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가을에 펼쳐지는 ‘예술장터’
2016 서울아트마켓 현장스케치
writer 구자윤(세종문화회관 서양음악단운영팀)
이 계절이 되면 공연계에 어김없이 펼쳐지는 예술장터, 서울아트마켓이 있다.
아트 마켓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술 교류의 한계와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가을은 공연계가 안팎으로 가장 바쁜 계절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자리 잡고 있는 광화문 역시 10월을 맞이해 광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야외 행사와 페스티벌, 전시 등으로 하루가 멀다고 분주한 모습이다. 세종문화회관도 가을 축제와 예술시장, 야외 전시, 시민예술제 등 다양한 실내외 프로그램으로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이 계절이 되면 공연계에 어김없이 펼쳐지는 ‘예술장터’가 있다. 바로 ‘서울아트마켓(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PAMS, 이하 팸스)이다. 올해로 벌써 12회를 맞이한 팸스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국내외 예술가들 및 예술 작품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해외 진출을 돕고자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아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문화행사다. 올해는 아르코 예술극장과 대학로 예술극장,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10월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다.
서울아트마켓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크게 쇼케이스, 부스 전시, 학술 행사, 네트워킹으로 구분되는 아트마켓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팸스 스스로가 소개하는 행사의 목표를 그대로 옮기자면) 예술 교류의 한계와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팸스는 국내외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모여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둔다. 나아가 유통 창구로서의 역할에만 머물기보다, 교류를 통해 다양한 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작과 유통의 접점을 넓히고자 한다.
팸스에서는 공연 및 예술기관의 정보를 얻거나 사고파는 방법으로 리셉션 행사와 스피드데이팅, 부스 전시가 준비되지만, 이곳이 ‘(예술)시장’인 만큼 사실 정해진 소통방식이란 없다. 어차피 마켓이 열리는 기간 동안 수많은 바이어와 프리젠터가 ‘장터’를 오가고 매년 평균 47개국, 2~3천여 명의 문화예술인이 팸스를 찾기 때문에 약간의 관심과 적극성만 있다면, 그리고 약간의 언어 능력까지 있다면 눈길을 끄는 예술작품이나 단체에 쉽게 접근하기에 팸스만한 곳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거나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예술계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기에도 팸스는 참 고마운 행사다. 올해 팸스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었다.
올해 초, ‘세종 시즌’을 선보이며 9개 예술단의 레퍼토리 프로그램과 풍성한 기획 공연을 마련한 세종문화회관도 2년 만에 부스 전시를 통해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했다. 개별적인 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공간’으로써의 정체성이 더욱 부각되는 세종문화회관의 부스에도 다수의 예술단체와 해외 프리젠터들이 방문했다. 상주 예술단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비롯해 회관의 자체 기획 프로그램 외에도 연간 얼마나 많은 외부 예술가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지와 예술단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것이 그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에 상주하고 있는 9개의 서울시예술단은 서울 대표 공연예술단체로써 여러 자치구 공연은 물론 지방과 해외 초청공연 등 광화문을 벗어난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협력, 연계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든 해외든 외부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좀 더 빠르고 수월한 교류를 위해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볍고 언어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쉬운 콘텐츠가 주목받기 마련이다. 회관의 부스를 찾은 대부분의 방문객도 ‘음악’이나 ‘무용’ 등 넌버벌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예술을 선보일 공간도, 기회도, 보여줄 수 있는 자체 프로그램도 참 다양한 세종문화회관이지만, 이번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며 다시 한 번 느낀 점 중 하나는 이러한 장점을 잘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는 통일성 있는 소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이 보유한 수많은 상품 중 팸스라는 시장에 적합한 대표 콘텐츠 몇 개를 중점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대규모 자본이나 화려한 광고가 없어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대표 메뉴와 트렌드에 맞는 약간의 홍보 센스가 있다면 외진 골목길에 있어도 ‘맛집’으로, 시장성 있는 ‘핫플레이스’로 대박이 나는 시대다. 이왕 장을 보러 간다면, 야무진 살림꾼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내놓고 팔지, 또 무엇을 사올 것인지 좀 더 꼼꼼한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년 가을에는 세종문화회관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써 국내공연예술의 발전과 해외 진출에 일조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