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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모여 만들어낸 환상의 연주 <파이프오르간>

당신이 모르는 세종문화회관 STORY

다름이 모여 만들어낸 환상의 연주 <파이프오르간>

당신이 모르는 세종문화회관 STORY

writer 최지영(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

일반적으로 악기의 연주를 접하는 많은 관중들은 악기가 공중의 공기와 바람을 타고 흘려보내는 소리로서 그 음색을 감상한다. 하지만 악기의 내부에서 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악기가 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른쪽 전면에 위치하고 있는 파이프 오르간이다.

파이프 오르간

내부와 외부에서 듣는 소리의 차이는 크다. 당신이 학창 시절 수업시간에 몰래 과자봉지를 뜯어 군것질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좀 더 공감을 할지도 모른다. 입 속에서 춤추는 과자의 부서지는 소리는 나에게 너무나도 크게 들리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씹다가도 친구가 과자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막상 내가 먹고 있는 소리보다는 작게 들리는 게 사실이다. 과자 부서지는 소리조차 내 입안에서 듣는 소리와 친구의 입안에서 들리는 소리의 차이가 느껴지는데 소리의 주체가 악기라면 그 차이를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악기의 연주를 접하는 많은 관중들은 악기가 공중의 공기와 바람을 타고 흘려보내는 소리로서 그 음색을 감상한다. 하지만 악기의 내부에서 그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악기가 있다. 바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른쪽 전면에 위치하고 있는 파이프 오르간이다.

악기의 내부에서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니? 얼핏 들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악기의 규모와 구조를 파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파이프 오르간은 그 크기 자체로 다른 악기와 규모를 달리한다. 아마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를 자주 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대극장 무대 오른쪽 벽면을 모두 차지할 만큼 다양한 파이프들로 구성된 파이프오르간을 무대 설치 구성 요소로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이프 오르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악기를 감싸고 있는 가장 바깥쪽 부분은 악기가 설치되어 있는 건축물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음향으로 가득 찬 광대한 홀 자체가 악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악기의 내부에 위치해 음을 듣게 되는 청중은 악기가 내는 연주의 웅장함을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름처럼 파이프오르간의 소리의 원천은 다양한 길이와 크기로 구성된 파이프들이다. 크기가 제각각인 빈 유리병을 입술에 대고 불어보면 제각각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파이프도 마찬가지이다. 파이프오르간은 다양한 음색의 파이프들이 수백 개, 수천 개가 모여 소리를 낸다. 길이가 5mm의 작은 파이프부터 10m가 넘는 큰 파이프까지, 이렇게 다양한 길이의 파이프의 수만도 몇 만개에 이르는 오르간까지 있어 파이프 오르간은 아주 미세한 음색에서부터 120명의 오케스트라를 능가하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수천 개, 아니 수만 개까지 이르는 파이프들의 음을 어떻게 결정하고 또 어떻게 연주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파이프 오르간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가 있다. 오르가니스트는 오르간의 연주대에 앉아 손으로는 손 건반, 발로는 페달을 연주하면서 다양한 부품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파이프오르간의 음을 결정하고 연주한다. 파이프 오르간의 손 건반은 한 단짜리인 피아노와 달리, 하나 이상의 손 건반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파이프 오르간을 보고 있노라면 고작 열 손가락을 가진 오르가니스트가 이 오르간의 모든 건반을 누르기는 하는 건지, 손가락이 다 닿기는 하는 건지 의아해지기도 한다. 건반대의 옆 부분에는 파이프가 가진 소리의 특성이나 음 높이를 결정하는 스톱(Stop)들로 구성되어있다. 어떻게 보면 컴퓨터 조작 버튼같이 생기기도 한 스톱들은 파이프로 들어가는 공기를 막기도 하고 열기도 하면서 파이프의 음정을 결정하고 이는 현란하고 웅장한 연주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파이프 오르간은 복잡하게 얽힌 여러 부품들이 모여 음을 만들어내는 악기이기 때문에 오르가니스트들은 단순한 손가락과 발놀림 뿐 아니라 연주해야 하는 악기의 구조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한다. 심한 경우 오르간이 사정상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연주자가 덤으로 따라가기도 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파이프 오르간 공연장면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 오르간은 당시 동양 최대의 규모라는 수식어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의 개관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파이프오르간은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씨의 강력한 지침으로 계획에도 없다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일본 NHK방송국에 설치되어 있던 파이프 오르간보다 최소한 한 개라도 더 큰 규모를 설치하기 위해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그의 지침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6단의 건반과 파이프 수가 8,098개에 이르는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었다. 외국 문물을 가득 담은 악기이지만 외관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새롭다. 세종문화회관 파이프 오르간은 그 케이스가 우리나라 전통악기인 거문고의 모양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멋을 가미한 32개의 범종과 290여개의 트럼펫 파이프를 한옥의 추녀 모양처럼 곡선으로 아름다움으로 배열해 놓아 또 다른 전통 예술작품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파이프 오르간은 교회나 성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된 악기로 자리 잡았다.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다 담고 있다는 파이프 오르간만큼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리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신이 좋아하는 소리라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떨까. 도심 속에 적응되어 갈수록 시끄러움과 소음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 창밖을 내다보며 눈의 피로를 푸는 것처럼 과거 사람들이 자연의 음색이라 칭하던 파이프 오르간의 웅장하고도 섬세한 연주로 잠시 도시의 소음에서 멀어져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