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뮤직커버리 2021, 다섯 가지 단상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송년음악회 〈뮤직커버리 2021〉는 2021년을 돌아보는 다섯 단상으로 전개된다.
그 안에 담긴 의도를 황선미 작가가 들려준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어느 가을날.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송년음악회 준비를 위해 오래전 인연을 맺었던 반가운 사람들과 오랜만에 마주했습니다. 서로의 안부로 시작해 어떤 음악회를 만들고 싶은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그동안 수많은 제약 속에서도 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마냥 밝고 희망으로만 가득 차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살아낸’ 2021년의 모습 그대로를 담담하게 영상으로 기록하고, 음악에 담아 되돌아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음악(music)의 새로운 발견(discovery), 송년음악회 <뮤직커버리(musicovery) 2021>이 탄생했죠. 이야기를 잘 담아낼 구성을 고민하다 떠오른 장르는 미니 다큐멘터리 음악회! 이렇게 음악회의 방향이 잡히자 본격적으로 묵직하고도 차분하게 2021년을 담기 위한 선곡과 영상 구성에 들어갔습니다.
2021년을 돌아볼 다섯 가지 주제로 한 해를 살아낸 우리 삶의 다양한 풍경이 담긴 사진과 따뜻한 진심이 담긴 자막으로 감성적인 영상을 만들고, 묵직한 목소리로 세상을 그려내는 김상현 성우의 매력적인 내레이션을 더해 곡별 인트로 영상을 만듭니다. 2021년을 돌아볼 수 있는 <뮤직커버리>의 다섯 가지 주제를 소개합니다.

이번 공연은 2021년을 돌아보는 미니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됐다.

# 2021년의 일상

텅 빈 거리, 문 닫은 가게들. 자리마다 설치된 투명 칸막이, QR 체크인과 출입 명부 작성이 일상화된 모습. 이것이 2021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아닐까요. 무력하고, 지루한 일상을 견뎌야 하는 이런 현실 덕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지만 우리는 좌절하고만 있진 않았죠. 코로나 블루도 이겨낸 우리의 뜨거웠던 일상을 담았습니다.
그런 일상의 풍경은 이정호 작곡의 밀양아리랑을 주제로 한 국악관현악 ‘적월(赤月)’을 개작해 담기로 했습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적월이라고 하죠. 적월은 태양빛 중 파장이 긴 붉은빛만이 지구의 대기권을 지나 달까지 다다르게 되어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인데요. 어떠한 의지가 그림자에 가려져 사라지지 않고 굳건한 마음의 힘으로 열정의 붉은빛이 되어 달에 닿기를 바라는 작곡가의 의도가 코로나 블루도 이겨낸 우리의 일상과 닮았단 생각이 듭니다. 그 역동적인 기운이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웅장한 음악으로 여러분에게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 2021년의 대립

최선을 다해 살아낸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벽과 마주하다 생긴 갈등과 불안, 대립의 순간도 우리 삶의 모습이더군요.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사이에 발생하는 사회적 격차, 즉 백신으로 사람을 차별적으로 구분하는 ‘백신 디바이드 시대’가 열렸다고 하죠. 그뿐만 아니라 등교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발생한 교육 격차와 학력 격차, 돌봄 격차까지. 이 모든 것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이번 공연을 위해 이경은 작곡가에게 위촉한 거문고 협주곡 ‘contrast(대비)’에 삶 곳곳에서 발견되는 명암의 차이, 이면의 현실을 담고자 했습니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김선효 수석 단원의 거문고 연주와 관현악이 서로 묘하고도 강렬한 감정 대립을 이루고, 선법과 연주 기법 등의 표현적 차이를 두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 안에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겠죠.

일상, 대립, 공존, 가족, 희망. 이번 공연은 다섯 가지 주제로 2021년을 돌아본다.

# 2021년의 공존

하지만 우리는 그런 대립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공존’을 선택하지 않았던가요. 하루하루 일상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 ‘홈트’로 운동을 즐기고, 온라인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줌타운(Zoom town)’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바뀌었지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우리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죠. 곡을 위촉받은 안현정 작곡가는 이런 취지를 듣고 폴란드의 소박하면서도 흥겨운 민속적 정서가 담긴 ‘폴로네즈’라는 춤곡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은 대금협주곡 ‘대금 폴로네이즈를 위한 A beautiful life’.
서울시국악관현악단원을 역임한 정소희 씨와의 협연으로 전통 관악기인 대금의 다양한 표현과 국악관현악과의 어울림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려낼 음악을 함께하며 아름다운 인생의 장면들을 떠올리시면 좋겠습니다.

# 2021년의 가족

일상생활이 불안할수록 곁에서 힘이 되어 주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죠. 가족은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빗속에서 우리를 지켜준 든든한 우산이었습니다. 언제나 곁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 준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공모해 무대에서 의미 있게 소개하려 합니다. 어떤 따뜻한 이야기들이 저희에게 도착할지 제작진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무대를 위해서는 얼마 전까지 서울시국악관현악단에 몸담았던 가야금 연주자 곽재영 씨의 협연으로, 조원행 작곡의 25현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 ‘비가(歌)’가 개작 초연됩니다. 25현 가야금의 다양한 주법으로 비가 오는 우울한 분위기부터 폭우가 내리는 풍경, 소강상태에 접어든 비 내리는 날의 분위기까지 만날 수 있을 텐데요. 빗소리가 떠오르는 음악을 함께하시며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뮤직커버리>는 혼란스러웠던 2021년을 따뜻한 마무리하게 해줄 공연이다.

# 2021년의 희망

자! 이제 올해의 마지막 단상을 이야기할 차례군요.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이 나는 순간들이 꽤 있었죠. 도쿄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안겨준 감동과 희망의 메달에 환호했고,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반가운 소식에 우리 모두 어깨가 으쓱하기도 했죠. 그래서 마지막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연주회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그 희망에 대한 간절한 바람은 동해안 어민들이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던 마을굿인 동해안별신굿(부산 기장 오구굿)을 소재로 작곡한 김성국 작곡의 ‘춤추는 바다’에 담았습니다. 우리 음악의 보고로 손꼽히는 동해안별신굿의 기산 오구굿 장단과 선율은 드넓은 동해의 풍광과 기운을 전해줄 것입니다. 동해에는 이제 곧 2022년의 첫해가 곧 떠오르겠지요. 그 찬란함이 음악과 함께 여러분 모두에게 희망의 기운으로 전해지길 바라봅니다.

이렇게 2021년의 다섯 가지 단상이 담긴 미니 다큐멘터리와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을 본 관객들의 가슴에 뻐근하고도 묵직한 울림이 남았으면 합니다. ‘내가 이 힘든 시간을 이렇게 잘 살아냈구나. 정말 고생 많았다. 이제 곧 새롭게 시작할 2022년도 잘 살아낼 수 있겠지’하고 용기를 가졌으면 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도심을 밝히는 불빛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따스하게 빛났으면 좋겠어요. 그 따스한 불빛이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감싸 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그런 날이 되길 간절하게 희망해 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황선미(KBS <국악한마당>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