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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정책 지형의 색다른 시간 구간, 2000년, 2010년 그리고 새 정부의 태동

예술정책 지형의 색다른 시간 구간, 2000년, 2010년 그리고 새 정부의 태동

writer 이승엽(세종문화회관 사장)

우리나라 예술정책 지형에서도 색다른 시간의 구간이 있다. 예술정책 시각에서(특히 공연 부문에서) 볼 때 다양한 변화가 한꺼번에 목격된다. 제도와 구도가 눈에 띄게 바뀌는데 그것이 시기적으로 몰려 있다.

지나간 시간(역사라 해도 좋다)을 보면 뛰어난 활약을 한 인물들이 특정한 시기에 몰려 있는 경우가 있다. 특별한 인연으로 엮어진 경우도 있다. 예술사에서도 그렇다. 소위 천재들이 특별히 같은 시대에 공존하는 예가 종종 있다. 실제로 그들이 다른 시대의 예술가들보다 뛰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 예술정책 지형에서도 색다른 시간의 구간이 있다. 예술정책 시각에서(특히 공연 부문에서) 볼 때 다양한 변화가 한꺼번에 목격된다. 제도와 구도가 눈에 띄게 바뀌는데 그것이 시기적으로 몰려 있다.
대표적인 때가 2000년과 2010년이다. 두 해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정권 교체 후 3년 차에 해당되는 해다.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모두 여야 정권 교체로 탄생한 정권이다. 전자는 수십 년에 후자는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둘째로 둘 다 비슷한 시기의 차이를 두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었다. 1997년과 2007년에 각 IMF 사태와 미국 서브프라임 경제위기를 겪었다. 경제와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재단법인 국립극단 (2010년 7월 출범)

재단법인 국립극단 (2010년 7월 출범)

재단법인 국립현대무용단 (2010년 8월 창단)

재단법인 국립현대무용단 (2010년 8월 창단)

2010년은 이명박 정부의 예술정책이 표면으로 드러난 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2월에 출범했다. 10년 만에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뤄진 터라 미리부터 큰 변화가 예상되었다. 이 정부의 예술정책이 공식적으로 나온 것은 2008년 9월이다. 유인촌 당시 문화부 장관은 국립중앙박물관내의 한 레스토랑에서 선택과 집중을 기치로 지원방식 개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개편, 국립예술기관 특성화, 인큐베이팅 제도 도입 등을 내세운 예술정책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원제도부터 바뀌었다. 당장 2008년 창작 팩토리 사업이 도입되었다. 선택과 집중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이다. 공연장 상주예술단체 지원제도도 유인촌 표 지원정책이다. 공연예술 부문의 집중 지원제도를 수정하여 2009년 시범 시행하고 차츰 전국으로 범위를 넓혔다. 공공 부문의 예술기관 변화도 가시화된다. 국립극단이 법인화하였고,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된 것이 2010년이다. 대학로예술극장이 완공되자 아르코예술극장을 인수하며 한국공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재단법인화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던 서울국제공연예술제도 인수하였다. 국립예술자료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재단법인으로 홀로 섰다. 모두 2010년에 이루어진 일이다. 전해인 2009년에는 명동예술극장을 기존의 정동극장에 소속시키고 법인명을 (재)명동정동극장으로 바꾸었다. 한국예술위원회는 2008년의 기본 방향 발표 후 대부분의 지원 사업을 지역에 이관하여 영향력과 선도력을 거의 상실했다(이 조치 중 일부는 그 이후 원상회복되거나 또 바뀌었다).

축 재단 출범 1주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음악회

그로부터 10년 전인 2000년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무엇보다도 2년 전인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출범으로 1960년대 이후 최초로 여야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초유의 경제위기 사태를 겪으며 한국사회가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문화예술 부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관련 법률들이 전면 개정되고 제도가 정비되었다. 전문예술법인단체 제도, 무대예술전문인 제도, 공연장 안전진단 제도 등이 새로 도입되었다. 국립극장이 책임 운영기관으로 전환했다.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 중 국립오페라단 등 3개 예술단이 법인으로 독립하며 예술의전당으로 베이스를 옮겼다. 예술의전당은 법 개정을 통해 특별 법인으로 전환했다. 1999년 세종문화회관은 재단법인으로 민영화되었다. 예술 부문에 경영과 효율이라는 이슈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민영화와 문화 산업, 전문인 경영 등과 같은 트렌드가 마련된 것도 이 무렵이다.

두 시기가 의미 있는 것은 당시의 변화가 지금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부의 변화를 수렴하여 등장한 것이 제도와 구도의 변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법률과 제도의 변화와 조정으로 이루어진 것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예술단의 법인화는 아직 진행 중이고 중점 사업들도 상당수는 계속되고 있다. 공과를 따지면 평가가 같을 수는 없다(개인적으로 나는 소위 ‘2010년 체제’에 아쉬운 점이 많다). 어느 날 이런저런 제도가 생기고 새로운 사업이 발표되며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한다. 2~3년 전부터 작동한 내외부의 힘과 반응이 그때서야 수면 위로 밀어 올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과 2010년에 이어 비슷한 양상이 2020년(또는 2019년)에 벌어지지 않을까 전망된다. 그리고 그것은 새 정부의 새 예술정책의 발현이 될 것이다. 호된 진통 끝에 등장할 새 정부는, 그래서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