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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의 세 가지 수수께끼 칼라프의 사랑으로 풀다

투란도트의 세 가지 수수께끼
칼라프의 사랑으로 풀다

글. 이경재(서울시오페라단 단장)

푸치니 작품에는 유난히 많은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여인들은 그의 오페라 안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의 주인공인 투란도트 공주는
이들과는 다른 인물로 설정돼 있습니다.
자신이 제시한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왕자들을 모두 참수시키는 차가운 투란도트.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칼라프는 수수께끼 시험에 도전합니다.

오페라의 제목인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의 이름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이름이 작품의 모체가 된 12세기 페르시아 시인의 작품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중앙아시아의 투란이라는 지명에 딸(daughter)이라는 의미의 도흐타르(dokhtar)라는 단어가 붙어 투란의 공주라는 페르시아의 옛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후대에 유럽에 전해지면서 푸치니는 쉴러라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투란도트 공주의 이야기는 푸치니의 작품에서 중국이라는 이국적 배경의 오페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푸치니 작품 속 여인과는 다른
투란도트 공주

푸치니 작품 속 여인과는 다른투란도트 공주

이전의 푸치니 작품을 보면 유난히 많은 여성이 등장합니다. 〈마농 레스코〉,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의 작품들은 가련한 여인이 모두 안타깝게 죽음을 맞는 오페라의 결말을 보여줍니다. 허영심이 가득한 생활을 영위하다가 사막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마농 레스코나 폐병으로 시인 로돌포와의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하는 〈라 보엠〉의 미미, 화가 카바라도시와 로마를 떠나 사랑을 이루고자 했으나 오히려 악인의 계략에 속아서 애인을 잃고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토스카, 자신을 사랑했던 미군 장교를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그의 변심을 알고 자결하는 〈나비부인〉 초초상에 이르기까지 많은 여인들이 푸치니의 오페라 안에서 죽음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의 주인공인 투란도트 공주는 이들과는 다른 인물로 설정돼 있습니다.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중국의 황실, 한 관리가 사람들에게 공주의 영을 발표합니다. 투란도트가 제시한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왕가 혈통의 구혼자와 결혼을 할 것이지만, 풀지 못한다면 참수형에 처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미 많은 왕자들이 죽음에 처해졌고 이제 페르시아의 왕자 또한 문제를 풀지 못해 참수를 당한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들은 군중들에 밀려 쓰러지는 한 노인을 젊은이가 부축해 줍니다. 이 노인은 나라를 잃고 유랑생활을 하던 티무르 왕이었고, 이를 도운 사람은 그의 아들 칼라프였습니다. 죽임을 당하게 된 페르시아 왕자에게 자비를 베풀라는 백성들의 원성을 차갑게 대하며 사형 집행을 알리는 투란도트. 칼라프 왕자는 그만 그녀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그 자신도 수수께끼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합니다. 티무르 왕의 시녀가 절절한 아리아 ‘들어보세요, 왕자님(Signore ascolta)’을 부르며 말려보지만 이도 소용없이 칼라프 왕자는 도전을 알리는 징을 울립니다.

투란도트 공주는 왜 이렇게 잔인한 죽음의 시험을 이어가는 것일까요? 옛날 궁궐에 쳐들어온 외국 군대가 당시 자신의 할머니인 로우링 공주를 능욕하고 죽인 사건이 있었답니다. 그 이후로 원한을 가지게 된 투란도트 공주는 이방의 청혼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있었던 것입니다. 풀 수 없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통해서 말이지요. 그 수수께끼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 문제. ‘어두운 밤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환상. 모두가 원하는 환상. 밤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아침이 되면 죽는 것’. 칼라프는 ‘희망’이라는 답을 합니다. 두 번째 문제.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불꽃은 아니며, 너의 삶이 다하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른다, 석양처럼 붉은 것’. 칼라프의 두 번째 답은 ‘피’입니다. 두 개의 문제를 맞히자 투란도트는 초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 그대가 타오를수록 차가워지는 얼음, 이것이 그대를 노예로 삼으면 그대는 왕이 된다’. 마지막 답으로 ‘투란도트’를 외치며 왕자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냅니다. 군중의 환호와 황제의 지엄함 앞에서도 공주는 자신이 절대로 결혼할 뜻이 없음을 외치지요. 그러자 왕자는 오히려 다음 날 아침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 보라는 수수께끼를 내며 공주가 그것을 풀면 자신이 죽음을 맞겠다고 말합니다.

유명 아리아 ‘네순 도르마’
푸치니의 유작, 4월 세종대극장에서

유명 아리아 ‘네순 도르마’

밤이 깊어가고 왕자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를 부르며 사랑을 확신합니다. 이 도시에서 왕자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의 아버지 티무르와 그의 시녀 류밖에 없으니까요. 백성들의 제보로 티무르와 류가 잡혀 오고 투란도트는 이들을 고문하여 이름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이때 류가 나서서 자신만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며 공주와 대신들 앞에서 자결을 하고 맙니다. 앞서서 푸치니의 오페라에서 많은 여자 주인공들이 죽음을 맞았다고 했는데 이 작품 안에도 이처럼 죽음을 맞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이 인물을 통해 투란도트라는 차가운 인물과 대조를 두려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이후에 투란도트의 차가운 마음을 칼라프 왕자의 사랑을 향한 뜨거운 마음에 녹아내리는 장면으로 전이시키기 위한 동기로 류의 사랑을 장치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신화적인 이야기와 극단적 인물의 대비에 관한 결말을 짓지 못한 채, 푸치니는 그를 찾아온 병을 이기지 못하고 맙니다. 이 작품의 초연에서 절친한 친구인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이 부분까지만 연주하고 단상에서 내려온 일화는 유명합니다. 작품에 애정이 컸던 푸치니가 혹시 자신이 작품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죽으면 자신이 작곡했던 부분까지만 연주하고 멈춰줬으면 좋겠다는 쪽지를 남겼기 때문입니다. 미완으로 남은 작품은 푸치니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후배이자 토리노 음악원장 프랑코 알파노가 푸치니의 남겨진 스케치들을 토대로 마무리한 것이 지금의 〈투란도트〉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칼라프 왕자는 투란도트에게 격정적으로 사랑을 호소하며 자신의 이름을 공주에게 말하자 투란도트도 그 사랑에 마음을 녹이게 됩니다. 새벽이 찾아오고 황제가 왕자의 이름을 알아냈는지 묻자 공주는 그 이름을 사랑이라 말하며 축복 속에 막이 내립니다. 마지막 부분에 관하여 평론가들의 혹평도 더러 있었는데, 이에 반응이라도 하듯 이후에 몇몇 작곡가들에 의해서 류의 죽음 뒷부분에 이은 개작들이 등장하며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 외에도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 이전 작품들 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채감을 들려줍니다. 중국 석학인 지인으로부터 받은 중국 선율이 든 멜로디 상자, 중국 국가, 민속음악을 자신의 서양 어법에 녹여 냈고, 다양한 악기군들의 사용도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푸치니가 자신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자신감을 보였던 이 작품은 끝까지 연주된 두 번째 공연에서 다섯 번의 커튼콜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죽음이 만연한 참혹한 현실에서 인간이 놓칠 수 없는 ‘희망’, 그것을 갈망하는 뜨거운 열정인 ‘피’, 그리고 고통과 시련 속에서 결국은 투란도트로 대변되는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찾아올지 서울시오페라단의 4월 프로덕션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오페라단 정기공연 ‘투란도트’

오페라단 정기공연 ‘투란도트’

일정 : 2018.04.26 (목) ~ 2018.04.29 (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평일 오후7시30분 / 주말 오후5시 (공연시간 : 180 분 / 인터미션 : 20 분)

티켓 : VIP석 120,000원 / R석 80,000원 / S석 50,000원
A석 30,000원 / B석 20,000원

문의 : 서울시오페라단 02-399-17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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