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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연출가와 라이징 작가, 스무살 청년 밀사 이위종을 무대에 세우다

베테랑 연출가와 라이징 작가, 스무살 청년 밀사 이위종을 무대에 세우다

writer 장지영(<국민일보> 문화부 차장, 공연 칼럼니스트)

서울시뮤지컬단 2017 창작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김덕남 연출, 오세혁 작가 인터뷰

서울시뮤지컬단이 <밀사-숨겨진 뜻>(이하 밀사)을 5월 19일~6월 1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밀사>는 1907년 일제가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파견된 헤이그 특사의 이야기다. 고종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이준은 일본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을 데리고 만국회담이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간다. 세 특사는 일본의 방해와 서방의 냉대 속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펼치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 작품은 스무 살 청년 밀사 이위종의 파란만장한 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외국어에 능통했던 그가 헤이그 통역을 거쳐 군인으로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서른세 살에 전사하기까지의 장대한 서사가 그려질 예정이다.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이 대본을 맡고, 뮤지컬계의 베테랑 연출가 김덕남 서울시 뮤지컬단장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베테랑 연출가, 김덕남

김덕남

<밀사>는 김덕남(66) 단장에게 뜻깊은 작품이 될 듯하다. 2014년 11월 취임한 김 단장이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서울시뮤지컬단과 호흡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가 헤이그 특사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로 한 이유는 뭘까.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서울시뮤지컬단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로 역사적 인물의 재조명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헤이그 특사의 경우 첩보 작전에 가까웠던 파견 과정과 만국평화회의 이후 삶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아서 늘 아쉬웠습니다. 또한, 지금 한국 상황을 보면 1세기 전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대국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에서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덕남 단장은 대본 작가로 일찌감치 오세혁을 염두에 뒀다. 최근 공연계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오세혁은 연극과 뮤지컬을 전방위로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뮤지컬 분야에선 지난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흐 마니노프>로 인기를 끌었다.
“오세혁의 작품을 보면서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오세혁의 에너지와 늙은 내 에너지가 만나면 균형이 잡히지 않겠어요?”
다만 오세혁이 대본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김 단장이 애초 생각했던 작품의 방향과 달라졌다. 그는 헤이그에 갔다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세 밀사의 삶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오세혁은 세 밀사 가운데 이위종에 포커스를 맞춘 대본을 가져왔다.
“오세혁이 젊기 때문에 젊은 밀사 이위종에 관심과 애정이 간 것 같아요. 제 의도와 달라졌지만, 주인공을 한 명으로 줄이는 편이 이야기를 밀도 있게 끌고 나가기에 좋죠. 또 만국평화회의 이후 이위종의 알려지지 않은 삶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좀 더 자유롭게 써나갈 수 있죠.”

<밀사>의 작곡은 그가 10여 년째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 송시현이 맡았다.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나 항상 그대를’, ‘한바탕 웃음으로’ 등 인기 가요를 다수 만들어온 송시현은 2000년부터 가족 뮤지컬 수십여 편의 음악을 작곡해 왔다. 김 단장이 서울뮤지컬에 온 이후엔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 <서울 1983>에 참여했다.
“예전에 몇몇 창작 뮤지컬을 만들 때 음악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어요.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였죠. 그때 만난 송시현 작곡가는 성실한 데다 다른 창작자와의 협업에 매우 유연한 편이라 거의 콤비처럼 활동하게 됐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박성훈, 허도영, 이승재가 각각 이상설, 이위종, 이준 역을 맡았다. 그리고 이연경, 유미가 이위종의 여인인 엘리자베타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다.
“난 뮤지컬의 힘이 스타가 아니라 앙상블에 있다고 생각해요. 주역 배우들을 받쳐주는 앙상블이야말로 서울시뮤지컬단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국내 뮤지컬계 1세대 연출가인 그에게 좋은 창작 뮤지컬 제작은 평생의 화두다. 우리나라에서 뮤지컬의 토양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극단 현대극장에서 22년을 보낸 만큼 당연한 고민일 것이다. 고(故) 김의경 선생이 1977년 창단한 극단 현대극장은 그동안 뮤지컬 <빠담빠담빠담>, <사운드 오브 뮤직>, <에비타>, <올리버> 등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극단 현대극장의 주 무대가 세종문화회관이었습니다. 당시 현대극장이 만드는 뮤지컬 없이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채울 수가 없었거든요. 서울시 뮤지컬단 단장으로 세종문화회관에 온 것도 인연이죠.”
그는 원래 현대극장에 배우로 들어갔지만, 기획·행정을 겸하는 과정을 거쳐 연출가로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1982년 그가 연출한 <장보고, 열리는 바다>는 세계 24개국, 3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그동안 만든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가지만 아무래도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더 갑니다. 제작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요. 요즘 한국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가 해외에 팔리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대체로 <프랑켄슈타인> 같은 서양적인 소재더군요. 내가 늙어서 그런지 한국적인 콘텐츠와 정서로 해외에서 박수를 받았으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라이징 작가, 오세혁

오세혁

극작가 겸 연출가 오세혁(36)은 지난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 흐마니노프>로 뮤지컬계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다. 그동안 연극 위주로 작업했던 그는 두 작품의 성공 이후 뮤지컬계의 러브콜을 잇달아 받고 있다. 올해 그가 서울시뮤지컬단의 <밀사>로 세 번 연속 창작 뮤지컬 히트에 도전한다.
“뮤지컬에 관심은 늘 있었지만, 2013년 연출가 김태형 등 동료들과 만든 <홀연했던 사나이>가 공모전에 떨어진 뒤 연극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제가 백석 시인에 대해 쓴 글 덕분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연출 의뢰가 들어왔고, 이 작품이 호평을 받으면서 뮤지컬 작업이 급증했어요.”
<밀사>는 김덕남 서울시뮤지컬단장이 그에게 헤이그 특사를 소재로 한 대본을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김 단장이 그에게 자유롭게 쓰도록 한 덕분에 그는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 수 있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라흐마니노프>는 제가 연출로 참여한 거라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작가로 참여한 <밀사>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넣었죠. 뮤지컬의 경우 음악의 힘 덕분에 시공간이나 상상력의 제약이 연극보다 덜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김덕남 단장이나 송시현 작곡가는 감사하게도 제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특사 3인방 가운데 가장 젊은 데다 그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위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위종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조선 최고 인재였다. 그런 이위종이 편안한 삶을 외면하고 왜 밀사가 됐는지, 이후 연해주로 가서 독립군 장교가 되고 러시아 사관학교에 가서 참전까지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헤이그 특사에 대해 리서치를 할수록 이위종 열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삶의 방식을 쉽게 바꾸지 못하거나 남을 인정하지 못하는데, 이위종 열사는 본인의 것이 맞지 않는다 싶으면 빠르게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분이었어요. 이위종 열사는 당시로는 드물게 러시아 여인이랑 국제결혼을 했는데요. 계속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놀랍게도 이위종 선생님의 증손녀께서 러시아에서 증조부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지난해 한국에 오셨더라고요. 그분이 이번에 오셔서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지난해와 올해 20편 안팎의 연극과 뮤지컬에서 연출, 극작, 각색, 윤색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거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수준이다. 다른 사람은 쫓아갈 수 없는 그의 이런 활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극단 걸판을 처음 만들었을 때 꿈이 공연만 해서 먹고사는 것이었어요. 지금 제게 이렇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는 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걸판이 자립하려면 민간 프로덕션부터 극장까지 다양한 방식의 제작을 경험하고 배워두는 게 중요하니까요.”
정식 명칭이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인 극단 걸판은 그가 2005년 배우 겸 작가 최현미 등 한양대 안산캠퍼스 풍물패 동문들과 만든 극단이다. 경기도 안산에 본거지를 둔 걸판은 노동극과 마당극으로 전국을 돌았다. 상근단원이 30명 정도로 지금은 연간 180회 안팎의 공연을 소화한다.
“마당극 형태의 노동극을 가지고 전국을 쉴 새 없이 다녔죠. 삶이 팍팍한 노동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어요. 지금도 연극과 뮤지컬을 통해 많은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게 목표예요.”
대학로 밖에 머물던 그는 2011년 신문사 두 곳의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면서 주류 연극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발한 소재와 유려한 대사, 따뜻한 웃음을 앞세운 ‘타고난 이야기꾼’인 그가 총아로 떠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윤택 선생님이 이끄는 극단 연희단거리패가 롤모델이에요. 극단 걸판도 언젠가는 이런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극장도 운영하고 싶거든요. 연희단거리패의 작품을 보면 동서양, 고전과 현대 등을 아우르는 등 스펙트럼이 넓으면서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놓치지 않습니다. 작품에 임하는 단원들의 기동성과 순발력도 대단하고요.”

서울시뮤지컬단 `밀사:숨겨진 뜻`

서울시뮤지컬단 `밀사:숨겨진 뜻`

일정 : 2017.05.19 (금) ~ 2017.06.11 (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금 19시 30분 / 수,목 14시 / 토 15시, 19시 / 일,공휴일 15시

티켓 :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문의 : 02-399-17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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