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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반려묘, 네가 있어 다행이야

세종문화회관 기획 전시 〈畵畵-반려·교감〉

반려견과 반려묘, 네가 있어 다행이야

세종문화회관 기획 전시 〈畵畵-반려·교감〉

글. 나상민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반려동물은 단순히 키우거나 함께 지내는 존재만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는 존재다.
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반려동물을 그림과 사진으로 기억하는 일이란 참으로 매력적이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언제나 즐겁다.

이동기 _ 도기독, 린넨에 아크릴릭 41x53cm 2012

이동기 _ 도기독, 린넨에 아크릴릭 41x53cm 2012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온 것은 중학교 때였다. 아빠의 먼 친척이 잠시 맡긴 하얀 진돗개는 채 한 살도 되지 않은 아기였다. 밤마다 낑낑대는 강아지를 위해 엄마는 끼니마다 우유와 부드러운 고기를 챙겼고, 아빠는 푹신한 방석을 깔아주었다. 나는 행여나 강아지가 다시 보내질까 걱정되어 며칠 동안 학교가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 얼굴 모를 친척은 강아지를 데리고 가버렸다. 이름도 채 짓지 못했고 동네 산책 한번 같이한 추억 하나 없었지만, 어린 마음에 이별은 참으로 아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언젠가는 다가올 이별과 이로 인한 인생의 여백이 두렵다고 한다. 하지만 함께할 때의 행복과 위안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고 말한다. 아마도 <畵畵-반려·교감>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이러한 마음으로 작업하지 않을까.
작가 이동기도 이 같은 슬픈 이별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학교에 다녀오는 동안 부모님이 강아지를 팔았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작품 ‘도기독’은 진돗개를 모티브로 한다. 로봇 강아지처럼 보이는 이 강아지는 작가의 회화 작품인 ‘아토마우스’에 등장했던 캐릭터다. 아토마우스는 일본의 만화 캐릭터인 아톰과 디즈니 캐릭터인 미키마우스를 합성한 캐릭터다. 이 작품을 통해 사회 현상을 이야기했던 작가는 만화 주인공의 반려견까지 만들어냈다. 작가는 “일본에선 로봇 강아지가 망가지면 신사에서 제사를 지낼 정도로 살아 있는 존재로 느낀다”며 도기독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곽수연 _ 讀書尙友(독서상우), 장지에 채색 111X62cm 2010

곽수연 _ 讀書尙友(독서상우), 장지에 채색 111X62cm 2010

노석미 _ 여자와고양이(그레이) 캔버스 위에 아크릴 130.3x97cm 2017

노석미 _ 여자와고양이(그레이) 캔버스 위에 아크릴 130.3x97cm 2017

작가 곽수연은 한국의 전통 회화 기법인 ‘진채’로 반려묘를 그렸다. ‘진채’는 맑고 담하게 칠하는 ‘담채’와 구분되는데, 주로 비단에 그림을 그리면서 천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결을 물감으로 꼼꼼히 메꾸며 칠하는 방식이다. 대개 민화의 주인공이 사람인 반면 곽수연은 동물, 그중에서도 개를 주로 등장시킨다. 특히 ‘문방사우’라는 작품은 주인이 없는 공부방에 남겨진 개가 벼루에 먹을 갈고 그림을 그린다는 상상의 작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상상 해봤을 듯하다. 홀로 남겨진 개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문 앞에 앉아 있거나 주인의 체취를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방송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처럼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이 냉장고에서 맛있는 음식을 꺼내먹고, 옆집 동물들과 만나 파티라도 하면 좋겠다.
작가 노석미와 이경미는 고양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노석미는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단골 주인공으로 고양이를 그렸다. 고양이는 한 마리씩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단 두 마리 만이 그녀 곁에 남았다고 한다. ‘여자와 고양이’라는 작품들 속 고양이는 모두 여자의 품에 안겨 있다. 각각의 고양이는 특유의 시크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데, “나는 절대 상냥하거나 순종적이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경미 역시 입양한 길고양이 네 마리와 살고 있다. ‘81개의 욕망의 잼통’ 이나 ‘주름 속의 알 수 없는 힘_남대문 화재’의 주인공 역시 고양이다. 그녀는 고양이에 관한 책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가장 외로웠던 순간마다 고양이가 지나갔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마다 고양이를 그렸다. 가장 아름답던 순간마다 고양이와 함께했다.”

윤정미 _ 주희와 샘과 번개탄과 메, 창성동, Digital C-Print 60X90cm 2015

윤정미 _ 주희와 샘과 번개탄과 메, 창성동, Digital C-Print 60X90cm 2015

한편 작가 윤정미는 사진으로 반려동물을 담았다. 윤정미는 길을 가다 마주친 반려동물과 그들의 주인이 참 닮았다는 생각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작품의 제목은 ‘주희와 샘과 번개탄과 메, 창성동’과 같이 실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짝꿍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표기된다. 그리고 그들이 사는 집안이나 자주 산책하는 곳을 카메라로 담는다. 어떻게 보면 가족사진 같다.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사진의 특성을 잘 살려, 많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삶을 공개함으로써 삶의 현상을 예술로 연결한다.
우리나라의 반려인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키우거나 함께 지내는 존재만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위로를 받는 존재다. 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반려동물을 그림과 사진으로 기억하는 일이란 참으로 매력적이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언제나 즐겁다.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 화화-반려·교감 (畵畵-伴侶.交感)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 화화-반려·교감 (畵畵-伴侶.交感)

기간 : 2017.05.16 (화) ~ 2017.07.09 (일)

장소 : 세종 미술관1관, 세종 미술관2관

시간 : 10시 30분 ~ 20시

티켓 : 성인 9천원, 어린이 및 청소년 4천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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