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예술적 감각으로 극장을 읽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예술계 최초로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디자인경영 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문화예술사업에 있어 디자인경영을 도입, 세종문화회관의 전체 사업을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 브랜드화 하는데 주력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근엄한 이미지를 벗고 친근하고도 강렬한 이미지로 파격적인 디자인 행보를 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친애하는 클라이언트와 비디자이너들에게
글. 원승락(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오래되었지만 성가신 진실이 있다.
프랑스의 68혁명 당시 독일 녹색당의 페트라 켈리가 한 말이다. 다수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내림차순으로 적는다면 맨 아래에 놓일 법한 사소한 바람은 상당 부분 소수자(개인)들의 바람이라고 치부되기 마련이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들의 요구는 개인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켈리의 말은 ‘공동체의 정신’으로 불리는 정치가 개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자 선언인 셈이다. 어떤 소울을 가지고 애쓰는 디자이너는 간혹 개인적인 바람에 집착하는 것처럼 비치기 마련이다. 이미지를 작게 하고, 글씨체를 살짝 두껍게 하고, 색깔을 좀 더 엷게 하는 것 따위의 알아차리기 힘든 디테일은 친애하는 클라이언트를 포함한 ‘비디자이너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규칙이지만, 디자이너 개인에게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다.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는 개인적인 것과 공적인(실은 거의 공적이지 않은) 것의 갈등을 드러낸다. 극중 현자 역의 요구는 사소한 해프닝으로 폄하되는 개인의 비명이다. 포스터를 마우스로 대충 그리고 밑그림을 따로 편집한 후 ‘아트워크팀’(팀원은 디자인과는 무관한 홍보팀 마케터들)을 소환했다. 그렇게 이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이야기라는 연극의 주제에 부합한, 엉터리 같지만 또 그럴듯한 포스터 속 빌라에 각자의 소울을 한 땀 한 땀 아로새겼다. 각자가 그려낸 포스터의 일러스트는 연극의 주제의식을 다른 방식으로 공명한 셈이다. 관찰자에서 한걸음 참여하는 순간 그것은 개인적인 게 된다. 개인으로 개입하면 애정이 생긴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애정’이란 ‘정치’가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비디자이너의 업무 영역에서 디자이너를 체험함으로써 거듭난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옥상 밭에 작은 고추 화분을 가꾸고 있는 셈이다.
24/7 예술적 경험, 영상으로 만들다
글. 전지연(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세종문화회관의 새로운 트레일러 영상 기획의 시작은 극장과 아카데미 등 각 장소에서 접할 수 있는 서비스 소개였다. 세종문화회관은 모두가 알고 있는 세종대극장, 세종M씨어터, 세종체임버홀 등의 극장과 세종미술관, 세종충무공 이야기, 세종아카데미 운영뿐만 아니라, 세종페스티벌과 세종예술시장 <소소>와 같은 축제나 야외 전시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정보 제공 형식이던 1차 시안 검토 후, 우리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세종문화회관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었다. 영상에 담을 구체적인 콘셉트와 내용에 대한 회의가 수차례 진행되던 중, 올 초 기자간담회에서 사용한 캐치 프레이즈가 언급되었다. ‘최고의 예술 콘텐츠로 365일 열려 있는 복합 문화 장소’. 시민 누구나 언제 방문하더라도 오가며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세종문화회관이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은 그러한 역할을 하는 장소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영상의 최종 콘셉트는 ‘24/7 ALL DAY Sejong Life’가 되었다. 기존에 매일, 연중무휴의 의미로 쓰였던 ‘1년 365일’은 ‘24시간 7일’, 즉 ‘24/7’로 바꿨다. 세종문화회관에서의 예술적 경험이 시민들에게 있어 평범하고 편하게 마주할 수 있는 매일의 일상(24시간)부터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콘셉트에 맞춰 영상은 낮부터 밤까지의 시간 흐름에 따라 세종문화회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담아냈다. 영상 초반부는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모션 타이포와 색상 매트의 속도감 있는 전환으로 시선을 사로잡고자 했다. 또한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극장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네온사인 간판 느낌의 디자인으로 ‘24 Open’ 타이틀을 넣으며 캐주얼한 영상을 만들었다. 극장 홍보용 영상이라는 무게를 덜고 유쾌하게 만든 만큼, 세종문화회관이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곳이길 바란다. (※영상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