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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리실라>, 호주를 알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다

뮤지컬과 여행 이야기

뮤지컬 <프리실라>, 호주를 알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다

뮤지컬과 여행 이야기

writer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뮤지컬평론가)

정말 아는 만큼 보고 즐기는 뮤지컬 감상의 원칙을 십분 체험할 수 있는 뮤지컬 <프리실라>.
호주를 알고 보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이 이 뮤지컬의 숨겨진 매력 아닐까.

뮤지컬 <프리실라>
뮤지컬 <프리실라>

뮤지컬 <프리실라>

요즘 세계 뮤지컬 공연가에서 가장 인기 높은 두 형식을 꼽으라면 답은 간단하다. 바로 ‘무비컬’과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신작 중 열에 여덟은 두 형식 중 하나라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향수’와 ‘복고’가 유행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 시간 남짓한 무대를 낯선 이야기와 새로운 음악에 대한 부담 없이 익숙한 줄거리와 낯익은 음악으로 다시 즐길 수 있는 매력이 크게 어필되기 때문이다.
‘무비컬’은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은 왕년의 인기 가요를 소재로 한 뮤지컬을 말한다. 아예 두 형식을 적절히 뒤섞는 경우도 있다. 바로 뮤지컬 <프리실라-사막의 여왕>이다. 원작은 1994년 발표된 호주 영화 <사막의 여왕, 프리실라의 모험>이다. 주인공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으로 나왔던 연기파 배우 휴고 위빙인데, 호주의 시드니에서 앨리스 스프링스까지 이어지는 사막 횡단 버스 여행 속에서 주인공 ‘틱’이 친구들과 함께 겪게 되는 일련의 여정을 보여준다. 로드 무비 형식의 이야기는 틱의 비밀을 하나씩 드러내며 흥미를 더하는데, 예를 들어 드래그 퀸(남자 동성애자)인 그는 결혼했던 과거가 있고, 그래서 이성애자인 부인이 있으며, 게다가 8살짜리 아들 벤자민이 존재한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그렇다. 처음 만나는 어린 아들에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려워진 주인공은 깊은 고민에 빠지지만, 의외로 편견 없이 가족이자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아들과의 감동적인 대화는 이 영화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드래그 퀸의 이색 퍼포먼스로 포장된 화려한 이미지들이지만, 사실 영화 속 이야기의 진짜 재미는 성 소수자에 대한 별난 묘사나 편견보다 보편적인 가족애 그리고 핏줄(?) 확인의 훈훈함이라는 휴머니즘의 감동이 따뜻하게 전개되며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든다는 점이다.

뮤지컬 <프리실라>

뮤지컬 <프리실라>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세계 영화계에 알린 기념비적 성과를 수립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로 일컬어지는 성 소수자들이 사실 ‘틀린’ 것이 아닌 ‘다른’ 존재들이며, 그들의 삶이나 사연에 대한 관심을 특정한 성적 성향의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로까지 확장시킨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대중적 흥행은 언론이나 평단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반향을 이끌어냈고,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의상디자인상을 거머쥐는 성과를 이뤄낸다.호주산 영화를 가져다 무대용 뮤지컬로 각색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뮤지컬은 영화를 만들었던 호주 제작진이 직접 참여해 작품의 일관된 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화에서 못다 들려준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더해 그만의 매력을 추구하는 형식을 띤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재미있고, 익숙하면서도 다시 새로워야 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흥행 공식이 적절히 반영된 성공적인 진화였던 셈이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호주 전경

호주 전경

뮤지컬이 더욱 특이했던 점은 주크박스 형식의 음악적 활용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드래그 퀸들의 무대는 대부분 립싱크인 점을 감안해, 보다 과감하게 80~90년대 인기 대중음악을 대거 차용해 컴필레이션 쇼 계열의 주크박스 뮤지컬로서의 재미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대에서는 티나 터너의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펫 샵 보이스의 ‘Go West’, 바나나라마의 ‘Venus’, 주디 콜린스의 ‘Both Sides Now’, 신디 로퍼의 ‘Girls Just Wanna Have Fun’, 글로리아 게이너가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됐던 ‘I Will Survive’ 등 주옥같은 왕년의 팝송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멀뚱멀뚱하게 서서 노래방 분위기로 가사만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온갖 형형색색의 의상과 무대효과가 더해져 무대에는 일대 장관이 펼쳐진다. 기발하고 이색적인 장식들이 비주얼 효과에 덧붙여 재연되다 보니 흡사 브라질의 길거리 퍼레이드 축제라도 온 것처럼 흥겹고 즐거운 분위기가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는 매력을 담아내게 됐다. 호주라는 지역적 배경을 감안하고 감상하면 더욱 만끽할 수 있는 매력도 이 뮤지컬의 큰 장점이다. 원작 영화도 호주산이고,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대도시와 사막, 시골의 마초 같은 지방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풍경도 지극히 호주식 정서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식 유머 감각이 더해진 의상과 비주얼도 배꼽 잡는 재미를 만들어내는 이 뮤지컬의 재미난 요소들이다. 단연 압권을 이루는 것은 커튼콜이다. 호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캥거루와 타조, 코알라, 목도리도마뱀 모양의 의상들을 갖춰 입은 여장 남자 드래그 퀸들의 무대는 한 명 한 명씩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이를 알아보는 객석의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 만큼 흥겹고 유쾌하다. 주인공인 세 남자-드래그 퀸인 틱과 아담, 트렌스젠더인 버나뎃이 입고 나오는 하얀색 드레스도 재미난 반전의 효과를 담고 있다. 따로 서 있을 때는 알아볼 수 없지만, 나란히 자리를 잡으면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이미지가 완성되는 이색적인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말 공연에서보다 오세아니아 국가들이 더 익숙한 영미권 국가에서 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던, 호주를 알고 보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이 이 뮤지컬의 숨겨진 매력이라고 부를 만하다.

호주 전경

호주 전경

뮤지컬 <프리실라>는 글로벌한 흥행을 이뤄냈다. 첫 시발점이었던 호주 시드니에서의 공연과 대중적인 인기를 필두로 2009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레 미제라블>이 장기 공연됐던 유서 깊은 팔레스 극장에서 3년여 동안 좋은 흥행 성적을 이어갔다. 2010년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또 2011년에는 뉴욕 브로드웨이와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트리에스테 등지에서, 2012년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2013년 9월에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막을 올리며 글로벌 무대에서 승승장구 인기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에서는 총 26개 도시에서 투어 프로덕션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대장정을 이어가는가 하면, 우리말 공연은 2014년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려 이색적인 재미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국경과 언어, 도시와 지방 등 환경이나 조건을 초월한 전 지구적 흥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보편타당한 가치관과 인간애에 근간을 두고 있다. 처음에는 별난 성 정체성의 등장인물이 신기하다가 극의 종반부에서는 그 이채로움의 이면에 있는 인간적인 매력과 공감대를 발견하고 감동받는데 진짜 재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해외 공연장을 찾아보면, 어깨를 들썩이며 환호하고 즐기는 다양한 연령의 관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아예 파티 차림을 하고 실컷 ‘즐기러’ 무대를 찾는 관객도 많다. 덕분에 ‘불금’에 더 표를 구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재미난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앙코르 무대가 꾸며진다면 호주를 꼭 염두에 두고 감상하길 권한다. 원작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정말 아는 만큼 보고 즐기는 뮤지컬 감상의 원칙을 십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