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각자의 서울, 그 특별함

서울시극단 〈천만 개의 도시〉 는 마흔일곱 개의 서울을 담는다.
연출가 박해성을 만나 이 특별한 작업에 대해 물었다.

우리를 뭉클하게 하는 건 특별한 삶에 비집고 들어온 평범함이지, 평범한 삶에 끼어든 특별함이 아닙니다. 버스 정류장·편의점·시장 등 마흔일곱 가지 시민의 일상을 보여줄 서울시극단 <천만 개의 도시>는 그런 연극입니다. 전성현 작가는 4개월간 진행한 시민 인터뷰를 통해 주인공도, 서사도 없는 새로운 형태로 서울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성별, 국적, 나이, 장애 유무를 특정하지 않는 배역 선정부터 배리어프리 공연(barrier-free,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장애인을 배려한 공연)까지 톺아볼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도시가 시민을 담지만, 시민이 도시를 담기도 합니다. 박해성 연출을 만나 누구에게나 각자의 서울을 가질 권리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 연극은 창작자와 관람자가 한 몸인 것처럼 느끼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 기대합니다. ‘제22회 김상열 연극상’ 수상자인 박 연출은 <도덕의 계보학>, <믿음의 기원2: 후쿠시마의 바람> 등을 통해 열린 연극적 실험을 해왔습니다.

Q. 어떻게 작업을 제안받으셨습니까?

작년 6월에 서울시극단 문삼화 단장님께 제안을 받았어요. 서울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하셨죠. 레퍼런스 중 하나로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의 <러프컷>(바유슈의 세계 국가·도시 시리즈의 13번째 작품으로 한국이 소재)을 말씀하셨습니다. <러프컷>은 외부인의 눈으로 본 서울인데 우리의 눈으로 본 서울을 다루면 어떻겠냐고 하셨죠.

Q. 서울 시민의 일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시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우리는 서울의 상(像)에 대해 확증 편향(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갖고, 신화화하고 있죠. ‘한강의 기적’ 등이 예입니다. 그건 서울의 상을 그릴 때 제일 먼저 거부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에요. <천만 개의 도시>라는 제목처럼 모두가 하나의 공통상을 가지고 있지 않죠. 천만 사람이 있다고 하면, 천만 개의 도시가 있을 뿐이죠. 다만 ‘천만 개’라는 숫자가 주는 스펙터클함은 피했으면 했어요. 그런 정경과는 정반대의 이야기이거든요.

서울시극단 는 마흔일곱 개의 서울을 담는다. 연출가 박해성을 만나 이 특별한 작업에 대해 물었다.

박해성 연출은 섬세한 연출과 남다른 관점으로 사랑받아왔다.

Q. 작업이 구체화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공연 제목이 정해지고 시작점이 생겼을 때 윤한솔 연출의 연극 <동시대인>을 봤어요. 특정 서사와 인과관계없이 인물들이 어떻게 동시대에 공존하는지를 객관적이고 명료하면서 총체적으로 보여줬죠. 전성현 작가님이 글을 쓰셨어요.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론이 인상적이어서 지난해 가을, 전 작가님에게 작업을 제안했습니다.

Q. 몇 분을 인터뷰했나요? 그걸 어떻게 극에 녹여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스물두 분을 인터뷰했어요. 10대부터 60대까지 있었고 국적, 성 정체성, 장애를 아울렀죠.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개인적인 일상을 다뤘어요. 그렇게 모은 인터뷰 내용을 주제, 서술어, 배경, 상황 등을 다 분해해서 재조합했어요. 한 사람의 사연이 다섯 장면으로 분해되기도 했죠. 그렇게 마흔일곱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 부분이 미학적인 이유는 누구도 특별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요. 원래부터 모두가 특별하기 때문이죠.

Q. 이번 작업은 연출님이 지난 2012년 선보이신 연극 <영원한 너>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합니다. 연애 감정들을 다룬 작품이었는데, 장면들이 서사적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삽화식으로 배열됐습니다. 무엇보다 연애의 곡선을 ‘미분’한 작업이었는데요, 미분(微積)은 아주 잘게 나누는 거잖아요. 이번에도 미분의 법칙이 적용돼 보입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어요. ‘수학을 응용한 연산’의 학문이죠. 과학은 관찰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관찰자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최근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을 보면, 똑같은 분들이 한 명도 없어요. 다원의 레퍼런스가 존재하죠. 연극은 그 방법론을 택하고 있지 않아요. 단일한 주제와 동작을 관객이 받아들이죠. 르네상스 때 만들어진 방법론이 이어져온 겁니다. 지금 세상의 형식을 연극에 반영한다고 했을 때, 제 결론은 미분이었어요. 우상향으로 보이는 곡선이더라도 순간의 기울기 값은 달라요. 순간엔 이 세상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죠. 무대에서도 공유할 수 있는 건 이 순간밖에 없어요. 그 순간도 관객이 어떤 사유를 하는지에 따라 각자 받아들이는 게 달라지죠. 관객이 장면을 완성하는 겁니다. 그래서 순간을 거짓이 아닌 진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연극을 해온 지난 20년 동안의 방향성입니다.

서울시극단 는 마흔일곱 개의 서울을 담는다. 연출가 박해성을 만나 이 특별한 작업에 대해 물었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박해성 연출은 세상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미분’의 방법을 택했다.

Q. 코로나19 시대 유튜브 등 ‘온라인’이 연극의 한 선택지가 됐습니다. 그런데 연출님은 이미 지난 2018년 국립극단 ‘연출의 판’을 통해 선보인 <프로토콜>에서 유튜브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프로토콜>은 극장이 동시대성을 잃어버렸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어요. 현재 시민들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기존 연극의 방식이 맞지 않다는 고민이 있었죠. 동시대 특징은 무엇이든 한쪽에 쏠리지 않다는 것에 있는데 연극은 연출에 모든 것이 집중돼 있죠. 유튜브는 어떤 곳에서든, 손쉽게 무료로 볼 수 있잖아요. 극장과 관객을 연결하는 연극의 물리성에 대해 고민하는 실험이었어요.

Q. 코로나19가 진행되는 가운데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습니다. 이런 상황들도 묻어날까요?

코로나19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지만, 관객에겐 코로나19를 겪은 경험이 각인돼 있을 겁니다. 좌석 띄어앉기로 인해 연극을 보는 것이 같이 웃고 우는 공동체적 경험이 아니라, 각자 사색의 경험이 됐잖아요. 관객이 겪은 코로나19 속 경험 방식이 그 사색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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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이재훈(뉴시스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