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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을 위한 스케치를 그리다

‘2016 세종시즌’을 되돌아보다

큰 그림을 위한 스케치를 그리다

‘2016 세종시즌’을 되돌아보다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지난해, ‘세종시즌제’가 태동했다. 1년간의 잔잔한 미동은, 세종문화회관의 빛나는 미래를 위한 돌파구가 됐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은 ‘세종시즌제’라는 새로운 열쇠를 꺼내 들었다. 시즌제란 1년 단위로 극장이 자체 기획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미리 확정하는 것이다. 세종문화회화관 산하의 9개 예술단은 시즌 시작 전, 연간 프로그램을 전체 공개해 이목을 모았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이어진 ‘2016 세종시즌’은 48개의 레퍼토리를 총 463회 공연으로 선보였다.
2015년 3월, 세종문화회관 이승엽 사장은 취임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즌제’ 도입을 언급했다. 이후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세종문화회관의 시즌제가 실체를 드러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은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 공연장으로 꼽힌다. 국립극장은 2012년 9월에 ‘국립레퍼토리시즌’을 발표해, 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시즌제는 다소 뒤처진 출발이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세종문화회관에는 무려 9개의 예술단이 소속돼 있다. 삼청각과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서울돈화문국악당 같은 위탁 사업장도 운영한다. 유독 식구가 많으니 모두를 한곳에 모으기가 만만치 않을 거란 예상이었다. 이를 두고 이승엽 사장은 “서울시예술단은 세종문화회관 소속이라는 점과 장르에 대한 개성을 부각시키고 싶어 하는 이중성을 가졌는데, 서로 대화하지 않으면 후자가 강해진다”며, “모든 단체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눠 서로 정보를 교류하고 밸런스를 맞추게 하는 것이 시즌제의 형식적 역할”이라고 밝혔다.
연간 어떤 형식의 공연을 올릴 것인지 미리 공개하면, 공연장 이미지 형성에 매우 긍정적이다. 일례를 들면, 국립극장은 시즌제 도입 후 대관 공연보다 ‘전속 단체 기획 공연’에 방점을 찍었다. 이로써 국립극장의 관람객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전통의 현대화’를 내거는 공연장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이처럼 시즌제는 전속 단체를 통한 공연장 브랜드 가치 창출에도 고무적이다.

시기별 프로그래밍으로 관객을 모으다

①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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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② 라 트라비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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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라 트라비아타

③ 썸머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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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썸머클래식

④ 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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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신시

①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② 라 트라비아타 ③ 썸머클래식 ④ 신시

‘2016 세종시즌’에서 세종문화회관의 9개 예술단은 작품의 시의성에 주목하여, 사계절별로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묶어서 선보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을 기념해, 서울시뮤지컬단의 가족 뮤지컬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와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우리 동요 100년 다시 부르기 Ⅲ>을 무대에 올렸다. 7·8월은 여름방학 시즌에 맞춰,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썸머클래식>과 서울시합창단 <신나는 콘서트>를 열었다. 계절에 맞춘 프로그램은 공연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가족 단위 관객을 이끌었다. 10월과 11월에는 오페라와 무용의 대작을 한데 모았다. 헤닝 브록하우스가 연출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와 서울시무용단의 춤극 <신시>는 애호가층을 사로잡았다.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다

①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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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

②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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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

③ 맥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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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맥베드

④ 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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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함익

①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 ②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 ③ 맥베드 ④ 함익

연간 프로그램이 미리 정해지니, 제작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변했다. 작가·연출가 등 유명 제작진을 미리 선점했고, 연수 단원이나 시즌 단원 등 필요 단원들의 수요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시리즈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는 국내 최초로 다섯 대륙을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를 한자리에 모았고, 서울시무용단 <신시>는 발레리나 김주원과 윤전일, 한국무용가 이정윤을 캐스팅하게 됐다. 서울시오페라단 <맥베드>에는 스타 연출가 고선웅과 지휘자 구자범의 합류로 이목을 모았다. ‘2016 세종 체임버 시리즈’는 해외 무대에서 분주히 활동하고 있는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출연을 미리 확정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신작들이 유달리 화제를 모은 이유도 시즌제와 연관된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도요새의 강>, 서울시극단의 창작극 <함익>,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 뮤지컬 <서울의 달> 등 창작 작품들은 ‘2016 세종시즌’의 큰 축을 이뤘다. 미리 공연을 기획했기 때문에 창작을 위한 기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처럼 전속 단체를 지닌 공연장은 시즌제를 통해 작품의 사전 준비가 정밀해진다. 재공연의 경우에도 작품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홍보마케팅을 강화하다

세종문화회관의 홍보마케팅팀 측은 “시즌제 도입 후, 홍보 계획을 미리 수립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했다. 연간 프로그램의 통합 홍보가 가능해졌고, 다양한 채널에서 새로운 방식의 홍보를 고안하게 됐다. 이 점은 안정적인 관객 개발로 이어진다. 관객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여유를 두고 공연을 선택할 수 있다.
‘2016 세종시즌’ 패키지 티켓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청소년·대학생 대상의 ‘대극장 올패스 패키지’는 500매가 완판되는 기록을 남겼다. 오는 1월, ‘2016 세종시즌’의 대단원을 장식하는 가족 음악극 <십이야>는 패키지 사전 예매율이 50%나 된다.
첫 번째 시즌제를 거치며 세종문화회관은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과 마케팅 강화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이제는 극장 제작 콘텐츠를 중심으로, 공연장의 브랜드 강화에 관한 장기적 비전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치밀한 기획력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세종문화회관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성립해야 한다.

공연 홍보 포스터 3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