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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와 마주한 시간

서울시극단 최나라&이지연 인터뷰

또 다른 나와 마주한 시간

서울시극단 최나라&이지연 인터뷰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이도영(STUDIO D) / stylist 이서연

시대를 초월한 햄릿의 마음으로 <함익>의 중심에 서 있는 두 배우를 만나다.

함익의 일상은 화려하다. 재벌 2세, 연극학과 교수 등 누가 봐도 근사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고독한 복수심으로 병들어 있다. 자살한 어머니가 아버지와 계모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아버지의 권위에 맞서지 못한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서울시극단의 신작 <함익>은 셰익스피어 <햄릿>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햄릿의 성별이 여성인 함익으로 바뀌면서, 원작 인물들도 다채롭게 각색됐다. 클라우디우스는 새어머니 홍보라로, 거트루드는 아버지 함병주로 배치됐다. 오필리어는 함익의 남자친구인 오필형으로, 폴로니어스는 오필형의 어머니로 재탄생했다. 원작의 유령 대신, <함익>에서는 주인공의 새로운 자아가 등장한다. 원작에서 골자로 한 복수의 서사를 뒤편으로 밀어내고, 행간에 숨어 있던 햄릿의 심리에 주목한 것이다. 함익의 심리적 흐름에 따라 작품이 흘러가며, 굳이 원작 <햄릿>과 연결시키지 않더라도 함익의 외로움은 현대인의 삶과 겹쳐 있는 지점이 많다. 서울시극단의 단원인 최나라가 고독한 여인 함익 역을 맡았고, 이지연이 함익의 분신을 연기한다. 작품 연습이 한창이던 7월 말,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배우 최나라와 이지연을 만났다.

(좌)최나라, (우)이지연
최나라

<함익>은 새로운 플롯 안에서 햄릿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원작 셰익스피어 <햄릿>은 어떻게 읽었나?

최나라 많은 사람들이 햄릿을 이야기할 때, 고뇌하고 번뇌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햄릿을 고민만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 이번 <함익>을 맡기 전, 나 역시 햄릿을 실천하지 못하는 인물로 받아들였다. 많은 이들이 삶을 살아갈 때, 계획한 것을 실행하지 못하면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는가. 햄릿도 일부러 행동하지 못하는 지점을 발견해내고, 그걸 이유 삼는다고 생각했다.

<함익>을 읽고, 새로운 <햄릿>을 발견한 것인가?

최나라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다는 점이다. 햄릿이 남들보다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한 것이 아니었다. 누구나 행동을 할 때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한다. <햄릿>과 <함익> 모두 그 지점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 중 연극청년 정연우도 햄릿 역을 무척 연기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햄릿은 남성배우들이 꼭 연기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자주 꼽힌다. <햄릿>을 모티브로 한 작품의 주역으로 무대에 서는 소감이 궁금하다.

최나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함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얽혀 있다. 함께 연기하는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햄릿>은 워낙에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햄릿>의 한국적인 정서나, 한국 사회로 가져와서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할지도 고민이다.

이지연

극에는 주인공 함익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가 등장한다. 함익의 자아를 어떤 역할이라고 해석했나?

이지연 함익은 억압된 환경 속에서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냈다. 내면에 쌓인 것을 분출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어려운 역할이라 생각했고, 캐스팅이 됐을 때도 정말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연습을 통해 아직도 캐릭터를 찾아가는 중이다.
최나라 함익은 관계성이 결여된 인물이다.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배신에 대한 분노로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가졌다. 정서적인 결핍으로 인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온전히 맺지 못하는 고독한 사람이라, 주로 차가운 말을 내뱉는다. 성격이 사나운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소통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함익은 엄마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던 중학교 시절, 우연히 본드를 불고 환영을 본다. 그 환영으로부터 억압되어 있던 자유로운 속내를 알게 된다. 함익이 불러내는 또 다른 자아는 하고 싶은 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는 존재다.

연습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배역에 대해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면?

이지연 함익의 자아가 실재의 인물인 함익을 잘 이끌지 못하면, 관객들은 무대 위 두 캐릭터에게 반감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잘 표현해야지만, 함익의 솔직함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나라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익이라는 한 여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떻게 해야 관객이 함익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함익이 사랑받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이다. 함익의 행동들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배우가 철저히 파고들어야 한다. 분노와 아픔이 너무 거칠게만 표현되면 오히려 함익에 대한 동정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극 중 함익의 모든 행동은 상처에서부터 온다. 원래 배우는 일상생활에서 극 중 인물과 감정을 떨어뜨려야지만 그 인물에 대해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성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자꾸 함익과 동일시된다. 연습실에 올 때부터 우울함이 밀려오고, 연습이 끝나도 감정의 여파가 지속된다. 함익의 모든 행동이 내면 깊이 간직한 상처에서부터 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역에 너무 함몰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그동안 <햄릿>을 소재로 하는 많은 작품이 있었다. 이번 작품이 동시대에 주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

최나라 이 이야기는 한 여자가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의 관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있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함익처럼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결단하지 못하고 고민을 간직한 채로 삶을 산다. 고민이 크나 작으나, 당사자에겐 굉장히 큰일이다. 작품을 통해 이러한 점들이 대중에게 전달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지연 나는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대면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임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창작극 `함익`

창작극 `함익`

기간 : 2016.09.30 (금) ~ 2016.10.16 (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월,수,목,금 19시30분 / 토 14시, 18시30분 / 일 14시 / 화 공연없음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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