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2015 서울
writer 이건용(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서울시오페라단은 창단 30주년을 맞이하여 괴테와 구노의 대작 오페라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존 듀(John Dew)와 무대 디자이너 디르크 호프아커(Dirk Hofacker)가 제작에 참여한다.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슈타츠 오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한 바 있는 윤호근이 지휘하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그 특별한 무대를 미리 만나보자.
올해 30주년을 맞은 서울시오페라단의 대극장 작품으로 <파우스트>를 선정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실은 그보다 먼저 30주년을 기념하는 대극장 작품을 위해서 독일 오페라 연출가 존 듀의 초청을 먼저 염두에 두었다. 그는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오페라 극장 예술감독을 맡았었고, 마침 다름슈타트 극장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여 한국에 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는 여섯 번에 걸쳐 각각 다른 <파우스트>를 연출한 적이 있어 이 작품에 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그렇게 구노의 <파우스트>를 2015년 작품으로 결정하였다.
<파우스트>는 규모가 큰 작품이다.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대극장에 올려 놓았을 때 채울 내용이 부족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장면이 나오고 합창단의 비중이 큰 <파우스트>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와 잘 맞는다.
원작인 괴테의 <파우스트>가 그렇기도 하지만 구노의 <파우스트>도 시공을 초월한 얘기다. 독일 오페라 연출가를 맞아 <파우스트>의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 위해서라면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기에 갇혀 있지 않은 내용이 좋다. 연출가 존 듀도 이번 작품을 ‘<파우스트> 2015년 서울 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괴테가 그의 전 생애에 걸쳐 완성한 <파우스트>는 인간의 욕망과 신의 섭리, 유혹과 죄와 파멸, 사랑과 구원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있다. 30주년을 맞아 무게감이 있으면서 예술적 내용도 풍부한 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의도에 잘 맞는 작품이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이 주제로 만들어진 여러 편의 오페라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원작이 가진 심오하고 때로 어렵기까지 한 내용은 구노의 서정적인 음악에 녹아들어 이를 따라가는 동안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전 막에 걸쳐서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지며 그 중 상당 부분은 이미 대중적이거나 음악애호가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즉, 30주년 특별 공연이라는 잔치에 적합한 대중성 또한 확보한 작품이다. 모든 외국어가 어렵지만, 특히 프랑스어는 어렵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누구 보다도 언어에 힘을 기울이는 지휘자이자 스스로 프랑스어를 상당한 정도로 구사하는 윤호근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는 이미 서울시오페라단과 <마술피리>, <마탄의 사수>, <달이 물로 걸어오듯>을 같이 만들었던 경험이 있고 독일 오페라 극장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어 존 듀와 같이 작업하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춘 지휘자다. ‘<파우스트> 2015 서울’이 다가왔다. 독일 연출가가 만든 프랑스 오페라 <파우스트>의 서울 판이 이제 막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