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175

SINCE 1978 그때 그 공연

SINCE 1978
그때 그 공연

글. 나상민(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지난 40년 동안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추억의 공간이 되어온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 개관 이래 ‘최초’이자 ‘최고’의 무대를 선보임으로써 한국 공연예술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대표적인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문화공간 175》는 ‘Since 1978, 그때 그 공연’이라는 테마 아래
세종문화회관의 지난 공연들을 《문화공간》 잡지 속에서 꺼내보았다.
빛바랜 사진 만큼이나 오랜 기억 속에 자리한 그날로 함께 떠나보자.

1978.7.07.
번스타인 × 뉴욕 필하모닉

20세기 클래식 음악에 있어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의 한 명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연주회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내한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연주했다. 이 공연은 냉전시대였던 70년대 금지됐던 소련 음악가의 곡을 한국에서 처음 연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연 전 정부 관계자가 뉴욕 필의 프로그램 목록을 보고는 연주곡 변경을 요청했지만 번스타인은 끝내 요청을 무시하고 연주를 강행했다고 한다. 한편 세종문화회관은 작년 〈2017 번스타인 메모리얼 콘서트〉을 개최해 번스타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공연을 올리기도 했다.
*잡지 《문화공간》은 1983년부터 발행되었기에 1978년도의 공연 자료는 찾을 수 없었으나, 다행히 세종문화회관의 세종자료실에서 공연 사진을 발견해 웹진에 담았다.

1984.10.27.&10.29.
카라얀 × 베를린 필하모닉


당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984년 10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최초의 내한공연을 가졌다. 일본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한 그는 10월 27일은 ‘베토벤의 운명’과 ‘전원’을, 29일은 ‘모차르트의 티베르티멘토 15번’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당시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정장을 입고 은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지휘를 하는 카라얀의 사진을 장식용으로 걸어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독일 최연소 음악총감독을 역임한 그는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과 베를린 필, 빈 필의 객원지휘를 하고 각종 음악제의 지휘자를 도맡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가졌다. 이후 베를린 필의 종신수석지휘자와 빈 국립극장 총감독을 겸임하는 등 유럽 클래식 음악을 장악한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카라얀의 지휘를 실제로 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986.9.09.~9.13.
영국 로열오페라단 〈투란도트〉


1979년 내한공연을 가졌던 영국 로열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의 문화예술축전 기간 동안 내한해 〈카르멘〉, 〈삼손과 데릴라〉, 〈투란도트〉 등 총 세 편의 작품을 공연했다. 세계 정상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독보적인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 등의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등 총 400여명에 이르는 그랜드 오페라를 선보였다. 특히 세계 3대 오페라 작곡가 중의 한 명인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얼음처럼 냉혹하지만 아름다운 투란도트와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으로, 국내 초연으로 선보여 국내 오페라 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작업하던 중 숨을 거두는데, 프란코 알파노에 의해 완성돼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1926년 공연됐다. 그리고 2018년 4월, 세종문화회관의 서울시오페라단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최정상급 성악가와 함께 〈투란도트〉를 공연할 예정이다.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 등 유명한 아리아로 최고의 감동을 맛보자.

1989.9.17.~9.18.
패티김 데뷔30년 기념콘서트


1989년 데뷔 30년을 맞은 가수 패티김이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인 콘서트를 가졌다. 당시 신문은 ’세종문화회관 무대 정복 첫 대중가수‘, ’대중가수 첫 세종회관공연 뿌듯‘이라는 제목으로 이 공연을 주목했다. 그전까지 클래식을 중심으로 공연을 올렸던 세종문화회관의 첫 ‘대중가요 가수의 문호개방’이었던 패티김의 공연이 끝나자 순수 예술인과 대중예술인,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의 삼각 공방이 벌어졌다. 대중가수의 공연을 반대했던 음악평론가와 작곡가는 세종문화회관의 운영자문위원직의 사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세종문화회관은 “순수음악과의 접목을 통해 대중가요의 품위를 향상시킴으로써 중간문화를 형성하며, 이를 일반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가수들에게도 연 1~2회 문을 열어왔다. 앞으로도 그 폭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문화적 변화는 자연스럽게 확대돼, 같은 해 10월 가수 이미자가 세종문화회관 최초로 트로트 공연을 함으로써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대중가수 무대는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게 됐다.

1990.11.17.~11.18.
서차영발레단 〈라 바야데르〉


인도 사원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전사 솔로르, 그리고 매혹적이고 간교한 감자티 공주의 배신과 복수, 용서와 사랑이 극적인 드라마로 펼쳐지는 고전발레 〈라 바야데르〉가 서차영발레단에 의해 국내 처음 공연됐다. 〈라 바야데르〉는 1877년 상트 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 마린스키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1923년 볼쇼이발레단(1923년)과 키로프발레단(1932년)에 의해 공연됐으며 이후 1974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 의해 최초로 전막 공연된, 당시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공연됐던 작품이었다. 신비롭고도 영적인 무대와 드라마틱한 남성미와 로맨틱한 여성미가 어우러진 걸작 중의 걸작이자 명작 발레 중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꼽힌다. 참고로, 세종문화회관은 2018-19 세종시즌 프로그램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를 2018년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세종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한국 클래식 발레의 파워를 보여주는 최고의 공연이 될 것이다.

1991.2.25.~2.27.
독일 바이에른 국립발레단 〈오네긴〉


당시 발레 공연은 〈백조의 호수〉, 〈지젤〉, 〈호두까기 인형〉과 같이 한정된 레퍼토리뿐이었기에, 독일 바이에른 국립발레단이 초연한 〈오네긴〉은 국내 발레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감동을 주었다. 〈오네긴〉은 차이콥스키의 동명 오페라인 〈예프게니 오네긴〉으로 더욱 유명해진 작품으로,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의 소설을 발레화한 작품이다. 1965년 존 크랑코 안무로 슈투트가르트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프리마 발레리나의 극적인 연기와 춤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슈투트가르트의 대표작인 〈오네긴〉은 2004년 10월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였던 발레리나 강수진이 주역 타티아나를 맡아 국내에 내한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1993.10.05.~10.06
조용필 가요 25년 콘서트

한국대중음악사에 있어 20세기 가요계에 굵은 발자취를 남긴 가수 조용필이 데뷔 25년을 맞아 ‘한국가요제’의 일환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1968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음악활동을 시작한 조용필은 1980년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이 수록된 1집을 발표하는데, 이 앨범이 100만 장 이상 판매되면서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음반을 기록했다. 그는 25년 동안 1백여 곡의 가요를 히트시키면서 젊은 층과 중년층 모두에게 폭넓은 인기를 누렸으며, 자신의 히트곡 30여 곡을 엄선해 무대에 올렸다. 조용필은 이후 데뷔 30년인 1998년 11월, 새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며 다시금 세종문화회관과의 인연을 맺었다.

1994.10.05.~10.06.
강수진 ×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 〈로미오와 줄리엣〉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이 존 크랑코 안무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한국 첫 공연을 가졌다. 특히 1993년 이 작품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전막 공연의 주역이자 한국인 발레리나 최초로 메이저 발레단 주역이 된 강수진이 함께 내한해 금의환향의 무대를 가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세계 정상의 발레단으로 급성장시켜 ‘슈투트가르트 발레의 기적’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한 작품으로, 발코니 장면과 교회 결혼식, 침실에서의 이별, 최후의 묘지 장면으로 이어지는 두 주인공의 파드되(2인무)가 압권이다. 2007년 강수진이 ‘존 크랑코 상’을 수상하면서 이를 기념해 이듬해 1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한국 관객을 찾은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은 물론 국내 발레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1995.3.14.~15.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 첼리스트 장한나

1548년 창단된 드레스텐 슈타츠카펠레(드레스덴 국립 관현악단)가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세계 최초의 오케스트라’에 걸맞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많은 작품을 초연했으며,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이다. 바그너는 ‘우리 조국의 가장 고귀하고 완벽한 단체’라고 극찬했으며, 슈트라우스는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오페라 오케스트라’로 평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대상을 타면서 세계 클래식계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12살의 첼리스트 장한나가 협연자로 선정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1999.1.22.~1.28.
H.O.T 단독 콘서트

최근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3’를 통해 다시금 화제가 된 그룹 H.O.T는 1990년대 후반을 대표했던 1세대 아이돌이다. 1998년도에 발매된 3집 앨범 ‘열맞춰’에 이어 열린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단독 콘서트는 예매 시작 20분 만에 전석을 매진시켰고, 당초 10회로 예정돼있던 공연 횟수를 2회 더 늘려 진행됐다. 지금처럼 온라인 예매가 이뤄지지 않던 당시에는 제일은행에서 직접 예매가 진행되었는데, 추운 겨울 새벽같이 은행 앞에 줄을 서는 팬들은 물론 공연 시작 전부터 세종문화회관의 중앙계단을 따라 긴 줄을 늘어선 팬들의 사진이 신문을 도배하기도 했다. H.O.T는 1집 ‘전사의 후예’와 2집 ‘늑대와 양’에 이어 3집까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면서 서태지와아이들 해체이후 90년대 후반 가요계에 있어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평가받고 있었으며, 팬덤 문화의 상징이었다.
*참고로, 1997년 12월 21일 H.O.T와 선의의 경쟁(?) 그룹이었던 젝스키스가 〈젝키의 크리스마스〉라는 타이틀로 2회 공연을 진행했으며, 이 공연은 SBS TV에서 생중계됐다.

2005.2.25.~3.20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3대 뮤지컬 중 하나로,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200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초연됐다. 아크로바틱에서 현대무용까지 전문 댄서들의 강렬한 움직임이나 시적인 가사에 샹송 같이 들리는 뮤지컬 넘버가 특징으로 음악극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에 익숙했던 한국 관객들에게 생소했던 프랑스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예술성과 화려한 무대 등 입소문이 퍼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인 2006년 1월 다시 초연 멤버 그대로 내한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으로 손꼽혔다.

2005.9.24.~9.25&9.27.~9.29.
발레리 게르기에프 × 마린스키오페라단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가 200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 초연 무대의 막을 올렸다. 바그너가 26년에 걸쳐 대본과 곡을 직접 완성했다는, 필생의 걸작인 이 작품은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대작으로, 세상을 지배할 힘을 주는 반지를 둘러싼 장대한 드라마이다. 발레리 게르기에프와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함께한 이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기도 했다. 공연시간이 장장 18시간에 이르고 4일 간에 걸쳐 공연된 〈니벨룽의 반지〉는 연주자는 물론 청중에게도 엄청난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화제였다. 공연기획사는 공연을 보기 전 ‘관람 준비’를 위한 작품 해설서 ‘미리 보는 니벨룽의 반지’를 만들어 관객들의 예습을 도왔고, 섬세하게 번역된 자막은 운율을 맞춰 복잡한 극을 쉽게 이해하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