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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한 정서를 담은 프랑스 에스프리

<몽블랑과 함께하는 양성원의 체임버 스토리> 트리오 오원 인터뷰

내밀한 정서를 담은 프랑스 에스프리

<몽블랑과 함께하는 양성원의 체임버 스토리> 트리오 오원 인터뷰

writer 장혜선(객원기자) / photo TallWall Media

지난해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연주를 선보인 트리오 오원이 다시 세종체임버홀에 오른다.
이번엔 라벨이다!

트리오 오원의 음악엔 관록이 넘쳐흐른다. 그들은 말한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2009년 결성해 꾸준한 연주 행보를 이어가는 트리오 오원의 음악적 목적은 분명하다. 연주를 통해 작곡가의 문화적 배경을 얼마나 깊게 표현해내는가.
피아니스트 엠마뉘엘 슈트로세(파리 음악원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파리 음악원 교수), 첼리스트 양성원(연세대 교수)으로 구성된 트리오 오원. 파리 음악원을 다니며 인연을 맺은 이들은 자유로운 감수성으로 작곡가의 새로운 측면을 꿰뚫는 연주를 해왔다. 세 사람은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원료 삼아, 같은 음악적 지점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사진 (좌)올리비에 샤를리에 (중앙)양성원 (우)엠마뉘엘 슈트로세
양성원

지난해 9월에 이어 다시 세종체임버홀 무대에 오른다. 이제는 한국이 편할 것 같다.

엠마뉘엘(이하 엠) 한국은 연주 일정과 음반 발매를 위해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친근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항상 놀랍다.

올리비에(이하 올)불고기, 김치 등 한국 음식도 좋지만, 한국 무대가 기다려지는 특별한 이유는 관객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주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온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시리즈를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긴 여정의 결실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음반을 발매했다.

음반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키우듯 많은 노력과 애정이 요구된다. 단원들 간의 배려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 과정을 통해 발매된 음반은 보람을 준다. 전곡 연주를 통해 한 작곡가의 작품을 음악적으로 깊숙이 성찰한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양성원(이하 양) 베토벤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는 작곡가다.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 어려운 삶을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다.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를 마무리하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음악이 훨씬 성숙해졌다.

베토벤을 연주할 때는 음악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고자 했던 작곡가의 마음을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연주는 연주자로서 이러한 사명감을 갖게 된 특별한 경험이었다.

올리비에 샤를리에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Op.70-2와 Op.97 ‘대공’은 이전에도 음반을 작업한 곡이다. 이전 녹음과 비교했을 때, 음악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나?

이전 녹음은 이번 음반을 작업하는 과정 중 하나였다. 피아노 트리오 Op.70-2와 Op.97 ‘대공’으로 첫 단추를 채웠다. 다시 녹음을 하니 음 하나하나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악보에 쓰인 음표를 무작정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베토벤이 추구했던 삶을 음악으로 표현하게 됐다. 이번 녹음은 연주와는 다른 차원으로 작품을 깊게 파고들었지만, 음악은 더욱 투명해진 느낌이다. 훨씬 더 깊이가 있으면서도 연주하는 몸과 마음은 가벼워졌다.

이번 공연의 레퍼토리는 모두 라벨 작품이다(라벨의 소나티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C장조,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트리오 Op.70-1). 어떤 기준으로 선곡한 것인가?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염두에 두고 선곡했다.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음악에는 동양적인 요소가 많이 삽입돼 있다. 라벨이 생활하던 시기는 동양 음악과 동양 문화가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던 때다. 당시 동양의 문화가 어느 정도로 라벨의 작품에 영향을 끼쳤는지 한국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라벨은 프랑스의 근대 인상주의 음악을 주도했다. 라벨의 작품엔 프랑스 음악 특유의 우아함과 서정미가 가득 담겼다. 라벨은 아쉽게도 단 한 곡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을 남겼지만, 이번 연주회에서는 솔로와 2중주 등 다양한 편성의 작품을 통해 작곡가의 진면목을 선보이고자 한다.

엠마뉘엘 슈트로세

한 작곡가의 작품을 사색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트리오 오원의 특징이다.

한 작곡가의 작품을 탐구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 작곡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와 가치, 그 감동을 관객과 고스란히 나누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음악가로서의 깊이가 더해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폭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아티스트가 성장한 문화적인 요소가 예술관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삶의 경험이 음악에 투영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가령 작곡가 라벨을 포함한 인상주의 음악가들은 동시대를 함께했던 마네, 모네 등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 음악의 순수한 색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내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내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 큰 건 사실이다. 특히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의 클래식 음악 팬들도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프랑스 연주자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악은 각 솔리스트 간의 고도의 심리 싸움이 필요하다. 트리오 오원 단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하는 편인가?

‘심리 싸움’보다는 오히려 화합과 배려가 필요하다. 각각의 멤버는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다르다. 그러한 점이 함께 작품을 연구하며 아이디어를 나눌 때, 음악적으로 훨씬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내악은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 속에서 다른 이의 선율을 듣고, 많은 음악적 가능성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같은 악보를 보더라도 각자의 시선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음악적 ‘대화’를 이끌어내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사람만으로는 음악 세계에 한계가 있다. 서로 다른 경험이 있고, 다른 악기를 하고, 다른 성격인 사람들이 각자의 빈 곳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중요하다. 서로의 음악성을 믿고,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솔리스트로서 단단한 입지를 쌓은 세 사람에게 실내악 활동은 개인의 음악적인 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나?

실내악 공부는 보다 성숙한 음악가를 배출하는 데 필수로 작용한다. 유연한 사고의 흐름을 갖고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동료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가 새롭고 즐겁다. 음악의 균형을 찾아가고 색을 입히는 과정을 다른 연주자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같은 지향점을 갖고 나아가는 파트너가 있어서 음악을 만드는 즐거움이 더 크다.

한국에서도 점차적으로 실내악 활동에 의욕을 보이는 젊은 연주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는 거리를 초월하고 긴 기간 동안 함께하고 있는 트리오 오원의 행보가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한다면?

젊은 음악가들이 실내악에 애정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칫 독주와 실내악을 다른 부류의 음악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솔리스트로서의 성과도 좋지만, 많은 실내악 작품을 연주하며 보다 성숙한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언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다양한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을 준다. 그 순간이 청중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모든 연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몽블랑과 함께하는 양성원의 체임버스토리 Part.3

몽블랑과 함께하는 양성원의 체임버스토리 Part.3

기간 : 2016.08.25 (목) ~ 2016.08.26 (금)

장소 : 세종체임버홀

시간 : 오후 7시 30분

티켓 : R석 5만원, S석 4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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