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주머니라도 괜찮아!
저렴하고 알차게 즐기는 2018년 공연 가이드
글. 장혜선(객원기자)
인생은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지만
공연 관람 비용이 비싸 부담스럽다면?
‘탕진’하지 않아도 저렴하고 알차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현재 자신의 삶을 즐기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열풍이 불었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더불어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로 ‘탕진잼’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사회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사람들은 작은 욕망을 충족하는 트렌드를 만든 것이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즐길 예술이나 스포츠 등 취미 활동을 찾는다. 공연예술을 즐기는 대중도 점차 늘고 있지만, 전시나 영화에 비해 공연 관람 비용이 비싼 부담이 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탕진’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있다는 사실. 저렴한 가격으로 개방한 몇몇 공연들은 관객의 공연예술 진입 장벽을 낮췄고, 이는 유료 관람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공연 티켓 가격 때문에 예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주목하길. 저렴하고 알차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당신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위해!
온전한 쉼,
세종문화회관 <온쉼표>
자그마치 11년의 시간이 흘렀다. 2007년, 세종문화회관은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천원의 행복>을 시작했다. 매월 1~2회의 공연을 전석 천원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천원의 행복>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2016년 <온쉼표>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온쉼표〉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온쉼표>는 클래식 음악과 국악, 무용, 마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채워진다. 3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 하이든의 ‘종달새’, 슈베르트의 ‘송어’ 등 클래식 선율로 가득한 〈봄이 오는 소리〉(3.26)로 ‘온쉼표’의 첫 문이 열린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4월과 6월, 7월, 10월, 12월을 주목하길 바란다. 다사로운 4월에는 〈클래식 인 더 포크〉(4.23~4.24)라는 제목으로 ‘서른 즈음에’, ‘먼지가 되어’ 등으로 유명한 가수 김광석의 노래 7곡과 ‘세레나데’, ‘아베 마리아’ 등 슈베르트의 대표곡 4곡을 선보인다. 특히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와 슈베르트의 ‘보리수’를 함께 편곡해 선보이는 등 김광석의 곡을 새롭게 해석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합창에 관심이 많다면 6월의 공연을 놓치지 말길. 올해 창단 40주년을 맞는 서울시합창단은 〈가곡의 밤〉(6.25~6.26)을 선사한다. 이어서 7월에는 클래식 음악 입문자를 위한 〈클래식 렉처콘서트〉(7.23~7.24)가 펼쳐진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유쾌한 강의와 함께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10월, 한껏 깊어진 가을에는 〈가을밤의 노래〉(10.22~10.23)로 찬란한 바이올린 선율을 느낄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조이오브스트링스 예술감독으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가 선선한 가을밤을 음악으로 물들인다. 12월, 올해의 마지막 ‘온쉼표’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들려주는 실내악 콘서트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클래식〉(12.19~12.20)이 장식한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길 원한다면 5월을 기다리자.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이해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마술 공연이 오른다. 넌버벌 미스터리 퍼포먼스를 표방하는 〈매직 퍼포먼스 스냅〉(5.29~5.30)은 한국 출신의 마술사가 참여한다. 마임과 슬랩스틱 코미디, 음악이 어우러진 하나의 종합예술 공연이다. 이 공연은 에든버러의 유명한 축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장난을 좋아하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트릭스터(Trickster)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봉인된 문을 만나면서 극이 시작된다. 그 문을 통해 동심의 세계에 갇힌 소년, 붉은 마녀, 연금술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조우하고 수많은 복선을 통해 서서히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8월과 9월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다채로운 갈라 공연이 펼쳐진다. 8월에는 서울시무용단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갈라 공연(8.23~8.29)을 선보여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것이다. 9월에는 유명 뮤지컬 넘버를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는 뮤지컬 갈라 콘서트(9.27~9.28)가 관객을 맞이한다.
청량한 가을에는 국악 선율은 만끽해보자. 11월, 단풍이 무르익는 계절에는 국악관현악의 역사를 일궈온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엄선한 우리 음악으로 선보이는 〈행복한 우리 소리〉(11.26~11.27)가 가을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TIP 〈온쉼표〉는 선착순 예매가 아닌 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자동 추첨으로 관객이 선발된다. 매월 5~9일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접수를 할 수 있다. 당첨자는 접수 마감 후 일주일 내에 발표된다. 당첨자들이 취소한 잔여석이 발생하면 추가 예매 가능하다.
요금 1,000원
문의 happy1000.sejongpac.or.kr / 02-399-1000
시민의 벗, 서울시향
<우리동네 음악회>, <퇴근길 토크 콘서트>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관객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오케스트라다. 2005년부터 시작한 〈우리동네 음악회〉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서울시내 곳곳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관현악〉과 소규모 편성으로 복지시설을 찾아가는 〈우리동네 실내악〉으로 나뉜다. 모든 공연은 무료로 진행한다. 그동안 상당수의 시민이 〈우리동네 음악회〉를 통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처음 알게 됐고, 이중 클래식 음악에 매료된 많은 이들은 다시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로 발걸음을 했다. 오케스트라가 분주히 관객을 찾아 나선 결과, 무료 관객이 유료 관객으로 전환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2018년에도 〈우리동네 음악회〉는 여전히 지속된다. 3월 24일에는 강북문화예술회관, 4월 12일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실내악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퇴근길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클래식 음악과 토크가 결합된 공연으로 일상적인 장소 곳곳에서 펼쳐져 큰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총 4회의 〈퇴근길 토크 콘서트〉를 선보인다. 정윤수(성공회대학교 교수)가 2018 〈퇴근길 토크 콘서트〉의 진행자로 나서며, 지휘는 2017년 토스카니니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한 차웅이 맡는다. 1회 공연은 지난 2월 27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펼쳐졌으며, 2회 공연은 5월 18일에 예정돼 있다.
TIP 〈우리동네 관현악〉은 연간 8회, 〈우리동네 실내악〉은 연간 30회를 선보인다. 일정과 장소, 프로그램은 서울시립교향악단 홈페이지에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요금 〈우리동네 음악회〉 무료, 〈퇴근길 토크 콘서트〉 10,000원
문의 www.seoulphil.or.kr / 1588-1210
경계의 확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개관 이후 매해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전시 형태를 넘어 퍼포먼스, 무용, 연극, 영상 등 장르의 경계를 초월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늘 그 자리에 멈춰있던 시각예술에서, 정해진 시각에 관람할 수 있는 시간예술로의 변이가 이뤄지는 현장이다. 특히 매월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오늘날 동시대 예술의 지형도를 그려나간다. 이번 해에는 3월 24일부터 12월 9일까지 벨기에의 안무가 아네 테레사 더 케이르스마커르, 싱가포르 출신 작가 호 추 니엔 등 총 17팀이 참여할 예정이다. 각각의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멀티프로젝트홀을 비롯해 미술관 마당부터 로비까지 다양하다.
TIP 모든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봄 시즌 공연(3~5월)의 예약 오픈은 2월 23일에 했다.
사전 취소 없이 공연에 불참할 경우 향후 〈다원예술〉 프로그램 3회에 대해 예매가 제한된다.
요금 4,000원
문의 www.mmca.go.kr / 02-3701-9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