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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극복의 롤러코스터적 시기, 베토벤의 19세기 초반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2017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베토벤>

절망과 극복의 롤러코스터적 시기,
베토벤의 19세기 초반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2017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베토벤>

글. 박제성(음악칼럼니스트)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 ©윤문성

1770년 12월 17일 독일의 본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10대 시절까지 모차르트 같은 신동이 되길 바란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덕분에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의 자질을 일찍 갖추게 되었다. 이후 1792년 11월 2일 본을 떠나 제2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빈으로 옮겼고, 바로 여기서 그는 음악을 사랑하는 귀족들로부터 환대를 받기 시작하며 음악가로서의 독립된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피아노 소나타와 피아노 협주곡을 발표하며 당시로서는 기대할 수 없었을 정도의 혁신적인 어법과 고난이도의 테크닉, 비할 바 없는 낭만성과 격정적인 드라마를 선보이기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고난이 그에게 다가왔다. 사랑에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청력 이상으로 귀가 들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1802년 30대 초반의 베토벤은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를 작성할 정도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욱 더 음악을 통해 현실 너머 세계의 소리를 듣고자 했다.
1804년 초에 완성된 교향곡 3번 <영웅>은 베토벤의 중기 시대를 여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의 오케스트라 음악 역사를 뒤바꾸어놓을 정도로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뒤를 잇는 동시에 이들을 단숨에 뛰어넘은 이 교향곡은 당시 교향곡들의 두 배 길이의 연주 시간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형식과 구성,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실로 거대하다. 크고 장대한 전개부를 가진 1악장과 장송 행진곡을 도입한 2악장, 마지막 대위법과 변주의 4악장은 당대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실험이었으며, 이 실험은 음악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종의 신호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래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보나파르트’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르자 격분한 베토벤이 표지를 찢은 뒤 ‘에로이카’로 고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어찌되었던 베토벤은 이 교향곡을 통해 하일리겐슈타트에서의 그 절망을 새로운 희망으로 극복했음을 알리게 되었다.

베토벤

당시 작곡가는 자신의 사회개혁적인 의지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오페라 <피델리오>에 담고자 했지만 이는 한참 뒤에 완성되었고 오히려 극음악 장르에서 먼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청력 상실로 인해 세상과 격리되어 지내던 베토벤은 문학과 철학에 심취해 호머의 <오딧세이>, <일리아드>를 비롯, 프리드리히 폰 쉴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윌리엄 세익스피어 등 대문호의 문학에도 심취했다. 특히 괴테의 동명 비극을 바탕으로 1809년부터 1810년 사이에 완성한 극음악 <에그몬트>는 베토벤의 의지와 극적 완결성이 일체를 이루는 명곡으로 손꼽힌다. 에스파냐 폭군의 압제하에 있는 네덜란드를 구하려는 에그몬트 백작은 결국 붙잡혀 사형을 선고받고, 그의 애인 클레르헨은 그를 구하려다 실패해 자살한다. 그러나 그녀의 환영은 자유의 여신이 되어 옥중의 에그몬트를 격려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는 이 극음악은 서곡이 특히 유명하다. 에그몬트 백작의 기백을 상징하는 듯 장대하고 비장한 두 개의 주제가 제시되고 이들이 여러 고난을 겪다가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애국적이고 인간승리적인 열기로 불타오른다. 드라마틱한 서사의 절정을 보여주는 이 서곡은 극의 전체 내용을 함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혁신적인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에그몬트>를 작곡한 1809년은 베토벤에게 있어서 지옥 같았던 시기였지만, 음악적으로는 그의 대표적인 명곡들이 탄생한 축복받은 해였다. 루돌프 대공과 킨스키 공작, 로프코비츠 공작이 베토벤을 계속 빈에 붙잡아놓기 위해 연금을 지급, 안정된 삶을 보장받는가 했지만, 그해 5월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오스트리아를 침공해 오히려 생계와 생명이 위협받았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는 자신이 숭배했었던 나폴레옹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올랐던 시기였다.
그 전란의 와중에 작곡된 피아노 협주곡 제5번 E♭장조는 베토벤 최고의 역작 가운데 하나로서 엄청난 스케일과 영웅적인 기상, 찬란한 음악적 효과와 승리를 향한 환호를 보여준다. 자필 악보에는 “전투를 위한 승리의 노래! 공격! 승리!”라는 베토벤의 글이 남아 있는데, 이 작품에 붙여진 <황제>라는 별칭은 작곡가의 의도가 아니라 이후 출판업자들이 붙인 것이다. 아마도 음악의 영웅적인 기개와 호방한 기상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는데, 베토벤이 실망했던 나폴레옹이라는 폭군 ‘황제’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아이러니컬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베토벤은 19세기 초반, 좌절과 극복, 실망과 저항, 완성과 혁신이라는 명제들을 온몸으로 겪으며 1인칭 시점에서 시대정신으로서의 근대성이라는 관념 그 자체를 명백하게 서술하고 가공해 완벽한 모습으로 재창조해냈다. 이것이 바로 베토벤의 음악에 담긴 계몽주의적인 혁명성이다.

2017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베토벤`

2017 위대한 작곡가 시리즈 `베토벤`

일정 : 2017.11.04 (토)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17시

티켓 : R석 3만원 / S석 2만원 / A석 1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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