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시즌제 존재의 이유
writer 조은아(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공연장의 시즌제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즌제는 ‘시즌’이라는 구조를 놓고 공연장의 전체 프로그램을 계획, 설계, 실행, 평가하여 환류하는 공연장의 적극적 운영 방식이다.
공연장에서 시즌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분명히 있다.
여름에 긴 휴가를 보내는 유럽이나 북미 국가들의 경우에는 보통 9월부터 이듬해 5월 혹은 6월에 이르는 기간을 한 시즌으로 운영한다. 유럽에 체류하던 시기, 각 공연장의 시즌 북을 모으고, 시즌 오픈 시기에 맞춰 뉴스에서 미리 보여주는 공연들의 프리뷰 영상을 보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방송에서는 매년 대표적인 공연장의 다음 연도 시즌 프로그램 발표 시기를 뉴스로 보도해주고, 관객들은 각자 좋아하는 공연장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며 일 년 단위로 공연 관람을 계획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예술소비 행태로 자리 잡혀 있다.
공연장 운영에 있어 발달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시즌제가 공연장의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기본 골격이 된다. ‘시즌’이라는 구조(Structure)를 토대로 한 해의 프로그램을 구성(Design)하는 것이 공연장의 프로그래밍인 것이다. 이러한 시즌제의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관객들에게 형성되는 공연장의 이미지는 브랜드를 형성하고, 공연장은 브랜드를 통해 관객과의 관계를 유지, 개발함으로써 관객의 참여를 촉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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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운영에 있어 시즌제 도입은 여러 의미가 있다. 첫째, 기획 중심의 공연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운영진의 의지이자 약속이다. 시즌에 걸쳐 대표적인 시리즈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기획함으로써 수준 높은 공연장, 공연예술계를 선도하는 공연장으로 관객들에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이다. 공연장이 추구하는 가치와 운영 방향을 프로그램의 기획과 구성 방식을 통해 드러내고, 이를 통해 공연장은 정체성을 확립하고 특화된 포지셔닝을 확보한다. 특히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의 경우에는 수행해야 할 예술적, 사회적 기능이 있는데, 이를 관객들에게 드러내고 전달하는 방법은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이루어진다. 공연장의 프로그램 기획은 공연장의 비전과 방향을 실현하는데 합당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고, 프로그램의 제공 방식은 일반적으로 시즌제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둘째, 시즌제는 산하단체 혹은 상주단체와의 공생과 공진화를 위한 토대이자 서로 간의 협약이다. 시즌제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는 시즌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울 수 있도록 해주는 공연 콘텐츠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산하단체나 상주단체의 공연들이 토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단체들의 수준 높은, 때로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시즌제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연뿐만 아니라 오픈 리허설, 관객들과의 만남, 해설이 있는 공연 등과 같은 이벤트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단체 중심의 시즌 프로그램을 공연장의 전체 프로그램에 의미 있게 연결해주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시즌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9개의 서울시예술단이 시즌제의 주축이 되어 함께 기획에 동참하고 있다.
셋째, 시즌제는 관객을 위한 티켓 서비스의 제공 방식임과 동시에 관객에 대한 관리 방식이기도 하다. 공연장은 다양한 패키지 티켓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회원을 확보하게 되는데,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시즌 티켓의 운영은 충성 관객을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한 사전예매제도를 통해 공연장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티켓 판매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관객 확보를 위해 다른 방식의 마케팅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좋은 좌석에서 본인이 원하는 공연을 관람하고자 특정 공연장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일 년의 공연 관람을 미리 계획하는 관객의 모습은 공연장이 원하는 관객상이다. 이러한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연장은 더 나은 프로그램, 다양한 프로그램,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즌제에 담고자 고민하며 시즌을 구성하게 된다.
LG아트센터 2017 기획공연
공연장 운영에 있어 시즌제 도입은 여러 의미가 있다. 첫째, 기획 중심의 공연장으로 나아가겠다는 운영진의 의지이자 약속이다. 시즌에 걸쳐 대표적인 시리즈 프로그램과 페스티벌을 기획함으로써 수준 높은 공연장, 공연예술계를 선도하는 공연장으로 관객들에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이다. 공연장이 추구하는 가치와 운영 방향을 프로그램의 기획과 구성 방식을 통해 드러내고, 이를 통해 공연장은 정체성을 확립하고 특화된 포지셔닝을 확보한다. 특히 국가나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의 경우에는 수행해야 할 예술적, 사회적 기능이 있는데, 이를 관객들에게 드러내고 전달하는 방법은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이루어진다. 공연장의 프로그램 기획은 공연장의 비전과 방향을 실현하는데 합당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고, 프로그램의 제공 방식은 일반적으로 시즌제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둘째, 시즌제는 산하단체 혹은 상주단체와의 공생과 공진화를 위한 토대이자 서로 간의 협약이다. 시즌제 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는 시즌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채울 수 있도록 해주는 공연 콘텐츠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산하단체나 상주단체의 공연들이 토대가 되어주어야 한다. 단체들의 수준 높은, 때로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시즌제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연뿐만 아니라 오픈 리허설, 관객들과의 만남, 해설이 있는 공연 등과 같은 이벤트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단체 중심의 시즌 프로그램을 공연장의 전체 프로그램에 의미 있게 연결해주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시즌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9개의 서울시예술단이 시즌제의 주축이 되어 함께 기획에 동참하고 있다.
셋째, 시즌제는 관객을 위한 티켓 서비스의 제공 방식임과 동시에 관객에 대한 관리 방식이기도 하다. 공연장은 다양한 패키지 티켓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회원을 확보하게 되는데,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시즌 티켓의 운영은 충성 관객을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 2017 시즌
또한 사전예매제도를 통해 공연장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티켓 판매의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관객 확보를 위해 다른 방식의 마케팅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좋은 좌석에서 본인이 원하는 공연을 관람하고자 특정 공연장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일 년의 공연 관람을 미리 계획하는 관객의 모습은 공연장이 원하는 관객상이다. 이러한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연장은 더 나은 프로그램, 다양한 프로그램,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즌제에 담고자 고민하며 시즌을 구성하게 된다.
시즌제는 관객의 입장에서도 하나의 공연장과 관계를 맺는 매력적인 방식이다. 공연장의 시즌제는 관객에게 패키지 티켓 구입을 통한 적극적이고도 합리적인 예술 소비를 가능하게 해준다. 공연장이 내놓는 한 해의 프로그램을 한눈에 훑어보는 것은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들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과 같은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관객으로서 선호하는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해의 공연 관람을 계획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며, 더불어 티켓을 미리 구입함으로써 좋은 좌석을 할인된 가격에 선점하는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공연장이 시즌제를 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시즌제를 운영하는 공연장은 LG아트센터, 국립극장 그리고 세종문화회관과 같이 규모가 크거나 대표성을 가지는 공연장이며, 예술단체 사례를 봐도 서울시립교향악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과 같이 브랜드와 자체 관객층이 확보된 경우에 시도되고 있다. 또한 시즌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프로그램의 기획은 예술적 방향과 재무적 예측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시즌의 적용은 프로그램의 운영 차원에 머무르는 문제가 아니라 공연장의 전체적 운영 차원에 통합되어야 한다.
산하·상주단체와의 관계, 예산 회계 연도와의 실질적 연계성, 대관 방식의 문제, 공연 제작 구조 문제 등 공연장 운영 구조와 나아가서는 공연예술계의 생태계와도 얼라인먼트를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제는 시즌이라는 구조를 놓고 공연장의 전체 프로그램을 계획, 설계, 실행, 평가하여 환류하는 공연장의 적극적 운영 방식이라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시즌제를 통해 예술 프로그램의 성격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공연장이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인 기능들에 대한 균형을 고민하고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예술성과 대중성, 전통과 현대, 기획과 대관, 해외 초청과 창작 공연, 잠재 관객과 충성 관객, 예술 공간으로써의 역할과 생활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 등 공연장이 선택해야 하는 방향을 한 해 한 해 시즌제 프로그램에 투영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매년 관객은 공연장의 선택을 지켜보고 동의하고 참여한다.
세종문화회관은 2017-18 시즌에 총 57개 430회의 공연과 전시를 바탕으로 세종M씨어터 개관 기념공연 패키지, 만 4세 이상 어린이를 위한 키즈 패키지, 예술단별 공연 패키지 등 보다 다양한 패키지 방식을 기획했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이 시즌에 구성된 모든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공연장의 사명과 목표를 담아나가고, 프로그램의 차별화와 혁신을 이루어가고, 그래서 관객이 선호하고 선택하는 공연장으로 자리 잡는 데 시즌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하며 지지를 보낸다.
① ROYAL OPERA HOUSE LIVE KINO SAISON 2016/17 ② American Repertory Theater 2016/17 Season ③ BalletMet 2016/17 S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