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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와 안정의 조화

성취와 안정의 조화

writer 이승엽(세종문화회관 사장)

안정지향형과 성취지향형 인간, 이 두 가지 성향을 갖춘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한 골을 넣기 위해’ 뛰는 선수와 ‘한 골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지혜로운 말이다.

도서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 표지

노래방이 모든 여흥의 피날레를 장식하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 그랬다(지금은 모르겠다). 나는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래방 광풍에도 불구하고 평생 노래방에 간 것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모든 회식과 모임이 노래방으로 끝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방을 좋아하기는 좋아하는구나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주변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정식으로 조사해보지는 않았지만,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대충 10명 중 두세 명 정도였다. 적극적으로 노래방에 가는 것이 싫다는 사람도 그 정도였다. 나머지는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깨는 것보다는 노래방을 가는 것을 선택하는 부류였다. 따지고 보면 7할이 노래방에 가는 것을 특별히 즐기지 않으면서 결국은 모두가 노래방에 몸을 맡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노래방파’라는 소수파가 이렇게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기재일까, 궁금했다.

토리 하긴스라는 심리학자는 인간형을 둘로 구분한다.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이라는 사회 심리학자와 함께 쓴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원제 : Focus)>에 나오는 얘기다. 그 둘은 ‘성취지향형’ 인간과 ‘안정지향형’ 인간이다. 물론 한 개인에는 두 기질이 섞여 있다. 우세한 성향이 있을 뿐이다. 두 인간형은 동기 성향은 물론 자극받는 방식 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손실을 최소화하고 실패를 피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안정지향형과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성취지향형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쪽은 지지 않기 위해 또 한쪽은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한다.
그는 위에 인용한 책에서 같은 상황에서 두 인간형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사례를 들고 있다. 우주 어드벤처 영화 속 한 장면이다. 광활한 우주를 순찰하다가 레이더에 정체불명의 물체를 발견한다. 이 물체는 조치를 취해야 할 적군이거나 조치가 필요 없는 지나가는 물체일 수 있다. 순찰선에는 제한적이지만 값비싼 핵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때 생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네 가지다. 첫째 핵폭탄을 발사하고 적인 경우다. 이 경우는 영웅이 된다. 둘째 핵폭탄을 발사했는데 적이 아닌 경우다. 낭패를 당한다. 셋째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적이 아닌 경우다.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 넷째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적인 경우다. 선제공격을 당한다. 성취지향형 인간은 앞의 두 경우에 해당된다. 성공과 성취의 가능성에 꽂히는 것이다. 안정지향형 인간은 뒤의 두 경우에 해당된다. 불확실함과 실수를 피하고 싶은 것이다.

물가에 돌이 포개어져 쌓여 있는 광경

회사 CEO 역할을 두 해 하면서 고민이 많다. 그중 하나는 어떻게 변화를 리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그렇지만 모든 조직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을 것이다. 보통 위기는 변화나 혁신을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 여기까지는 구성원들의 뜻이 맞는다고 치자. 그 이후가 더 어렵다. 어떤 것으로 어떤 식으로, 어떤 속도로 일을 도모할지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은 것이다. 하긴스의 주장에 따르면 목표나 방향도 문제고 거기까지 가는 과정도 쉽지 않다. 물론 구성원들이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인도 다르게 해석한다. 예를 들어 성취지향형은 성취의 증거에 반응한다. 안정지향형은 그를 경계한다. ‘우리가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은 성취지향형에게 더 잘할 거리를 제공하지만, 안정지향형에게는 별 흥미를 끌지 못한다. 안정지향형은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에 반응한다. 강조하는 것이 성취냐 위험이냐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용하는 것이다.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변화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내가 안정지향형 주류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인 성취지향형 인간이라면 고민을 생략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돌파하려고 할 것이다. 우연하게도 하긴스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안정지향형이 65% 정도 된다고 한다. 성취지향형 35%는 ‘노래방파’의 비중과 비슷하다. 그동안 겪어본 바에 따르면 우리 회사도 그 비중은 비슷한 것 같다. 또 하긴스의 말을 인용하면(한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두 가지 성향을 갖춘 사람이 팀을 이뤄 일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한 골을 넣기 위해’ 뛰는 선수와 ‘한 골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선수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지혜로운 말이다. 더 고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