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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2 서울시극단 가족 음악극 <십이야>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2
서울시극단 가족 음악극 <십이야>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윤문성(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쌍둥이 남매의 좌충우돌 사랑과 우정 이야기, 가족 음악극으로 재탄생하다.

가족 음악극 <십이야> 장면 1 가족 음악극 <십이야> 장면 1

무대는 광대들의 전통이 살아 있는 유랑극단이다. 아기자기한 색감으로 가득한 유랑극단의 소품은 모든 이야기를 꾸미는 도구가 됐다. 이야기판을 펼친 광대들의 유쾌한 놀이로 공연 문이 활짝 열렸다. 광대들이 즐겁게 행진하며 노래를 부르자, 객석에 앉은 아이들의 엉덩이도 덩달아 들썩였다. 광대들이 온갖 엉터리 재주를 선보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광대왕은 객석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광대왕입니다. 성은 광. 이름은 대왕. 농담입니다. 하하하하! 나는 위대한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거의 모든 작품에 광대로 등장했습니다.”
농담 속에 섞인 친절한 해설. 광대왕 외에도 극에 나오는 모든 역할들이 대사를 통해 자신을 소개했다. 셰익스피어 원작에 대한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정이다. 각색을 담당한 극작가 오세혁의 날카로운 혜안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심지어 광대왕은 객석을 향해 물음을 던졌다.
“나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이야기들을 들려드릴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원하세요? 셰익스피어 선생님의 연극 제목을 아는 친구들 손!”
손을 든 아이들은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곳곳에서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어린이 관객 중 한 명이 무대에 올라와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판을 향해 다트를 던지면 ‘십이야’가 선택된다. 물론, 모든 칸엔 ‘십이야’가 적혀 있다. 광대왕은 “웬만해선 ‘십이야’가 나오기 힘들다며” 능청을 떨었다.

가족 음악극 <십이야> 장면 2

도입부부터 관객 참여 형태로 구성된 덕에, 아이들은 보다 쉽게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광대왕 역을 맡은 서울시극단 김신기 배우는 아이들과 호흡하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듯하다. 지난해 공연한 <모차르트와 모짜렐라의 마술피리 이야기>에서도 느껴졌는데, 어린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노련하다.
서울시극단의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겨울방학 기간, 온 가족이 셰익스피어 희곡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공연이다. 2015년 첫 작품으로 <템페스트>를 무대에 올렸고, 올해는 <십이야>를 선보였다. 두 작품 모두 ‘가족 음악극’을 표방한다. ‘가족’과 ‘음악극’을 위한 작품으로 <십이야>를 선정한 것은 탁월했다. ‘가족 음악극’이란 어감에서부터 따뜻함이 밀려오듯,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 선정돼야 한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 쌍둥이 남매로 인해 일어나는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는 다양한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세종문화회관은 다음 세대의 관객까지 끌어안기 위해 시즌마다 특색 있는 어린이 공연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 <모차르트와 모짜렐라의 마술피리 이야기>, <외할머니 댁에서의 여름방학> 등 다양한 형식의 어린이 공연을 모색해왔다. 2017-18 ‘세종시즌’에선 총 일곱 작품을 담은 ‘키즈 패키지’를 선보이며 미래의 관객을 위한 분주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원작을 각색한 어린이 공연이 보편화될수록, 작품마다 독특한 개성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각색자와 연출가의 역량이 다분히 중요한데, 가족 음악극 <십이야>는 최근 연극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창작진이 대거 합류했다.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김수희 연출을 필두로 극작가 오세혁, 작곡가 전송이, 안무가 은미진이 참여했다.
<십이야>는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으로 분류된다. 제목인 <십이야>는 크리스마스 후 열두째 날, 즉 1월 6일 전야를 말한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부터 1월 6일 밤까지 축제와 오락을 즐겼다. <십이야>는 이러한 축제의 마지막 날을 위한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의 결말에서는 세 쌍의 남녀가 결혼한다. 일리리아의 공작 오시노와 바이올라, 바이올라의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과 올리비아, 올리비아의 숙부 토비와 시녀 마리아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번 작품도 세 쌍의 남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오시노와 올리비아, 바이올라 사이의 모호한 관계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바이올라의 성(性)에 대한 오해 때문에 생기는 여러 사건에 의해 웃음을 머금는다.

가족 음악극 <십이야> 장면 3

원작과 차이를 둔 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쌍둥이 남매인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은 폭풍우를 만나서 헤어지게 된다. 원작에서는 역할들의 대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번 공연에선 쌍둥이 남매가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모습과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는 모습이 생동적으로 그려졌다. 오빠 세바스찬의 생사를 두고도 바이올라는 ‘반드시 살아 있다’며 원작보다 훨씬 희망적이다. 해적 안토니오의 활약 역시 원작과 다르다. 바다에 빠진 세바스찬을 구해준 안토니오는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둘은 좋은 친구가 되고, 동생을 찾아 떠나는 세바스찬과 마지막까지 함께해 의리를 지킨다. 하지만 원작의 안토니오는 오래전 저지른 범죄 때문에 일찍이 체포된다. 이 모든 것은 어린이 관객의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한 설정이다.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열 명의 광대들이 <십이야>의 역할로 분해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며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랑극단의 광대들은 원작의 주요한 역할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선 다양한 형태의 광대가 등장한다. 광대는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극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때론 셰익스피어의 대리자가 되기도 하고,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관객을 안내하기도 한다. 작품 초반, 광대왕이 셰익스피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광대들을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70분가량 진행된 신나는 항해는 모두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나자 아이들은 포토월에서 광대 복장을 한 배우들과 기념 촬영을 하며 순수한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시극단 배우들의 연기력은 놀랍다. 특히 창작극 <함익>에서 분신 역으로 호평을 받은 이지연 배우는 바이올라 역도 익살스럽게 소화해냈다. 배우들은 극 사이사이에 노래를 부르며 딱딱할 수 있는 고전 작품에 즐거움을 더했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노래까지 수월할 순 없었다. 물론 대다수 관객은 서울시극단 배우들의 노래 실력까지 기대하며 이 작품을 관람하러 오진 않았을 것이다. 공연이 끝난 후, 작품에 소개된 주요 선율들을 흥얼거리는 관객의 모습을 보니 그러하다. 가족 음악극 <십이야>는 사랑으로 점철된 작품이다.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서울시극단의 연말 고정 레퍼토리로 내세워도 될듯하다. 미래의 관객을 위한 서울시극단의 따뜻한 행보가 사랑스럽다.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Ⅱ-가족음악극 <십이야>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Ⅱ-가족음악극 <십이야>

기간 : 2017.01.13 (금) ~ 2017.01.30 (월)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목 11시 / 금 19시 30분 / 토 14시, 17시 / 일 14시 (월 공연없음)
*단, 1.27(금) 14시, 17시 / 1.28(토) 17시 / 1.29(일)~1.30(월) 14시, 17시

티켓 :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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