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판타지를 지켜줘
writer 요조(가수이자 <책방무사>의 주인장)
누구나 자신만의 판타지를 하나쯤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두고 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일상이 만약 무미건조하다면 지금 그 판타지를 꺼내보자. 잠깐이라도 피식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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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집 한구석에 늘 있었다. 가끔은 거실에서 보이고 가끔은 안방에서 보였다. 반질반질하다가도 한참씩이나 소외되어 먼지가 하얗게 앉아 있었다.
한 번은 그것을 아빠가 안고 있었고, 한 번은 엄마가 안고 있었다.기타.
내가 기타에 가지고 있는 최초의 이미지란 그냥 그런 것이었다. 보자마자 어떤 운명 같은 이끌림을 느꼈다거나 선율을 듣고 눈물이 펑펑 났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경험이, 조금 과장이라도 보태보고 싶은데 민망할 정도로 없다.
뭐랄까, 악기보다는 오히려 가구에 가까웠다. 집안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는 작은 가구.
나는 그것을 딱히 만져볼 생각도 없었다. 아무리 한집에 살아도 자신과 관계없는 가구에는 평생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살기도 한다. 내 경우에는 부모님 댁 거실에 있는 양주들이 들어 있는 수납장이 그랬다 (나는 맥주를 좋아한다). (…)기타와의 첫 조우가 근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한 세 살 정도 되었을 무렵의 크리스마스이브, 엄마 아빠는 넥에 예쁜 리본을 매단 베이비 기타를 잠든 내 머리맡에 몰래 두고 그때 이후로 내가 기타를 손에서 놓질 않아…라고 시작하면 뭔가 그럴듯했을 텐데. 아니면 돌잡이 때 엄마가 재미 삼아 기타를 연필과 실 옆에 두었는데 내가 기타를 덥석 잡아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든지.’
몇 년 전 아무도 모르게 나왔고 지금도 아무도 모르는 저의 첫 책 <요조 기타 등등>의 초입을 인용했습니다.부끄럽습니다. 저는 이보다 더 평범할 수는 없다 싶게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어릴 때부터 집에 가구처럼 굴러다니던 기타를 그것도 데뷔 후에 28살인가 29살인가에 처음 잡아 조금 배우고 조금 칠 줄 알게 되었고, 그게 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내심 기타에 대한 판타지가 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판타지냐고 물어오신다면 저는 두 번째로 부끄러워집니다. 그냥 뭐 이를테면 제가 낙원상가에 갔는데…아, 아닙니다. 그냥 그런 게 있습니다. 아무튼 그런 저에게 있어 지금 소개드릴 두 권의 책은 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저의 판타지를 위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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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지음 /
아르테(arte) /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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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빛 지음, 곽명주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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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앨봄 지음 /
아르테(arte) / 1만6천원
첫 번째 책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의 <매직 스트링>이라는 책입니다. 전설의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토의 일대기를 ‘음악’의 목소리로, 그리고 당대의 훌륭한 음악가들의 증언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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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빛 지음, 곽명주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1만2천원
두 번째 책은 역시 유명 뮤지션들의 짧지만 친근한 메시지가 사랑스러운 일러스트와 함께 들어 있는 그림책 <안녕, 리틀 뮤지션>입니다. 소개가 지나치게 서두른 듯 짧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여야 하듯이, 판타지 소개는 신비로워야 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