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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변신은 무죄

동화 <백설공주>를 다양한 발상으로 변주한 작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백설공주의 변신은 무죄

writer 나윤정( <더뮤지컬> 수석기자)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러한 명대사를 남긴 그림형제의 유명 동화 <백설공주>.
백설공주 이야기는 비단 동화 속에서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오랜 생명력을 빛내고 있다.
오는 4월 공연을 앞둔 서울시뮤지컬단의 <마법에 걸린 일곱 난쟁이>는 백설공주 이야기 속 일곱 난쟁이가 원래 겨울 나라의 7인의 기사였다는 상상력을 발휘해 재구성한 판타지 뮤지컬. 이밖에 동화 <백설공주>를 다양한 발상으로 변주한 작품들은 무엇이 있을까?

스크린 속 백설공주의 환생

동화의 영화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바로 ‘디즈니’이다. 디즈니는 그간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인어공주>, <피터팬> 등 무수한 동화들을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동심을 활짝 깨워주었다. 그 중 <백설공주>를 원작으로 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디즈니의 동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첫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월트 디즈니가 제작하고, 데이비드 핸드가 연출을 맡았다. 제작 연도는 무려 1937년. 하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러움을 찾아볼 수 없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흑단 같은 머리와 눈처럼 하얀 얼굴, 그리고 앵두처럼 붉은 입술이 아름다운 백설공주와 그를 도와주는 일곱 난쟁이들의 활기찬 모습은 동화 속 묘사를 그대로 재현하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백설공주가 어딘가에 있을 왕자님을 그리는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나 일곱 난쟁이들이 광산에서 하루의 일과를 보내며 부르는 ‘Heigh Ho’ 등은 <겨울왕국>의 ‘Let it Go’ 못지않게 중독성 있는 배경음악이다.
2012년은 그림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의 탄생 200주년을 맞은 해였다. 이를 기념해 제작된 타셈 싱 감독의 영화 <백설공주>는 마치 동화를 찢고 나온 듯한 환상적인 미장센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동화 속 백설공주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던 릴리 콜린스, 그리고 백설공주를 시기하는 철없는 왕비 역의 줄리아 로버츠의 열연 또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다. 이야기는 분별없는 왕비의 낭비벽으로 왕국이 파산 직전에 이르고, 때마침 이웃나라 왕자가 난쟁이들에게 강도를 당한 후 도움을 청하러 성에 방문하며 시작된다. 왕비는 왕자와 결혼해 팔자를 고쳐보려는 야심을 펼치지만, 왕자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백설공주였다. 때문에 원작에서 그러했듯 백설공주는 왕비에게 쫓겨나고 만다. 하지만, 21세기인 만큼 백설공주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능동적인 캐릭터로 변모한다.

타셈 싱 감독의 영화 [백설공주]의 한장면 1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의 한장면 2
월트 디즈니 에니메이션 [백설공주]의 한장면 3

1. 영화 <백설공주> / 2.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 / 3. 월트 디즈니 <백설공주>

성 밖으로 나오게 된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을 만나 전투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연마한다. 검술은 물론 임기응변과 반칙하기 등 온갖 꼼수까지 섭렵하며 강력한 공주 캐릭터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왕자와 자신의 왕국을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성으로 쳐들어간다. 미장센은 동화의 화려한 판타지로, 드라마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려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다. 물론 백설공주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 색다른 작품도 있다. 2012년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의 영화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다. 스페인에서 만든 이 작품은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1920년대 여성 투우사의 이야기로 색다르게 변형시킨 것이 특징이다. 흑백 무성 영화로 제작되어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야기는 옛날 옛적 스페인 세빌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투우사 아버지와 플라멩코 댄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카르멘. 어느 날 아버지는 경기 중 사고를 당해 전신마비가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숨을 거두게 된다. 그 이후 등장한 새엄마는 카르멘의 머리를 짧게 자르고 허드렛일을 시키며 그녀를 계속 구박한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급기야 새엄마는 카르멘을 죽이려 하고, 때마침 난쟁이들이 그녀를 구해줘 카르멘은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꿈이었던 투우사가 되어 다시 고향을 찾은 카르멘. 하지만 다시 그곳에서 새엄마의 독사과와 마주해야 하는 비극적인 운명에 처한다. 이 작품은 동화를 모티프로 삼았지만, 백설공주인 ‘카르멘’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점이 돋보인다. 영화 속 카르멘에겐 그녀의 운명을 바꿔줄 왕자님도 희망도 없다. 그럼에도 짧은 머리의 선머슴 같은 카르멘은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더욱 강인함을 드러내는 빛나는 여성이다. 원작 동화를 변주한 그 어떤 작품보다 가장 현실적인 백설공주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동화 속 인물들의 못 다한 이야기

뮤지컬 <난쟁이들>

뮤지컬 <난쟁이들>

새로움은 멀리 있지 않다. 익숙한 이야기도 시선을 달리 하면, 신선한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무대 위 <백설공주>의 다양한 변주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난쟁이들의 재발견’이다. 만약 일곱 난쟁이들이 없었다면, 백설공주가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일곱 난쟁이들은 비록 원작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묵묵히 백설공주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충실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다. 동화의 끝은 백설공주와 왕자의 아름다운 사랑으로 끝이 나지만, 발상을 바꾸면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그 후 일곱 난쟁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2001년 초연한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곱 난쟁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또 다른 사랑 이야기이다. 극작·연출가 박툴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아 원작 동화를 새롭게 재해석했다. 이 작품은 원작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던 막내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드라마는 원작의 큰 줄기를 따라가되, 막내 난쟁이 반달이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이야기는 계모 왕비에게서 도망친 백설공주가 깊은 산 속 일곱 난쟁이들의 집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말을 하지 못하는 막내 난쟁이 반달이는 백설공주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하고 만다. 반달이는 백설공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녀를 위해 언제나 몸을 내던지며 희생한다. 급기야 계모 왕비의 주술로 영원한 잠에 빠진 백설공주를 구하기 위해 이웃나라 왕자를 찾아 나선 반달이. 백설공주가 눈을 뜨면 사랑을 고백하리라 다짐하지만, 결국 백설공주는 왕자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극의 말미, 백설공주를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반달이의 아름답고 슬픈 몸짓은 이 작품의 백미로 손꼽힌다. 2013년, 이 작품은 <식구를 찾아서>의 조선형 작곡가의 음악이 더해지며 뮤지컬로 새롭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의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음악은 막내 난쟁이 반달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에 더욱 짙은 여운을 남겨주었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2015년 초연한 창작뮤지컬 <난쟁이들>은 발칙한 발상을 더해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180도 비틀어버린 작품이다.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화의 숨겨진 이면들을 발견할 수 있는 소위 ‘현실판 동화’인 셈이다. 신인 창작자인 이지현이 극본, 황미나가 작곡을 맡았으며 김동연이 연출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난쟁이 찰리다. 그는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들과 같은 핏줄이지만,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난쟁이들과 차별화를 이룬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 행복한 인생을 살았듯, 찰리도 공주를 만나 인생을 쫙 피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다. 이런 찰리를 다른 난쟁이들은 비웃었지만, 빅 할아버지는 유일하게 그를 지지한다. 빅은 <백설공주>의 일곱 난쟁이 중 하나로, 젊은 시절 백설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던 후회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찰리와 빅은 자신들이 공주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마녀를 만나러 가는 데 뜻을 모은다. 이들의 여정 속에는 19금 요소가 살짝 가미된 동화 속 공주들이 속속 등장한다. 백설공주는 왕자가 자신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해 우울해하고, 인어공주는 자신의 모든 걸 걸었던 왕자에게 호구 취급당해 좌절한다. 그리고 신데렐라는 팔자를 고치기 위해 계속 왕자들을 꼬시며 하루를 보낸다. 더불어 동화 속의 멋있는 왕자들은 무대에서도 멋있는 ‘척’을 담당하며, 찰리와 빅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저마다 기구한 사연들을 가진 동화 속 인물들이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함을 전해준다. 이것이 바로 동화의 매력이기에!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마법에 걸린 일곱난쟁이

기간 : 4.22(금) ~ 5.22(일)

장소 : 세종M씨어터

시간 : 화~목 11am / 금 7:30pm / 토, 일, 공휴일 1pm, 4pm

티켓 :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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