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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롯이 마음에 담다

요조의 <책방무사>

시, 오롯이 마음에 담다

요조의 <책방무사>

writer 요조(가수이자 <책방무사>의 주인장)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끝났다. 누군가는 인공지능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거라며 흥분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에 대해 우려했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시를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이야기한다. 시를 쓰는 인공지능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념에 빠졌을 것 같다. 평소 바둑을 즐겨 두시는 부모님은 그 둘의 플레이 자체에 신나게 집중하셨다고 한다. 반면 바둑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나는 뜬금 없지만 ‘시’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즈음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여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aron의 그림을 보면서 혹시 나중에 ‘시’를 쓸 줄 아는 인공지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성복 시인은 그의 책 <극지의 시>에서 시는 ‘불가능’한 것이며, 시인인 자신이 ‘어리석은 개’와 같다고 고백했다. ‘나의 처지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어리석은 개와 같다.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탐나 짖다가 도리어 물속에 빠뜨리고 마는…. 그처럼 시는 본래 제 안에 있었던 것인데, 다시 시를 쓰려 함으로써 잃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위대한 시인이 선택한 ‘불가능’과 ‘어리석음’과 ‘실패’라는 단어를 보면 이것들이 철저할 만큼 인간에게 어울리는 수사이기 때문에, 역시 시는 인간만의 영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앞으로 시를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굉장히 삼천포로 빠진 결론을 내렸다. 누구에게나 시는 어렵고 난해한 세계일 것이다. 시를 쓰는 시인에게조차도 시는 마지막까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곁을 내주지 않는 정체일지 모른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이렇게 시에 다가가고 싶어도 어려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슬그머니 손을 잡아 이끌어주는 천사같은 책들이 존재한다. 나 역시 그 손을 잡고 행복에 겨운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그렇게 나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었던 고마운 두 책을 소개한다.


  • 첫 번째 책은 <시를 어루만지다> 라는 책이다. 저자는 김사인 시인이다. 책을 읽으면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당신의 손바닥으로 스윽 스윽 시 하나하나를 어루만지셨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고 서문에 밝히며 김사인 시인은 시를 시와 다름없는 글로 받들며, 읽기 쉽게, 아니 사랑이 투입되기 쉽게 설명한다.

    두 번째 책은 정재찬 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이다.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다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읽다 보면 공대생뿐 아니라 평생 울어본 일 없는 누구라도 울릴 수 있을 만큼 쉽고 친근하게 시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시를 위해 영화, 음악, 미술, 광고 등등 가리지 않고 끌어와서 읽는 사람의 이해를 기어이 돕는다.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지음

    도서출판 / 1만 3천 원

  • 이 두 책을 독파하고 나면 시를 어떻게 읽는지 알게 되냐고, 시가 이제 쉬워지는 거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아니오, 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만 시가 가지고 있는 오리무중함이 점차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하겠다. 대국이 끝나고 복기를 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존재하던 이세돌처럼 우리도 끝내 소화에 실패한 시 한 수 앞에서 그렇게 오롯이 존재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정말로 시를 쓰는 일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나타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우리 인간처럼 시 앞에서 ‘즐거운 복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지음

    Humanist / 1만 5천 원

  •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지음

    도서출판 / 1만 3천 원

  •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지음

    Humanist / 1만 5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