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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나면 더 가슴 먹먹한, 영화 대 영화 그리고 공연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 - 끝나지 않을 노래>

알고 나면 더 가슴 먹먹한, 영화 대 영화 그리고 공연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 - 끝나지 않을 노래>

글. 나상민(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군이 만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눈물은 우리에게 과거이자 현재인 이야기이다.
이 땅의 비극이 그녀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 분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공분하는 것은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에 힘을 보탤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염원을 담은 영화 두 편이 있다.
신작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그리고 작년에 개봉한 영화 〈귀향〉이다.

영화 '아이캔스피크' 포스터 ⓒ리틀빅픽처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극중 옥분 할머니(나문희)가 온 동네를 휘저으며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는 것만큼이나 영어 공부에 매달렸던 이유는 바로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배경이자 소재는 2007년 일본군 위안부 사전 결의안(HR121)이 통과됐던 미국 하원 공개 청문회이다. 결의안은 “일본정부에 의한 강제적인 군대 매춘인 위안부 제도는 잔혹성과 규모면에서 전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며,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례 중 하나”라고 선언했다. 유승희 작가는 이야기의 디테일한 사전 조사와 청문회 당시 증인으로 참석했던 할머니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참고로 김현석 감독이 최종 각색을 맡았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면, 옥분은 긴 시간 한결같이 민원을 제기해 도깨비 할매로 불리지만 언뜻언뜻 이웃을 생각하는 구수하고도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다. 옥분이 9급 공무원인 민재(이제훈)과 티격 대지만 영어를 배워가면서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은 웃음이 가득하다. 그러다 옥분이 옷장 깊숙한 곳에서 60여 년 전 일본군의 위안부였던 열세 살 소녀 옥분의 사진을 꺼내며 그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극은 무게를 갖는다. 빛바랜 사진 만큼이나 오래돼 잊혀져가는 끔찍했던 시간들, 역사의 산증인으로 살아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옥분은 이렇게 말한다. “잊으면 지는 거니께.” 물론 미 의회의 청문회에서 옥분이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말하겠습니다)”로 증언을 시작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옥분 역을 맡았던 나문희 배우는 중앙일보 매거진M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문제가 가슴 아픈 건, 우리나라가 그 소녀들을 지켜주지도 위로하지도 못했다는 거다. 아프고 다친 사람을 치유하는 게 먼저다. 그걸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그 소녀들을 지키기 위해선, 피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우리가 끊임없이 말하며 기억해야한다고 영화는 전한다.

영화 '귀향'의 장면 ⓒ제이오엔터테인먼트

2015년 12월 ‘나눔의 집’ 할머니들 앞에서 최초 시사회를 가졌던 영화 〈귀향〉은 2016년 2월 개봉과 함께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라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되었다. 제작 초반, 상업영화 중심의 영화판에서 ‘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랫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기획 13년 만에 영화화된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귀향〉은 앞서 소개한 〈아이 캔 스피크〉와 비교해 정공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 캔 스피크〉가 상업영화의 코드를 따라 웃음과 여운을 동시에 노렸다면, 〈귀향〉은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열네 살 소녀 정민(강하나)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후 마주한 끔찍한 고통과 아픔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 한국을 벗어나 중국으로 끌려 간 정민은 자신과 같은 소녀들이 모여 있는 걸 본다. “여기가 지옥이다, 야.”
이야기는 2016년 어린 신녀 은경(최리)이 위안부에서 탈출해 생존한 영옥(손숙)을 만나 70년 전 정민의 음성을 들으면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속에 아물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 있는 그날의 기억은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아픔과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 은경은 굿을 통해 타지에서 죽어간 소녀들의 넋을 귀향시키고 평생 아픔을 담고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한을 씻어내고자 한다. 조 감독은 KBS TV특종 인터뷰에서 “〈귀향〉을 한 번 상영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고향에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며, “명절이면 귀향을 하고 돌아가신 분의 묘소를 찾거나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이 영화로 제사를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이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국악 연주로 새롭게 태어났다. 12월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귀향 - 끝나지 않을 노래>는 국악의 선율에 깃든 혼으로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고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무대이다. 영화의 ost인 ‘가시리’, ‘아리랑’을 비롯해 젊은 국악인의 모던한 감각으로 색을 입힌 새로운 곡을 선보인다. 공연 후반부의 씻김굿 연주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넋을 기림과 동시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보듬어 준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과 유경화 단장은 지난 6월부터 조감독과 지속적으로 만났으며, 본 공연에 앞서 단원들이 직접 ‘나눔의 집’을 방문한다고 한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 - 끝나지 않을 노래>는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슬픔이 있지만 그 슬픔을 음악으로 함께 나누며 역사의 아픔을 다시금 기억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1991년 8월 14일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로 증언대에 오른 김학순 할머니(1924~1997), 2007년 미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참상을 증언한 김군자 할머니(1926~2017), 일본 정부를 상대로 첫 승소를 이끌어낸 마지막 원고인 이순덕 할머니(1918~2017) 그리고 ….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시위가 벌써 25주년을 맞았다. 일본정부가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매번 책임을 회피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33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피해자로도 기록되지 못한 수십만 명의 소녀들이 있다. 우리가 공연과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기억하고 이야기해야할 이유이지 않을까.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 - 끝나지 않을 노래`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 - 끝나지 않을 노래>

일정 : 2017.12.05 (화)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19시 30분

티켓 : R석 4만원 / S석 3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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