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자연의 아름다움 속 소박한 삶의 기쁨을 연주하다

자연의 아름다움 속
소박한 삶의 기쁨을 연주하다

글. 유형종(음악칼럼니스트)

하이든 오라토리오의 대표작은 〈천지창조〉(1798)다. 하이든이 런던을 방문했을 때 헨델의 〈메시아〉가 초연 후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것을 보고 오라토리오에 도전해 거둔 대 성공작이다.
서울시합창단이 10월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사계〉는 하이든이 <메시아>의 성공을 재현하고자 <천지창조> 작곡 3년 후인 1801년에 쓴 오라토리오다.
음악적인 구조에서 〈천지창조〉와 닮은 점도 많지만, 언뜻 세속음악처럼 들려 한층 친근하다.

서울시합창단 ©윤문성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궁정악장 자리에서 물러나 자유의 몸이 된 프란츠 요셉 하이든(1732~1809)이 1790년대 두 차례의 런던 방문에서 조지 프레데릭 헨델(1685~1759)의 오라토리오 공연을 관람하고 놀란 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오페라가 아닌 오라토리오로도 얼마든지 극적으로 웅장하고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헨델이 죽은 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메시아〉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 속에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8세기까지는 ‘고전적 명곡’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초연 다음 시즌 이후에도 다시 연주되는 곡은 별로 없었다. 비발디,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모두 다작가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물며 작곡가 사후에도 인기를 누리는 곡이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메시아〉를 보고 오라토리오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게 된 하이든은 66세에 작곡한 〈천지창조〉로 최고의 명예를 얻었다. 그리고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한 번 오라토리오에 도전했으니 그 산물이 〈사계〉다.
〈사계〉 역시 오라토리오의 본령인 종교 음악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일화를 다룬 것이 아니라 18세기 전반의 스코틀랜드 시인 제임스 톰슨이 창작한 종교적 서사시의 독일어 번역판을 바탕으로 〈천지창조〉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반 스비텐 남작이 작성한 대본을 사용했다. 천사 혹은 성서적인 인물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오스트리아 시골 농부인 시몬(베이스)과 그의 딸 한네(소프라노), 그녀의 애인인 농부 루카스(테너), 농부와 사냥꾼을 나타내는 혼성 4부 합창이 노래한다. 이 때문에 천사들이 작품을 주도하는 〈천지창조〉는 물론 통상적인 오라토리오에 비해 격이 떨어지는 작품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의 사계절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소박한 생활상, 삶에 대한 기쁨의 정겨운 묘사, 진솔한 신앙생활이 잘 나타나는 것은 오히려 장점일 수 있다. 어느 곡보다도 인간 냄새가 물씬한 종교음악이라고 할까. ‘농촌 사람들의 노래’라는 곡의 성격상 종교적인 장중함은 당연히 〈천지창조〉에 비해 떨어지지만 베이스, 소프라노, 테너라는 독창 진용의 성부 구성, 오케스트라 반주 위에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중창과 합창이 교차하는 방식 등 전반적인 작법과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며 연극적인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나은 면이 있다.
제1부 ‘봄’은 1곡부터 8곡까지 해당한다. 서주가 봄답지 않게 장중한 이유는 겨울이 떠나는 모습을 그린 때문이다. 2곡은 첫 합창으로 봄을 기다리는 농민의 심정이 소박하게 노래된다. 처음부터 〈천지창조〉와 다른 분위기다. 4곡 봄의 전원 풍경을 노래하는 시몬의 아리아는 교향곡 제94번 <놀람>의 유명한 2악장 선율을 반주로 사용한 하이든식의 유머다. 6곡은 감사의 기도, 무척 긴 8곡은 세 독창자와 합창이 어우러져 전능하신 신을 찬양하고, 장대한 푸가로 1부를 마무리한다.
제2부 ‘여름’은 9곡부터 18곡까지다. 새벽이 밝아오는 풍경을 그린 서주로 시작한다. 11곡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창조주에게 감사하는 삼중창과 합창이다. 16곡부터 18곡은 한여름의 재난인 폭풍우가 다가오는 장면과 폭풍우가 빚어내는 공포, 그리고 폭풍우가 지나간 다음의 저녁 정경을 묘사한다.
제3부 ‘가을’은 19곡부터 28곡까지로 추수기를 맞이한 농부들의 모습이다. 20곡은 수확의 기쁨을, 22곡은 과실을 따는 젊은이와 아가씨들의 모습과 한네와 루카스의 사랑 이중창이 기교적 악구가 포함된 아름다운 선율로 펼쳐진다. 24곡은 논밭을 해치는 짐승 수렵에 나서는 농부의 심정을, 26곡은 사냥 장면을, 28곡은 포도주를 만들어 마시며 풍년을 축하하는 장면을 흥겹게 노래한다.
제4부 ‘겨울’은 29곡부터 39곡까지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스산한 겨울 풍경이다. 32곡은 눈보라 속에 길을 잃은 나그네의 모습이다. 34곡에서 나그네가 찾아간 곳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손일을 하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36곡에서 한네는 일을 마친 마을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시몬은 38곡에서 겨울을 견디는 힘으로 오직 덕(德)만이 남아 있음을 설파한다. 이어지는 마지막 39곡은 삼중창과 이중합창으로 덕을 찬양하다가 신의 인도를 구하는 합창이 장대한 푸가와 영원한 믿음을 다짐하는 힘찬 아멘으로 마무리된다.

서울시합창단 합창명곡 시리즈 Ⅱ - 하이든 오라토리오 `사계`

서울시합창단 합창명곡 시리즈 Ⅱ - 하이든 오라토리오 `사계`

일정 : 2017.10.16 (월)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19시 30분

티켓 :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 B석 1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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