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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광화문, 바람이 부나요?

2017년 광화문, 바람이 부나요?

writer 이승엽(세종문화회관 사장)

세종로에 광장을 포함한 보행공간 조성계획이 수립된 것은 1990년대다.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광화문 일대가 변신한 첫 결실이 지금의 광장이다.
그 후 광장 자체는 불완전한 형태지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광장이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몇 개월 동안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그 가운데 촛불집회가 있었다. 서울에서만 모두 22번이 열렸다고 한다. 촛불집회의 중심지는 (‘세종문화회관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광화문이다. 그중에서도 광화문광장이다. 광화문광장은 광장이기는 하지만 좀 어색하다. 너비는 34미터인데 길이가 555미터나 된다. 비율이 극단적이다. ‘거대한 중앙분리대’라는 말까지 듣는다. 광장 양옆으로 왕복 10차선의 차도가 둘러싸고 있다. 촛불집회의 주 무대는 주로 광화문광장의 북쪽 끝에 마련되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긴 광장을 메우고 더 많아지면 차도를 메웠다. 그럴 경우 너비가 100미터쯤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광장은 형태를 완성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은 스스로 모양을 갖추었다.
광화문에 광장이 조성된 것은 2009년이다. 세종로 일대는 정치, 행정, 업무가 집결된 국가 상징 가로이자 600년 고도의 역사 문화 자원이 집중된 곳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심장에 해당되는 역할을 했던 곳이다. 광화문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급속한 변화를 거쳤다. 광화문의 역할은 어떤 때는 왜곡되기도 하고 무시당하기도 했다. 광화문이 갖는 의미에 비하면 공간도 협소해 특별한 장소성에 걸맞은 변화를 원하는 여론도 커져 갔다. 세종로에 광장을 포함한 보행공간 조성계획이 수립된 것은 1990년대다.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광화문 일대가 변신한 첫 결실이 지금의 광장이다. 그 후 광장 자체는 불완전한 형태지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세종문화회관 전경

그런 광장이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복 10차선인 광화문광장 앞 도로를 대폭 축소하고 광화문 앞 월대를 확장하며 육조와 의정부터를 복원하는 등 거창한 사업이다. 광장이 조성된 이후 광장과 그 일대를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자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가 구체적 대안을 내놓은 바도 있다.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재복원 사업이 제안되었지만 실행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뜻이 맞지 않았다고 들었다.
내가 일하는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부터 광화문 일대를 지켜왔다. 1961년 개관한 시민회관으로부터 따지면 66년간이다. 많은 사건과 변화의 한 가운데서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어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트센터로 출발하여 서울시와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비약적인 확장과 변화를 지켜봐 왔다. 세종문화회관도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나름 노력했다. 공무원 조직이었던 것을 재단법인으로 바꾼다거나 3개의 실내 공연장의 용도를 재조정한 것도 그 노력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도도한 시대의 흐름에 비하면 세종문화회관의 노력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광화문광장은 세종문화회관의 앞마당 같은 곳이다. 광장에 오는 시민은 세종문화회관의 고객이기도 하다. 광장의 변신은 세종문화회관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때맞춰 서울시가 주도하는 ‘세종로 예술복합단지’ 계획도 진행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하고 콘서트홀을 새로 짓는 이 계획은 세종로 일대를 문화적 상징 거리로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시민들의 기억과 감성이 축적된 전통의 세종문화회관을 포함하여 현대적 복합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면 우리나라 제1의 랜드마크가 되리라 꿈꿔도 되겠다. 하나 더 더하자면 서울 도심을 지하로 모두 연결하는 언더그라운드시티 프로젝트가 있다. 시청역부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잇는 지하도시 조성 계획이다. 서울 도심에 거대한 지하도시가 생기는 것이다. 이 계획에서도 광화문은 중요한 구간이고 대상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몇 년 전부터 이 계획에 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언더그라운드시티’ 계획을 수립하고 조금씩 진전시켜 왔다. 세종문화회관 처지에서 보면 좋은 기회가 여럿인 셈이다. 서울의 도심이 위상에 걸맞은 모양을 갖추는데 세종문화회관이 한몫할 날이 올 모양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