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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를 콘서트로 만난다고?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게임 음악의 세계

〈파이널 판타지〉를 콘서트로 만난다고?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게임 음악의 세계

글.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공연칼럼니스트)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필름 콘서트가 화제다.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과 라이브 오케스트라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공연 장면(제목:게임속의 오케스트라)

지난해 12월 〈아마데우스 라이브〉와 지난 5월 〈픽사(Pixar) 인 콘서트〉에 이어 6월 〈라라랜드 인 콘서트〉가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라라랜드 인 콘서트〉는 티켓이 암거래될 만큼 인기를 끌어 공연을 3회에서 4회로 늘리기도 했다. 국내 오케스트라, 콘서트홀, 기획사마다 기획 중인 필름 콘서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초심자를 클래식 팬으로 끌어들일 새로운 기회라는 낙관론과 오리지널 콘텐츠에 충실한 관객일 뿐이라는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 콘서트가 오케스트라의 수익에 도움이 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이 게임 음악이다. 게임 음악은 말 그대로 게임에 첨부된 음악을 가리킨다. 초창기엔 단순한 효과음 정도에 머물렀지만, 게임 산업의 발달과 함께 그 중요성이 커지면서 재능 있는 작곡가들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게임 음악은 음악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완성도를 가지게 됐다. 일본에서 우에마츠 노부오가 작곡한 게임 ‘파이널 판타지 VIII’의 주제가 ‘아이즈 온 미(Eyes on Me)’는 1999년 일본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게임 음악으로는 처음 ‘올해 최고의 음악’으로 선정됐다. 이후 게임 음악이 일본 최대 음반 집계 사이트인 오리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권에 오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2011년엔 음악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 미국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크리스토퍼 틴이 작곡한 게임 ‘문명 IV’의 주제가 ‘바바 예투(Baba Yetu)’가 게임 음악으로는 처음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미상은 이듬해부터 4개의 상이 배정된 비주얼 미디어 부문에 영화・TV와 함께 게임을 명시했고, 이듬해 게임 ‘저니’의 주제 음악이 다시 후보에 올랐다.

첼로 연주중인 무대의 모습

공연계에서도 이런 게임 음악을 놔두지 않았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게임의 인상적인 장면과 함께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게임 음악 콘서트’가 시작됐다. NHK 교향악단을 비롯해 일본의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게임 음악 녹음에 참여하는 데서 나아가 게임 음악을 연주 레퍼토리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게임 음악 페스티벌’도 열리기 시작했다. 일본의 최대 티켓 예매사이트인 티켓피아에서 게임 음악 콘서트를 검색하면 전국에서 연간 100회 이상 개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게임 음악 콘서트는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다. 1989년 교향곡 스타일로 음악을 편곡해 오케스트라로 처음 연주한 이후 거의 매년 열리고 있다. 물론 게임 시리즈에 새롭게 추가된 음악이 계속 더해지고 있으며, 국내외 투어 공연도 열린다. 게임 출시 30주년인 올해는 일본에서만 4월부터 4개월간 도쿄 등 20개 도시에서 21번의 콘서트가 열린다. 일본에서는 2012년 아예 게임 음악만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프로 오케스트라가 발족했다. 지휘자 이치하라 유스케를 중심으로 한 일본 BGM 필하모니 관현악단이다. 일본 BGM 필하모니 관현악단은 운영상의 문제로 2014년 해체되었지만, 같은 해 신일본 BGM 필하모니 관현악단과 JAGMO(JApan Game Music Orchestra의 약칭)가 동시다발적으로 결성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게임 음악 콘서트가 일본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간 계기는 2003년 독일에서 게임 음악 콘서트가 열리면서부터다. 특히 명곡을 많이 배출해낸 ‘파이널 판타지’가 일등공신이다. 당시 독일에서 게임 자체의 인기도 높았을 뿐 아니라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속 음악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덕에 관객몰이를 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 음악 콘서트가 매년 열리고 있다. 쾰른 서독일 방송 교향악단을 비롯해 독일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이 콘서트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4년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가 시작이다. 당시 콘서트는 공연 사흘 전에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등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또 콧대 높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005년 ‘파이널 판타지’를 중심으로 〈비디오 게임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미국에서도 게임 음악 콘서트가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다. 또 영국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게임 음악으로 이뤄진 음반을 2013년과 2015년 차례로 발매했으며, 지난해 스웨덴 방송 교향악단의 게임 음악 콘서트는 스웨덴의 지상파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게임 음악 콘서트가 붐을 이루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아직 게임 음악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강국답게 ‘리니지’, ‘창세기전’, ‘라그나로크’, ‘블레이드&소울’ 등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 가운데 유저들의 호평을 받는 좋은 게임 음악이 적지 않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게임 제작사들이 게임 음악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국내외 역량 있는 작곡가들을 기용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는 지난 2015년 국산 게임 ‘블레스’에 참여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음악 콘서트의 위력을 확인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디스턴트 월드〉다. 당시 ‘파이널 판타지’ 게임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투어를 도는 가운데 한국에서 열린 이 콘서트는 매진을 기록했다. 평소 콘서트홀을 찾지 않는 젊은 남성 팬들의 등장은 공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 성공으로 이듬해 성남아트센터에서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가 다시 열렸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게임 음악 콘서트는 지난 5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국산 게임의 주제가를 연주한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를 선보이면서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지난 2월 게임 음악 전문 연주를 목표로 만들어진 플레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5월에 잇따라 공연을 펼치면서 국내에서도 게임 음악 콘서트 붐을 불러일으킬 채비를 하고 있다.
게임 음악 콘서트가 최근 국내 공연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필름 콘서트처럼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공연 관계자들이 게임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듯하다.

Distant Worlds: music from FINAL FANTASY

Distant Worlds: music from FINAL FANTASY

1번째 : Opening~Bombing Mission (FINAL FANTASY VII)

2번째 : Liberi Fatali (FINAL FANTASY VIII)

3번째 : Aerith's Theme (FINAL FANTASY VII)

4번째 : Fisherman's Horizon (FINAL FANTASY VIII)

5번째 : Don't be Afraid (FINAL FANTASY VIII)

6번째 : Memoro de la Stono~Distant Worlds (FINAL FANTASY XI)

7번째 : Medley 2002 (FINAL FANTASY I-III)

8번째 : Theme of Love (FINAL FANTASY IV)

9번째 : Vamo' alla Flamenco (FINAL FANTASY IX)

10번째 : Love Grows (FINAL FANTASY VIII)

11번째 : Opera "Maria and Draco" (FINAL FANTASY VI)

12번째 : Swing de Chocobo (FINAL FANTASY SERIES)

13번째 : One-Winged Angel (FINAL FANTASY V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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