’에서 디즈니 프린세스의 특성을 하나하나 살려 제작한 ‘원스 어폰 어 드림(Once Upon A Dream)’의 웨딩드레스를 선보였고, 래퍼 킬라그램은 랩 가사를 디즈니 대표작을 모티프로 쓴 앨범 ‘프린세스’(PRINCESS)를 지난 3월 선보였다. 아름답고 당당하며 사랑을 쟁취해나가는 프린세스 캐릭터에 전 세계인은 이처럼 오랜 사랑을 쏟아왔다. 오는 5월 〈2018 디즈니 인 콘서트〉에서 대표곡이 연주될 작품인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모아나〉, 〈겨울왕국〉에도 모두 프린세스라고 할 만한 여성 주인공이 출연한다. (일부 주인공의 경우에는 디즈니 프린세스 공식 라인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만 디즈니 작품에 프린세스가 처음 등장한 시기가 1930년대이고 상당수 작품은 고전 동화를 각색한 것이다 보니 현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만족시키긴 쉽지 않았다. 이들 캐릭터가 ‘남성을 통해 출세하는 미모의 여성’이라는 정형화된 여성상을 주입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그 안에 더디지만 꾸준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조차 부인할 수는 없다. 오리지널 프린세스라고 할 수 있는 〈인어공주〉의 애리얼, 〈미녀와 야수〉의 벨부터,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보다 능동적인 캐릭터인 〈겨울왕국〉의 엘사와 〈모아나〉의 모아나까지, 주요 여주인공 캐릭터들을 통해 디즈니 프린세스의 변천사를 간단하게 짚어볼까 한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애리얼, 벨 그리고 자스민

 

디즈니 프린세스 중 유일무이하게 인간이 아닌(!) 캐릭터가 있었으니, 바로 〈인어공주〉(1989년)의 애리얼이다. 불타는 듯 붉은 색의 머리에 생기 넘치는 눈동자, 신비감을 간직한 지느러미의 애리얼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프린세스 중 하나다. 바다의 왕인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꾼 애리얼의 소망은 노래 ‘파트 오브 오어 월드(Part of Your World)’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하루 종일 햇살 속에 지내는 위로 올라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저 세상의 일원이 되길."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않았던 애리얼은 마녀의 간사한 꾀를 뿌리치고 결국 첫눈에 반한 왕자 에릭과 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행복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앞서 등장한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에 비해 사랑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동경했던 세계로 나아가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했지만, 왕자와의 사랑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는 디즈니의 전통적인 패턴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녀와 야수> 벨

뒤이어 등장하는 〈미녀와 야수〉(1991년)의 벨은 훤칠한 미남 개스톤의 구애를 뿌리치고 야수와 사랑에 빠지며, 〈알라딘〉(1992년)의 자스민은 평민인 알라딘과 결혼하면서 디즈니 프린세스의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한다. 먼저 벨의 경우 최초의 평민 출신 여성 주인공으로, 여느 여성 주인공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갖췄지만 ‘늘 책에 코를 박고 다니는 몽상가’로 그려진다. 주변 사람들 모두 그녀를 사랑스럽지만 독특한 존재로 여겼다는 면에서, 당대 이상적인 여성형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벨의 가슴에도 숨은 욕망이 있었으니, 노래 ‘벨(Belle)’에서 그녀가 "(책에서)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야. 그녀가 멋진 왕자를 만나게 되는데 3장에 가서야 그가 왕자라는 걸 알게 되거든!" 이라고 부르는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벨은 자신의 힘으로 야수를 마법에서 구해내면서 ‘왕자가 공주를 구한다’는 공식을 뒤집지만, 결국 야수가 왕자 아담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신분 상승을 누리게 된다. 아그라바 왕국의 통치자인 술탄의 딸, 자스민은 기존 디즈니 프린세스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한 드레스 대신 바지 모양의 하의를 입은 그녀는 의상에서부터 기존 프린세스들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궁궐 밖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좀도둑 알라딘과 사랑에 빠진 공주 자스민은 그 자체로 과거부터 디즈니가 고집해 왔던 ‘신분 상승 스토리’의 대척점에 서 있다. 심지어 위기에 처한 알라딘을 구하기 위해 악당과 키스를 하는 대범함까지 보이는 자스민에게는 ‘전투적 히로인(?)’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을 정도. 그러나 그녀의 행복 역시 자기 자신의 가치 구현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있었다.

 
모아나

<모아나> 모아나

겨울왕국 엘사

<겨울왕국> 엘사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엘사와 모아나

 

2000년대 등장한 두 여성 캐릭터는 공주라기보다는 스스로의 운명을 손에 쥔 여왕에 가깝다. 뿐만 아니다. 이전의 프린세스들이 목메던 사랑이라는 주박(?)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된다. 멋진 왕자님은 물론, 연애노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전 세계적 인기 광풍을 일으킨 〈겨울왕국〉(2013년)의 엘사. 긴 금발 머리에 늘씬한 몸매, 여성스럽고 우아한 푸른빛의 드레스는 디즈니 프린세스의 전형적 외양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엘사의 무기는 가녀린 미모가 아니라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신비롭고 웅장한 마법 능력. 그러나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이를 숨겨온 고독한 엘사는 점차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녀에게 여왕으로 다시 설 힘을 주는 것은 왕자님이 아니라 끊임없이 언니와의 관계회복을 꿈꿨던 동생 안나다. 남녀 간 사랑이 아니라 자매간의 연대와 우정에 의해 엘사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점은 디즈니에 새로운 여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표지이기도 하다. 특히 엘사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쏟아내며 웅장한 얼음 마법을 선보이면서 부르는 곡 ‘렛 잇 고(Let it go)’는 숨죽여왔던 여성들에게 카타르시스마저 준다. 엘사가 부모님의 말을 따라 착용하기 시작했던 장갑을 벗어 던지는 장면은 능력 있는 여성을 속박했던 장애물에서 벗어난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2019년 말 개봉이 계획된 〈겨울왕국2〉에서 엘사와 안나가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마지막 주인공은 〈모아나〉(2016년)에 등장하는 동명의 여주인공 모아나다. 모투누이 섬 족장의 딸인 그녀의 고집 세 보이는 눈매와 건강한 구리빛 피부는 그 자체로 모아나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모투누이 섬이 저주에 걸리자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섬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 그녀에게는 가녀린 공주보다는 ‘영웅’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마우이와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쉬울지 모르겠으나, 결국 모아나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건 힘센 남성이 아니라 모아나 자신이기 때문. 5월 〈디즈니 인 콘서트〉에서 들려주는 모아나의 대표곡 ‘하우 파 아윌 고(How Far I’ll Go)’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언젠가 내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알게 될 거야."라는 대목은 늘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는 그녀의 태도를 대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마우이는 모아나에게 “드레스 입고 동물 조력자를 끼고 다니니까 너는 공주”라고 비꼬자 모아나가 “난 공주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는 점. 높은 신분으로 태어난 디즈니 여주인공이 디즈니 프린세스의 한계를 꼬집는 부분이라는 점에서다. 프린세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진정한 여성 캐릭터의 도래다. 5월 19일부터 20일, 양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2018 디즈니 인 콘서트〉의 부제 ‘리브 유어 드림(Live Your Dream)’를 들었을 때 이미 눈치챈 관객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공연의 숨겨진 키워드가 바로 디즈니 프린세스이다. 디즈니가 운영하는 프린세스 브랜드의 모토가 바로 ‘리브 유어 드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고지순한 로맨스를 넘어 자신의 더 큰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 프린세스들, 공연장에 가득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공연장을 누비고 있을 다양한 외모와 개성의 프린세스들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8 디즈니 인 콘서트: Live Your Dream

2018 디즈니 인 콘서트: Live Your Dream

기간 : 2018.05.19 (토) ~ 2018.05.20 (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19일 (토) 오후 2시,오후 7시 20일 (일) 오후 3시 (공연시간 : 100 분 / 인터미션 : 15 분)

티켓 : VIP석 100,000원, R석 80,000원, S석 50,000원, A석 30,000원

문의 : 크레디아 인터내셔널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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