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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서 경험하는 ‘아픔과 치유’의 신비

서울시오페라단 <도요새의 강>

오페라에서 경험하는 ‘아픔과 치유’의 신비

서울시오페라단 <도요새의 강>

writer 이건용(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서울시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현대 오페라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도요새의 강>.
이 작품은 슬픔과 한을 품고 떠도는 방랑, 그 끝에서 얻는 치유의 이야기다.

오페라가 과거에 화려하게 꽃 피었다 시든 장르가 되지않으려면, 오늘에도 살아서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무엇이 되려면, 당대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새로운 오페라, 당대의 오페라, 창작오페라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게으를 수 없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그동안 세종카메라타라는 오페라 연구 모임을 통해 새로운 오페라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고민은 실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전 세계의 오페라계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다. 오페라의 미래를 위하여 곳곳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현대 오페라 시리즈는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동참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오페라를 위하여 어떤 길들이 모색되고 있는가를 알고 소화해내는 가운데 우리 자신들의 새로운 작업 역량이 키워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도요새의 강 공연 포스터

그런 의미에서 현대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은 창작오페라를 개발하는 작업의 또 다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을 첫 번째 현대 오페라 시리즈로 고려한 것은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다. 20세기 오페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그의 비중을 보거나 유럽 각지의 극장에서 상연되는 그의 오페라의 횟수를 보면 그렇다. 그는 20세기 후반 이후 가장 중요한 오페라 작곡가이며 오페라 청중으로부터 가장 지지를 받는 작곡가임이 틀림없다. 그의 작품 중 어떤 작품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벤자민 브리튼을 작곡가로 정하는 것만큼 쉽지 않았다. 그의 대작에 속하는 <피터 그라임스>나 <빌리 버드>보다는 세종M씨어터에 맞는 중형 또는 소형 오페라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였다. 아카데믹한 분위기, 가깝게 전달되는 소통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앨버트 헤링>, <나사의 회전>, <도요새의 강(원제 Curlew River)> 등을 검토하여 마지막에 <도요새의 강>으로 결정하였다.
<도요새의 강(원제 Curlew River)>을 공연하기로 정한 데에는 세 가지 점이 고려되었다.
첫째, 이 작품이 가지는 호소력이다. 이 작품은 슬픔과 치유에 관한 아주 쉬운 얘기로 되어 있다. 아이를 잃어버린 어미, 그 슬픔으로 인한 어미의 실성, 이웃의 동정과 합심으로 올리는 기도, 기도 끝에 나타나는 기적 같은 환영, 아이의 영혼과 만남으로써 이루어지는 치유 등 군더더기 없는 맑은 이야기로 되어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음악 또한 중세 교회에서 사용하던 기도 노래가 사용되는 등 지나치게 현학적인 어법이 아닌, 현대적이긴 하지만 객석에 그 정서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어법으로 되어 있다.
둘째, 이 작품이 가지는 동양적 분위기다. 이 작품은 벤자민 브리튼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노(能) <수미다 강>을 본 경험이 토대가 되어 만들어졌다. 그는 <수미다 강>에 완전히 매료되어 비슷한 작품을 자신도 쓰고 싶어 했다. 그렇게 해서 시도된 것이 <도요새의 강>이다. 아이를 잃은 실성한 어머니가 기도 끝에 아이의 영혼과 만나 치유가 된다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불교적 배경을 기독교적 배경으로 바꾸어 일본의 전통 이야기를 유럽의 전통 속에서 재해석하였다. 그러나 워낙 강렬한 인상을 노로부터 받은 터라 그 영향이 브리튼 작품에도 많이 나타난다. 일본의 전통음악 색채, 헤테로포니적 음악, 동양적 분위기의 오케스트레이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소는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며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우리가 다른 어느 지역에서보다 잘 소화해내고 재창조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셋째,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픔과 치유라는 이 작품의 주제다. 사실 우리 사회는 최근 적지 않은 아픈 일들을 경험하였다. 그 아픔은 아직 채 아물지 않고 있으며 치유되기보다는 오히려 더 깊이 상처가 커지는 듯하다. 그리고 하나의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새로운 상처가 더해지는, 말하자면 상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처의 고통을 낫게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 고통을 보고 보여주며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다. <도요새의 강>은 작품 자체가 종교적인 교훈 혹은 묵상의 성격을 띠며, 작품을 통해 신앙심의 고취와 더불어 고통에의 동참, 치유 경험 공유를 위해 쓰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소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선택하였다. 벤자민 브리튼의 중요한 위치에 비하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오페라가 그다지 많이 공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조사에 의하면 그의 대표작 <피터 그라임스>나 <빌리 버드>는 아직 공연된 적이 없고, <앨버트 헤링>, 를 번안한 <섬진강 나루>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오페라 <굴뚝청소부 샘>이 공연되었다. <도요새의 강>과 같은 작품을 번안한 <섬진강 나루>는 1997년 국립오페라단에서 초연하였고, 같은 작품을 서울오페라앙상블이 2013년에 공연하였다. 또한 바로크와 현대 가곡 연구회는 2009년 <한여름 밤의 꿈>을 축소된 오케스트라로 공연한 바 있다. <도요새의 강>을 원어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는 제목에서 ‘Curlew’는 번역이 쉽지 않았다. ‘Curlew’라는 말이 오페라의 여러 곳에서 다분히 고유명사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컬류 강’이라는 번역이 적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컬류 강은 실재하는 강이 아닌 데다가 오페라의 많은 곳에서 Curlew라는 말을 물새의 일종을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Curlew라는 새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사전에 의하면 Curlew는 마도요라고 번역이 나온다. 마도요는 도요새의 일종이다. 그런데 도요새는 비교적 친숙하지만, 마도요는 다소 어렵다. 오랜 생각 끝에 도요새라는 말에는 그에 해당되는 다른 영어 표현(Snipe)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urlew를 도요새로 번역하였다.
도요새는 도요새과에 속하는 새의 총칭이다. 전 세계에 85종이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꼬까도요, 좀도요, 종달도요, 흰꼬리좀도요 등이 익숙하다고 한다. 몸길이 12∼61cm의 소형에서 중형 조류이며 물가나 습지, 강 하구에서 산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집단적으로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시·소설을 비롯한 많은 예술 작품에서 언급되는 새다.

현대오페라 시리즈 I `도요새의 강`

현대오페라 시리즈 I `도요새의 강`

기간 : 2016.07.28 (목) ~ 2016.07.31 (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평일 19:30 / 토,일요일 17:00

티켓 :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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