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업실
아트로드-한국을 담다
writer 김물길(<아트로드> 저자, 여행 작가)
<아트로드> 국내 편을 들고 다시 돌아온 김물길 작가. 673일의 세계여행은 ‘낯섦’과 ‘새로움’이 공존했다.
국내 여행은 달랐다. 여행지 자체에 의미가 있고 마음이 이끌리는 곳을 우선으로 했다.
그래서 첫 번째 여행지는 바로 부모님의 고향, 사랑하는 할머니가 계신 충남 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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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머니 댁에 다다르자 밭일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더운 날씨에 챙 있는 모자 하나로 햇빛을 가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잡초를 뽑는 할머니의 모습이 괜히 뭉클하다. 오는 길에 사 온 아이스크림콘을 꺼내서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길에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을 드시는 할머니.
“할머니, 쉬엄쉬엄하세요. 날이 너무 더워요.”
“잡초는 하루만 안 뽑아도 얄밉게 쑥쑥 커. 곡식은 쬐-금씩 자라고 말이야.”
할머니께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뭔가를 몰래 보여줄 것처럼 내 손을 잡고 아랫방으로 데려가셨다.
“할머니가 우리 수로 그림 그리기 편하게 아랫방을 이렇게 싹 ― 정리해놨어. 여기 있는 동안 이 방이 네 작업실이야.”
작은 방 안에는 네모난 자줏빛 교자상이 놓여 있고, 이불과 옷가지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할머니께서 손녀 온다고 기대하며 준비한 마음이 방안에 가득 차 있어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할머니 댁에 나의 멋진 작업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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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할아버지 댁 대문에 기대어 쉬고 있던 빗자루.
빗자루에 포슬포슬하게 달린 것들이 뭐지 하고
가까이 들여다봤다.
오밀조밀한 이들의 정체가 뭘까 할아버지께 여쭤보니,
수수로 만든 빗자루라고 하신다.
수수 알맹이가 작은 손 같다.
그 손들은 아주 열심히 움직이느라 바쁘겠다.
열심히 바닥을 쓰느라고 말이다. -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눈과 입술을 가진 그들.
간월암(看月庵)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밤이 되면 달을 보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