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시절에
세종예술아카데미 <히든보이스> 강사 김은경 인터뷰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윤문성(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스테디셀러인 <히든보이스>는 지난 4년간 수강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아왔다.
낮 12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적극 활용해 들을 수 있는 강의다.
수강생들은 한 시간 동안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며, 숨겨진 행복을 꺼내게 된다.
강의를 진행하는 소프라노 김은경은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소프라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김은경 (소프라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줄지어 있는 이름표다. 이름표를 살펴보니 ‘피가로’, ‘토스카’ 등 오페라 주인공과 ‘파바로티’, ‘네트렙코’ 등 유명 성악가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수강생들의 가명이라고 한다. 강의가 진행되는 한 시간 동안 동경하는 인물이 되어,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배울 수 있는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세계 민요부터 한국 가요, 주요 오페라 작품들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은경 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7학기 동안 <히든보이스>를 이어오고 계시죠. 올해 강의를 마무리하며 느끼는 특별한 감회가 있나요?
노래만을 가르치기 위해 시작한 강의는 아니었어요. 현대인들이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이 일을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요. 타인을 위해 봉사하더라도 정작 자신의 행복은 돌아보지 못하죠. 겸손과 배려가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자신의 소중함을 점점 잊는 것 같아요. 성악을 배우면 스스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노래하면서 자신의 호흡을 온전히 느낄 수 있거든요. 실제로 많은 수강생이 노래를 통해 마음을 치유했다고 밝혔고, 저 역시 책임감을 더욱 느낍니다.
처음 강의를 구상했을 때와 현재의 커리큘럼에서 변화가 생긴 점이 있다면?
애초에 강의를 구상할 때는 쉬운 성악곡으로만 진행하려고 했어요. 독일과 이탈리아 가곡들은 틈틈이, 조금씩 소개하려고 했죠. 정통 오페라 작품만 배우면 강의가 어렵게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오히려 수강생들이 이러한 곡들을 원했습니다. 곡을 완성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올해도 푸치니와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들을 다뤘어요. 강의를 오래 들은 사람 중에는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따로 배우는 분들도 계세요. 성악 아카데미가 다른 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이 신기해요. 현재는 재미있으면서도 학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수업을 지향합니다.
<히든보이스>는 ‘체험형’ 강좌이며, ‘힐링 성악 프로그램’을 표방합니다. 실제로 선생님께서도 한 인터뷰에서 <히든보이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프로젝트”라고 밝혔는데요. 성악이 자신감 형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성악은 ‘맨몸’으로 하는 분야입니다. 무엇보다 노래를 하려면 숨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자신의 숨결을 느끼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 수 있어요. 수강생들도 처음엔 나서서 노래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나중에는 부끄러움이 즐거움으로 변하죠.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수강하는 편이에요. 강의를 진행하면서 성악이 인성 발달에 필요한 장르인 것을 더욱 잘 알게 됐죠. 현재 대학에서도 전공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히든보이스> 수업 분위기가 훨씬 에너지가 넘칠 때도 있어요.
강의 중 수강생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파바로티’, ‘카르멘’ 등 가명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을 고안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히든보이스>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똑같은 위치에서 수업을 받습니다. 저 역시 수강생들을 편견 없이 대하고 있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오페라 역할이나 성악가를 선택해 이름을 정하면, 수강생들은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받아들입니다.
현재 다양한 기관에서 예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세종예술아카데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나요?
세종예술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은 학구열이 굉장히 높습니다. 어려운 작품을 배울 때 더 좋아하는 분위기죠. 그래서 내년 강의는 더 수준 높은 곡으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수강생들 사이도 매우 돈독한 편이죠. 수업을 녹음해 공유한다는 말을 듣곤, 강의할 때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웃음).
다년간 <히든보이스>를 이끌어 오면서 선생님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나요?
여러 해 동안 강의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 미래를 생각하게 됐어요. 아카데미는 시민들의 평생 교육의 장이 돼가고 있죠. 미래에는 시민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대학 교육이 축소되고, 아카데미 기관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 예상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제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행복한 사람이 남에게도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든보이스
기간 : 2017.03.21(화) ~ 2017.06.20(화)
장소 : 김은경 (소프라노,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횟수 : 12회 (매주 화 12시-13시)
수강료 : 300,000원
문의 : 02-399-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