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에 숨겨진 과거와 현대의 조화 <비천상>
당신이 모르는 세종문화회관 STORY
writer 최지영(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당신이 공연을 보러왔다면 이 작품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보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당신은 이 작품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마치 대리석인양, 건물의 일부인 양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대극장의 외관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지나치기 쉽다. 바로 대극장 전면 기둥의 좌우 벽면에 위치한 ‘비천상’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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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은 하늘에 살면서 인간 세계에 내려와 인간들과 왕래를 하며 신과 인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선인 여자를 의미한다. 하늘로 떠나버릴 듯이 흩날리며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비천’의 옷가지와 머리칼은 벽면 조각 조각에 스며들어 곡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작품을 통해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던 많은 건축가들과 조각가들은 곡선을 주된 표현 기법으로 사용해왔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손꼽히는 안토니 가우디는 ‘곡선은 신의 선, 직선은 인간의 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곡선의 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비천도는 입구 좌우 벽면에 마주보고 있어 입구를 향해 들어가는 느낌을 부각시키고 동시에 작품 자체도 부각시킨다. 전체 높이가 11m, 폭은 6.75m로 90cm×70cm 또는 70cm×45cm 화강석 324조각을 하나하나를 조각해 쌓아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쌓아올려진 ‘비천상’은 벽면 위로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하면서 마치 튀어나올 듯한 시각적인 효과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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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덕대왕 신종에 새겨진 작품으로도 유명한 ‘비천’의 역사는 중국으로부터 처음 불교가 수입되던 삼국시대부터 시작되었다. 형태가 불분명했던 인도의 ‘비천’ 이 중국에 들어오면서부터 ‘비천’의 모습은 상반신은 나신이고 하반신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속옷 차림을 한 우아한 선녀로 변모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로 들어온 비천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적인 색채를 다져가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선녀로 변모한 ‘비천’은 사찰의 범종부터 석등, 부도, 불단, 단청 등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변화하면서 오랜 역사를 지닌 불교와 함께 서민들의 가까이에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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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 새겨진 ‘비천상’이 특별한 이유는 세종문화회관이 단순한 현대적 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문화회관을 보다보면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건축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다. 광활한 중앙 계단을 끼고 우측의 대극장, 좌측의 세종 M씨어터가 만들어내는 ‘ㄷ’형태의 배치는 우리 전통적인 주거 양식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일 뿐만 아니라 육중한 지붕과 이를 받치고 있는 8개의 기둥, 벽면의 격자 창살, 도출된 처마는 한옥의 우아함을 살리고 세종문화회관만의 장엄함을 보여준다. 세종문화회관을 항상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관리하는 강창원(세종문화회관 보안)씨는 잿빛 구조물인 이 건물을 자세히 볼 때마다 놀란다고 말한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견학을 오기도 합니다. 어디서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이런 독특한 건물을 볼 수 있겠어요.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저 비천상도 빛을 발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