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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미가 조화된 동화 같은 무대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졸리 인터뷰

동서양의 미가 조화된 동화 같은 무대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졸리 인터뷰

writer 장지영(<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

서울시오페라단이 가족오페라로 선택한 작품,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섬세한 심리 묘사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페졸리가 연출을 맡았다.
그녀의 손에서 빚어질 한국판 <사랑의 묘약>, 과연 어떤 무대일까?

크리스티나 페졸리

크리스티나 페졸리

크리스티나 페졸리

지난해 5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가한 5편 가운데 오페라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작품은 솔오페라단의 <일 트리티코>였다. ‘외투’, ‘수녀 안젤리카’, ‘잔니 스키키’ 등 3부작으로 구성된 <일 트리티코>는 푸치니가 생전에 완성한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잔니 스키키’ 외엔 거의 공연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솔오페라단이 선보인 <일 트리티코>는 2007년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에서 초연돼 호평받았던 프로덕션이다.

<일 트리티코>에서 아름다운 무대와 깊이 있는 심리 묘사를 보여줬던 이탈리아 여성 연출가 크리스티나 페졸리가 올해 한국에서 오페라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로 도니제티의 희극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다. <일 트리티코>를 인상 깊게 봤던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페졸리에게 연출을 제안해 성사됐다. 페졸리는 25년간 이탈리아의 주요 극장에서 연극과 오페라 등 100여 편을 연출한 베테랑이다. <사랑의 묘약> 준비에 한창인 페졸리에게 연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베로나의 테아트로 로마노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준비하던 중 이건용 단장님의 메일을 받았어요. 당시 원형 야외극장인 테아트로 로마노에서 보름달 아래 조명 작업이 한창이었는데요. 예술의전당에서 <일 트리티코>를 공연할 때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동받았지만, 이렇게 빨리 한국에서 오페라를 연출할 기회를 다시 얻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놀라움과 기쁨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로맨틱한 순간입니다.”
<사랑의 묘약>은 도니제티가 겨우 6주 만에 완성했지만, 현재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자주 상연되는 명작이다. 1832년 이탈리아 밀라노 가노피아나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순진한 청년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돌팔이 의사 둘카마라에게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인 줄 알고 사서 마신다는 줄거리다. 네모리노는 우여곡절 끝에 경쟁자인 군인 벨코레를 물리치고 아디나의 마음을 얻는 한편 삼촌의 유산까지 얻게 된다.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인기 있는 아리아 가운데 하나다.

사진 : 크리스티나 페졸리

“<사랑의 묘약>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코미디와 서정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열쇠는 도니제티의 음악에 있죠. 도니제티 특유의 다이내믹함과 센티멘털리즘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을 균형감 있게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사랑의 묘약>을 어린이까지 즐길 수 있는 가족오페라로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오페라를 연출했지만 <사랑의 묘약>은 처음이라는 페졸리는 무대 위에 동화를 그려내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지난해 11월 작품 협의차 서울에 왔을 때 이건용 단장의 권유로 방문했던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후문이다. 오페라의 전반적 배경이 되는 농민의 삶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사랑의 묘약>은 시골 농촌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외엔 무대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편입니다. 지난해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한국 농민의 삶의 모습들을 담은 작품들을 보며 16세기 풍속화가 피테르 브뢰헬이 떠올랐어요. <일 트리티코>를 비롯해 오랫동안 작업을 함께해 온 무대 디자이너 자코모 안드리코에게 원작의 배경과 한국의 농촌 배경을 혼합함으로써 한편의 동화처럼 몽환적인 배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타일의 회화 기법과 한국의 김홍도 작품들을 접목시키게 된 이유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은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했다가 일본 식민통치를 경험한 한국의 참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요. 일본군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상은 나치를 바라보는 이탈리아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벨코레 등 무대 위 군인의 형상이 한국인에게 아직 지워지지 않은 전쟁의 기억과 연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네모리노가 아디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대에 지원하는 것이 오페라 안에서 극적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우려가 들었는데요. 하지만 가족을 대상으로 한 이번 작품의 경우 동화적으로 풀어내는 만큼 필요 이상의 의미를 더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네모리노와 아디나, 둘카마라 등의 캐릭터에 대해 그는 새로운 해석을 더할 계획이다. 네모리노의 경우 흔히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번엔 좀 더 서정적이고 순수한 아이 같은 인물로 그려질 계획이다. 그리고 그것은 찰리 채플린 스타일의 연기로 표현될 예정이다. 아디나는 현대적인 여성상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허영이 뒤섞인 흥미로운 캐릭터로 나오게 된다. 반면 둘카마라는 호감 가는 사기꾼으로 그가 가진 코믹한 요소 외에 비밀스러운 애수의 감성이 덧붙여진다. 극 중 인물들에 대한 이런 해석의 성공 여부는 연기력에 달린 만큼 그는 오페라에서 가창력 못지않은 연기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페라 연출은 내게 연극 연출로부터의 휴가인 동시에 그동안 연극에서 다져온 연출 기법을 십분 활용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오페라 연출가로서 성악가들이 익숙한 방식으로 하도록 내버려두기보다는 내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자극해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꺼낼 수 있도록 자극합니다. 이탈리아에 워낙 많은 한국 성악가들이 활동하기 때문에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작업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한국 성악가들이 소리와 테크닉 면에서 막강한 기량을 가진 데 비해 연기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페라에서는 노래만 잘하는 성악가가 아닌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연기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랑의 묘약> 역시 연출가로서 나의 중요한 미션은 성악가들과의 연기 작업에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처럼 국제적인 협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필수다.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 최선을 다할 때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차이나타운이 있으며 119개의 다민족이 공존하는 도시 프라토에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스파지오 컴포스트(Spazio Compost)’라는 단체를 설립, 민족적 배경과 문화적 차이로 발생한 문제들을 예술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들을 7년째 이끌고 있는 그로서는 익숙한 과정들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업 방식으로 일을 할 때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생각의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죠. 음악이 우리에게 가르치듯 하모니를 찾아야 해요. 그것이 가령 불협화음일 때도 말이죠.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각각의 주관을 확장시켜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니까요.”

오페라 사랑의 묘약

오페라 사랑의 묘약

기간 : 5.04(수) ~ 5.08(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수·목·금 7:30pm / 토·일 3pm

티켓 : VIP 12만원, R석 8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

문의 : 02-39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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