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즐기는 <앙상블 마티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의 아버지, 파파 하이든’
writer 이미배(전북대학교 교수) / photo 윤문성(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토요일 한낮, 온 가족이 즐기는 친근한 클래식 음악회 <앙상블 마티네>.
관객들에게 소규모 앙상블을 통해 실내악의 섬세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극장이 비는 오전과 낮 시간에 이루어지는 마티네 공연은 몇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극장이 비는 시간을 활용하고 있으니 음악회 티켓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리고 각종 공연들로 붐비지 않는 시간에 공연이 이루어지므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지는 <앙상블 마티네>의 경우 연주를 직접 이끌고 있는 지휘자나 음악감독이 작품의 해설자가 되어 음악 작품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진솔하게 설명해주기도 한다. 공연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혹여 어렵거나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듣느라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접어둘 만하다.
7월 2일 토요일 1시에 있었던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앙상블 마티네> I 공연은 이러한 마티네 공연의 장점들이 극대화되었다. <앙상블 마티네> 공연이 온 가족을 위한 클래식 음악 공연의 본보기로 자리 잡기에 충분하다는 확신을 준 음악회였다. 세 개의 음악회 시리즈로 구성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앙상블 마티네> 공연 중 첫 번째 공연이었던 이번 음악회의 주제는 ‘교향곡의 아버지, 파파 하이든’이었다.
공연은 하이든의 작품이 아닌, 백상희 작.곡의 관현악곡 ‘산책’으로 문을 열었다. <앙상블 마티네>로 기획된 세 번의 공연이 빈 고전파로 알려진 세 명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각각 구성이 되어 있지만, 매 공연에 길지 않은 한국의 창작음악이 한 곡씩 포함되어 있다. 연주에 참여하는 젊은 연주자들과 음악회에 참석한 청중에게 우리의 창작곡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18세기 서양의 작곡가의 이름을 붙인 음악회의 시작을 현대 한국 작곡가의 관현악곡으로 시작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데, ‘산책’에서 나타나는 관현악의 조화와 아름다움이 고전 시대에 다양한 악기들을 엮어 오케스트라 음악의 전형을 만들어내었던 작곡가 하이든 작업과 무관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했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으로 본격적인 하이든의 음악이 펼쳐졌다. 협연자 김보민(대전 와삼초 5학년)은 초등학교 5학년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침착하고 안정된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런 탁월한 어린 연주자가 발굴되어 무대 위에 오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지켜보는 청중 모두 뿌듯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한편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트럼펫 협주곡의 협연자 백향민(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과정)은 충분히 젊은 연주자임에도, 앞선 협연자가 어리다 보니, ‘나이가 많은’ 연주자로 지휘자에 의해 소개가 되었다.
젊은 트럼펫 주자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앞선 초등학생 협연자에 비해) 수년간의 학습과 연습이 만들어내는 음악가의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해주는 뛰어난 연주였다. 두 협주곡의 뒤를 이어 하이든을 대표하는 교향곡의 주요 악장들인 교향곡 6번 ‘아침’ 1악장, 교향곡 94번 ‘놀람’ 2악장, 교향곡 10번 ‘시계’ 2악장, 교향곡 45번 ‘작별’ 4악장이 연주되었다. 하이든의 교향곡들은 초·중·고 교과서에서도 자주 소개되고 있고 ‘표제’가 붙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정작 그의 교향곡들을 마음먹고 한 악장이라도 제대로 들어본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아침의 해가 떠오르는 듯한 분위기를 그려내고 있는 ‘아침’의 1악장, 음악회에 와서 졸고 있는 귀족들을 놀라게 하려고 썼다는 ‘놀람’ 2악장, 똑딱똑딱 움직이는 시계의 움직임을 묘사하고 있는 ‘시계’의 2악장, 음악이 끝나갈 무렵 연주자들이 하나둘씩 무대를 떠나게 해서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상황을 에스테르하지 후작에게 알렸다는 ‘작별’의 4악장. 이런 작품들에 딸린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각 곡의 연주 전에 김지환 지휘자에 의해 소개되어 청중의 흥미를 끌었다. 아이들에게는 교과서나 음악 교재 속에서 접했던 음악을 실제 연주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체험의 시간이었고,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음악 속에 담긴 재미와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른들에게는 ‘장학퀴즈’를 떠올리게 하는 ‘트럼펫 협주곡’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모르는 어린이들, 디지털 시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하이든의 ‘시계’ 교향곡을 이야기하기 위해 ‘똑딱똑딱’ 움직였다는 옛날 시계를 설명해야 하는 현재의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이렇게 하이든의 음악이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도 무언가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은 청중이 지휘자의 해설에 매우 적극적으로 호응을 보였던 듯하다.
공들인 레퍼토리의 선정에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성장, 그리고 청중이 원하는 클래식 음악회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이루어내고자 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노력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앙상블 마티네> 공연의 유일한 문제는 청중이 오전과 낮에 음악회에 올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느냐인데,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은 모두 토요일에 계획되어 있으므로 가족 단위로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남은 공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