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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선율에 세계를 담다

<클래식 제너레이션> 비르투오소 vs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인터뷰

바이올린 선율에 세계를 담다

<클래식 제너레이션> 비르투오소 vs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인터뷰

글. 서은영(〈서울경제〉 문화부 기자)

네 줄의 현 위에 활을 얹는다. 선율에 세계를 담는다.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연주할 때는 핀란드의 어느 고즈넉한 호수 풍경이,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을 연주할 때면 도발적이고 대담한 그의 생애가 펼쳐진다.
바이올린을 통해 세상을 배우던 소녀 신지아는 어느덧 바이올린에 세상을 품을 줄 아는 여인이 됐다.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바이올리니스트)

프랑스 파리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보낸 이메일이 도착했다. 티 없이 맑은, 봄 햇살 같은 그녀의 성격이 묻어난다. 집에서 끊이지 않던 언니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시작한 음악. 네 살의 소녀는 이렇다 할 시련도 슬럼프도 없이 그저 바이올린만 바라보며 성장했다. 어느덧 서른이 된 신지아. 요즘 그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전성기라는 표현을 써볼 법도 하지만 “꽃이 만개하기 전 꽃봉오리”라고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음악가에겐 즐겁고 기다려지는 일인 모양이다. 음악에 담을 세계가 많아져서 더 많은 감정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그저 즐겁다고 한다.

신지아의 연주에선 곡의 감성이 풍부하게 전달된다는 평가가 많아요. 연주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나요?

공연 준비를 할 때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때가 많아요. 공연에만, 후회 없이 연주하자는 생각에만 빠져 사는 편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뿜어냈던 열정보다도 관객들이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전 몸으로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 연주하는 편이에요. 곡의 멜로디를 들으면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중에 저에게 맞는 옷을 찾아가죠. 가끔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악기를 내려놓고, 일상에서의 여러 경험과 감정들, 그리고 순간순간 제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흡수하려고 해요.

올해 만으로 서른이 되네요.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무래도 감정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아요. 흔히 여자의 나이 30대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고도 하는데요. 20대와는 다르게 감성도 더욱 풍부해지고, 또 생각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티스트로서 이제 제대로 된 꽃을 피우려는 꽃봉오리 같다고나 할까요(웃음).

어린 시절에도 하루 다섯 시간씩 연습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그런 습관이 남아 있나요?

바이올린을 만 세 살 반에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부모님께서 매일 다섯 시간씩 연습을 시키셨어요. 매일 밥을 먹듯 당연한 일과가 되었고, 늘 악기와 함께했죠. 그래서인지 지금도 어디를 가든 악기가 없으면 불안해요.

신지아

오는 7월 28일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 열리는 <클래식 제너레이션>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하게 됐는데요. 이번 공연 타이틀이 ‘비르투오소 vs 비르투오소’군요.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나요?

비올리스트 이화윤,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에요. 이화윤 씨는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유리 바쉬메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안네-소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는 비올리스트고요. 한지호 씨는 2014년 뮌헨 ARD 콩쿠르 2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선보일 레퍼토리는 비탈리 샤콘느 G단조, 프로코피예프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라벨 피아노 트리오 A단조 등인데요. 러시아, 프랑스 외에도 다양한 나라 작곡가들의 매력 있는 곡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러시아, 프랑스만 해도 매우 대조되는 전혀 다른 색을 가지고 있어서 관객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연주할 비탈리 샤콘느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바이올린 곡 중 하나입니다. 이화윤 씨, 한지호 씨와 함께하는 라벨의 피아노 트리오 또한 기대가 많이 됩니다. 특히 트리오에서 첼로 파트를 화윤 씨가 비올라로 연주하는데 이런 형태의 공연은 찾아보기 힘들기에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공연 타이틀도 그렇고 요즘 신지아 씨를 수식하는 말에는 ‘비르투오소’, ‘관록’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해가 거듭될수록 저를 부르는 표현이 달라지는 건 제가 그만큼 잘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같이 들려요. 그래서 참 감사하고 더 힘이 나죠. 앞으로 연주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저 스스로도 기대하게 되고요.

‘순수 국내파’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를 ‘순수 국내파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소개할 때마다 책임감을 느껴요. 물론 저도 대학 시절 친구들이 모두 해외 유학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아, 나도 나가야 하나’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겐 평생의 스승 김남윤 선생님이 계셨죠. 유학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는 상황과 여건이 된다면 해외도 자주 나가고, 또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다 경험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연주자는 본인이 경험하고 체득한 모든 것이 음악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늘 그 부분에 있어서 노력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러기 전에 하루 분량의 연습은 기본이고요(웃음).

신지아

호랑이 선생님이셨던 김남윤 선생님과의 일화가 몇 가지 알려져 있죠. 연주자는 행동이나 생각 모든 것이 음악에 묻어난다며 걸음걸이 때문에 혼을 낸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선생님은 많은 음악가 중에서도 제가 첫 번째로 꼽고 싶은 롤모델입니다. 정말이지 제가 김남윤 선생님을 스승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저의 음악 인생뿐만 아니라 제가 살아온 날 대부분을 함께 해주셨어요. 그 누구보다 음악과 제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강하신 분이죠. 또 제자 한 명, 한 명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분이고요. 앞으로 선생님 같은 멘토를 만나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신지아 씨는 도전을 즐기는 뮤지션인 것 같습니다. 남미 민속 음악들을 클래식 기타 듀오와 연주한 <칸토 안티고> 음반 발매와 공연도 그렇고. KBS 〈더 콘서트〉 진행을 맡으며 팬들을 놀라게 했죠.

아직 청춘이기 때문에 기회가 올 때마다 도전하고 또 많은 것들을 흡수하고 싶어요. 연주를 하는 데 있어서 모든 게 다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도전을 즐기는 이유를 콕 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자체를 즐긴다는 건 분명해요. 또 그로 인해서 제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요.

올해 연주 계획도 들려주세요.

올해는 솔로보단 실내악 위주 공연이 많네요. 지난 2월 바흐로 시작해 정명화 선생님, 손열음 씨와의 트리오 공연이 있었고요. 이번 <클래식 제너레이션> 공연 이후에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여러 외국 교수진, 연주자들과 실내악을 연주할 계획이에요. 11월에는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어요.

신지아 프로필

2008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 수상과 함께 오케스트라상, 리사이틀상, 파리음악원 학생들이 선정하는 최고상까지 4관왕에 올랐다. 이후에도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3위) 등 유수의 국제 콩쿠르를 휩쓸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해외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신현수에서 신지아로 이름을 바꿨다.
그녀를 수식하는 타이틀 중 대표적인 것이 ‘순수 국내파’다. 네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 열 살의 나이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한 후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사사했다. 전주예고 1학년 재학 중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재로 조기 입학했고, 유학을 떠나는 대신 세계적인 콩쿠르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신지아는 도전을 즐기는 음악인이다. 2015년 세계 각지의 포크송을 모아 편곡한 앨범 <칸토 안티고>를 발표한 데 이어 KBS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더 콘서트>의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클래식 제너레이션 Part.2

클래식 제너레이션 Part.2

일정 : 2017.07.28 (금)

장소 : 세종체임버홀

시간 : 19시30분

티켓 : R석 7만원. S석 5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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