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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시간을 담은 세종예술투어 Part1

세종의 시간을 담은 세종예술투어 Part1

당신이 모르는 세종문화회관 STORY

writer 최지영(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이유를 말할 때 ‘시간이 없어서’라는 항목이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다.
시간을 만들어야만 접할 수 있는 것이 문화와 예술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있다. ‘예술이나 문화는 일부러 만들거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굳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그저 길을 걷다가도, 가만히 공원 벤치에 앉아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그 시간의 틈 사이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예술을 접하고자 문화를 즐기고자 하는 시선을 항상 품속에 간직하고 있다면 일상생활에서도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화이고 예술이다. 세종문화회관에도 그런 숨은 즐거움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잠시만 눈을 돌리면 시간을 담은 예술을 조화롭게 표현한 그런 즐거움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한 스푼의 설명이 더해진다면 색다른 재미를 더 하지 않을까.

아티스트의 생애와 세계관을 공연장에 싣다 : 백남준 ‘호랑이가 살아있다(The Tigers Lives)’

백남준의 ‘호랑이가 살아있다(The Tigers Lives)’

저녁 공연 시작 전 광화문에서 바라보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전면은 공연에 대한 기대와 오랜만에 공연을 본다는 즐거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열기와 함께 눈부시게 빛난다. 대극장 입구를 지나 예매창구로 가는 도중 대극장 로비 좌우에 위치해 우리의 시선을 잡아끄는 작품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로 유명한 백남준의 ‘호랑이가 살아있다(The Tigers Lives)’이다.
90년대 흔히 보던 텔레비전으로 그 모양새를 구성하는 이 작품을 보다보면 처음에는 텔레비전에서 쉴 새 없이 내보내는 선정적인 비디오에 눈길이 가다가도 작품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감상하면 그 모양이 악기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좌측 로비에는 전통 악기인 월금 모양으로, 우측 로비에는 서양의 악기인 첼로의 모양으로 작품이 구성되어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홍콩, 독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유학을 하며 어쩌면 오랜 기간 자신의 나라와 멀리 떨어져있었던 백남준은 작품으로서 자신만의 애국심을 남다르게 표현했다. 다양한 크기의 텔레비전 모니터 100여 개로 구성된 이 작품의 제목이 ‘호랑이가 살아있다(The Tigers Lives)’가 된 것도 그 흐름을 같이 한다. 한민족을 호랑이에 비유한 백남준은 역사적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반만년 동안 굳건하게 한반도 산야를 누비며 생존해온 호랑이의 기상과 생명력처럼 이제는 분단국의 신세를 청산하고 통일 국가로서 나아가야한다는 한민족의 방향성을 작품에 담아 표현하였다. 또한, 작품의 구성요소와 모양새는 월금과 첼로, 비디오 영상을 통해서 전통과 서양을 조화롭게 표현하며 오랜 타향살이를 했던 그의 생애를 자연스레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세계가 조화롭고 새롭게 표현되는 것처럼 다양한 문화예술 실험의 현장이자 문화예술 세계화에 첫걸음을 내딛었던 역사를 지닌 세종문화회관이 그의 작품의 전시장이 되기도 하는 게 썩 어울려 보이는 것도 아닐까.

염려 섞인 기대를 담다 : 대극장 로비 난간 ‘박쥐문양’

대극장 로비 난간 ‘박쥐문양’

대극장 로비의 화려함을 감상했다면 잠시 눈을 들어 2층 난간을 보자. 대극장의 천장을 올려다보면 1층 천장이 동그랗게 뚫려있어 마치 1층과 2층이 한 공간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 동그랗게 뚫린 천장을 통해 보이는 2층 난간을 따라 황금색의 박쥐문양 수십 장이 붙어 있어 공연을 찾는 관객들을 의아하게 한다. 사실 박쥐는 그 생김새나 ‘날개를 가진 짐승’이라는 그 애매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양에서 긍정적인 상징의 동물은 아니었다. 많은 영화에서도 ‘박쥐’는 어둡고 무서운 장면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동물의 문양이 왜 기대와 환희로 가득차야 할 공연장에 있는 걸까.
사실 동양권에서 박쥐는 ‘복’의 상징물이다. 그 의미를 따라가 보면 중국 문자의 전통에 도달한다. ‘길상적 동음이자’라고도 불리는 이 전통은 어떤 단어의 발음이 상서로운 것과 같을 때 그 단어의 의미도 상서롭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 ‘편복(蝙蝠)’인 ‘박쥐’는 그 ‘복(蝠)’자의 발음이 ‘복(福)’자와 같아 복의 상징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박쥐의 ‘복을 가져 온다’라는 의미가 대극장 난간에 박쥐 문양을 붙이게 된 이유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숨겨져 있다. 요망하고 삿된 것을 막아줄 것이라는 염려 섞인 기대 때문이다. 1972년,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던 당시 시민회관이 불길에 휩싸인 것은 순식간의 일이였다. 민간방송국이었던 MBC(문화방송)와 TBC(동양방송)의 연말 방송 경쟁은 10대 가수 쇼가 진행되면서 더욱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당시 시민회관에는 MBC TV 10대 가수 청백전이 사람들의 기대와 흥분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쇼가 점점 열기를 더해가고 있을 무렵 무대 조명장치가 터지면서 불이 붙었고 주최측이 급하게 내린 막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큰 화재를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었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세종문화회관이 지어질 당시 화재 방지에 힘을 쓰고 박쥐문양을 대극장 로비에 달아 다시는 그와 같은 화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극장 곳곳에 새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