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2년 만에 돌아온 호두까기인형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의
호두까기왕자 이동탁과 클라라 서혜원이 말하는 〈호두까기인형〉의 매력.

2년 만에 <호두까기인형>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코로나19가 급확산되면서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두고 취소됐죠. <호두까기인형> 없는 연말은 정말 오랜만이라 팬들에게도 무용수들에게도 모두 낯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올해는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이 펼쳐지니까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특히 동화 나라에 온 것 같은 환상적이면서도 설렘 가득한 무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33년 연속 전 공연 매진’이라는 공연계에 길이 남을 신화를 써왔습니다. 2018년까지 33년간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을 관람한 관객 수는 80만 명이 넘습니다.
공연을 한 달여 앞두고 연습에 여념이 없는 유니버설발레단을 찾아 남녀 주인공 ‘호두까기왕자’ 이동탁(수석무용수)과 ‘클라라’ 서혜원(드미솔리스트)을 만났습니다.

클라라 역의 서혜원
ⓒUniversal Ballet

호두까기왕자 역의 이동탁
ⓒUniversal Ballet

2년 만의 <호두까기인형> 무대를 앞두고 마음가짐이 다를 듯한데요

서혜원 지난해 공연을 이틀 앞두고 거의 준비가 다 끝난 시점에 공연이 취소됐어요. 제가 오프닝 공연에서 클라라로 무대에 설 예정이었던 터라 연습도 제일 먼저 시작했는데 정말 아쉬웠죠. 올해 공연을 준비하면서 저를 포함한 단원들의 최대 목표는 ‘안전’이에요. 오로지 안전!(웃음) 행여나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연습 때 마스크 열심히 쓰고, 사람들과 만남도 자제하고 있어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이동탁 <호두까기인형>은 장기 공연이에요. 그런데 체력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게 멘탈 관리에요.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공연이잖아요. 그런데 단원들 입장에선 거의 2주 가까이 매일 파티가 열리는 셈이에요. 그러다 보면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어요. 저희가 설레지 않으면 관객들에게도 설렘이 전해지지 않아요. 공연 내내 신나고 설레는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해요. 저희끼리 ‘와! 오늘도 파티다’ 하면서 분위기 띄우려고 노력하죠.(웃음)

2년 만에 선보이는 공연을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서혜원, 이동탁.

어릴 때 처음 호두까기인형을 봤던 기억이 있나요?

이동탁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니버설발레단 오디션에 참여해서 아역으로 호두까기인형 무대에 올랐어요. 1막 크리스마스 파티 장면에서 클라라의 대부인 드롯셀마이어가 아이들에게 신비한 마술로 여러 인형들을 춤추게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을 연기하는 성인 무용수들이 진짜 인형 같아서 정말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또 파티가 끝난 뒤 깊은 밤 클라라 집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점 커지는 장면이 있는데 나무가 정말 끝도 없이 계속 커지는 거예요. 어린 마음에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웠어요.

12월 한 달간 전 세계 발레단이 너도나도 <호두까기인형>을 무대에 올릴 텐데요, 유니버설발레단 호두만의 색깔과 특징은 무엇일까요?

이동탁 저희의 <호두까기인형>은 연기의 톤은 물론 무대와 의상 모두 밝고 따듯한 느낌이에요. 동심을 자극하는 설렘이 가득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에게 딱 맞는 공연이에요. 유니버설의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호두까기인형>을 처음 무대에 올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이에요. 보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죠. 반면 볼쇼이 발레단 버전 <호두까기인형>은 어린이들은 등장하지 않고 성인만 등장하는데 발레 그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서혜원 어린이가 등장하는 발레 공연은 흔치 않아요. 그래서 어린이들이 유니버설의 <호두까기인형>를 좋아한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화려한 무대도 아이들 취향에 딱이죠. 드롯셀마이어의 마술 장면과 무대 위에 펼쳐지는 설경, 마법 같은 과자 나라 등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해요. 특히 스페인(초콜릿), 아라비아(커피콩), 중국(차), 러시아(막대사탕) 민속춤을 추는 과자 나라 장면을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요. 중국춤을 출 땐 볼을 빨갛게 칠한 무용수가 무술을 하는 것처럼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스페인 춤을 출 땐 투우사 복장을 한 무용수가 투우하듯 춤을 추죠. 또 음악과 춤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마린스키발레단 버전 안무가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과 보다 잘 감기는 느낌이에요.

<호두까기인형> 중 눈송이 왈츠
ⓒ유니버설발레단_photo by Kyoungjin KIM

<호두까기인형>은 남녀 주인공의 2인무도 멋지지만 눈의 왈츠, 꽃의 왈츠 등 다채로운 군무도 유명하죠

서혜원 1막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눈의 왈츠는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어른이 된 클라라가 눈송이의 축복을 받으며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장면에서 펼쳐지는 군무예요. 여성 무용수 스무 명이 흩날리는 눈송이를 표현하죠. 첫눈의 설레는 느낌이 가득한 장면이에요.
이동탁 꽃의 왈츠는 2막 과자 나라의 민속춤과 아기 양과 늑대의 춤이 끝난 뒤 나와요. 개인적으로는 꽃의 왈츠가 클래식 발레를 통틀어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군무라고 생각해요.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를 들었다 내려놓는 리프트 동작이 많이 나오는데, 올라가고 내려오는 모습이 모두 일치해야 돼요. 또 남녀 무용수들이 나란히 서서 서로서로 손을 잡은 상태에서 여자 무용수들을 위로 올리는 동작도 있는데 여자 무용수들의 높이가 똑같아야 하죠. 정말 어려워요.(웃음) 다른 발레 작품에선 군무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종종 나른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호두까기인형>의 군무는 지루할 틈이 없어요.

<호두까기인형> 중 로즈 왈츠 ⓒ유니버설발레단_photo by Kyoungjin KIM

<호두까기인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서혜원 1막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클라라가 잠든 뒤 생쥐 군단과 호두까기인형이 이끄는 장난감 병정 부대와 싸우는 장면이 제일 재밌어요. 어린 클라라 입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은 나를 구해줄 왕자님이죠. 그래서 설레기도 하고요.
이동탁 그 장면에서 대포 쏘는 대목이 정말 재밌어요. 진짜 화약을 넣고 쏘는 대포라 소리가 엄청나게 커요. ‘펑’하고 대포를 쏘면 생쥐들이 넘어지는데 애드리브가 무척 많이 나와요. 부상당한 생쥐를 질질 끌고 가기도 하고, 누구는 인공호흡을 하기도 하고···. 공연 때마다 달라요. 저희 단원들끼리 그 장면에서 엄청 재밌어해요. 가족, 연인, 친구들 가릴 것 없이 모두 다 오셔서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호두까기인형>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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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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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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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오수현(매일경제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