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클래식 음악의 젊음과 깊이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스트링 앙상블〉.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를 만났다.

먼저 행복했다는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공연 <스트링 앙상블> 취재를 위해 음악을 하나하나 찾아 들어보니 좋은 음악으로 가득 찬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론도(D.438),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협주곡(D.345)이 1부를 채웁니다. 모차르트의 아다지오와 푸가(K.546),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Op.4)이 2부에 오릅니다.
슈베르트 특유의 ‘선율’이 “역시 슈베르트구나!”라는 감탄사를, 가볍고 경쾌한 음악의 대명사인 줄로만 알고 있던 모차르트가 보여주는 ‘반전 같은 무게감’이 “모차르트에게도 이런 진중함이!”라는 감탄사를 끌어냅니다. 20세기 현대음악의 시조인 쇤베르크의 무시무시한 불협화음만 알고 있는 분이라면 ‘정화된 밤’에 흐르는 선율에 빠져보시길. 쇤베르크가 갖고 있는 괴로운 이미지(?)도 정화되면서 그는 낭만의 사도가 됩니다.

이처럼 <스트링 앙상블> 공연은 우리가 잘 몰랐던 작곡가의 이면과 깊이로 안내하는 시간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한양대 음악대학 교수인 김응수는 이번 공연의 객원 예술감독 및 협연을 맡았습니다. 그에게 공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을 만났다.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을 만났다.

김응수는 이번 공연 콘셉트인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며 빈에서의 유학 시절을 떠올렸다.

Q. 군산시립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백정현 상임지휘자가 객원 지휘를 맡았고, 정경영 한양대 음악대학 교수가 해설을 맡은 공연입니다. 먼저 이번 공연에 콘셉트가 있을 텐데요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의 여행’입니다. 모차르트(1756~1791)와 슈베르트(1797~1828), 그리고 쇤베르크(1874~1951)는 18~20세기에 빈을 중심으로 활동한 ‘빈 악파’의 음악가들입니다. 백정현 지휘자도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서 유학했고, 저도 빈에서 유학했습니다. 둘 다 오스트리아 특유의 음악적 정서와 문화를 체험했고 공유하고 있으니 처음부터 말이 잘 통했죠.

Q. 1984년 창단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20대 음악가로 구성된 젊은 음악가 단체입니다. 이들과 함께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지난 20대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텐데요. 감독님의 20대 시절은 어떠했나요?

세계무대에 데뷔한 때가 스물한 살 즈음입니다. 리오 샴바달이 지휘하는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던 공연이었죠. 이후 20대는 홀로 공연을 준비하고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을 만났다.

김응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젊음에 대한 편견을 반증하며 깊이 있게 음악에 접근한다고 말한다.

Q. 그런 추억의 시선으로 지금의 단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젊은 단원들이 함께 모여 음악을 놓고 고민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좋아 보이고 부럽기도 합니다. 젊음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가볍다’, ‘무르익지 않았다’라는 것인데요. 이런 시선과 달리 이들은 깊이 있게 음악에 접근하고 배우려고 하죠.

Q. 단원들은 현재 학생들이어서 이 공연으로 ‘또 다른 배움’을 경험할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학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상당히 수준 높은 곡들인데요. 감독님이 바라보는 작곡가에 대한 시선이 결국 음악을 연주하고 들을 단원과 청중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씩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1부는 슈베르트가 남긴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론도(D.438),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협주곡(D.345)입니다

이토록 예쁘고 아름답게 곡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요. 슈베르트는 소극적인 사람이었지만, 음악의 역사는 그를 섬세하고 신중한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베토벤처럼 갑자기 웅장하게 확 커지거나 퍼지는 다이내믹은 없지만, 하나의 선율이 반복의 시간을 통해 다른 옷을 입고요, 그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스며들어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을 만났다.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을 만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젊음과 도전정신에 기대를 건다.

Q. 모차르트의 아다지오와 푸가(K.546)는 어떤가요? 저는 사실 이 곡을 듣다가 모차르트의 곡 같지 않아서 깜짝 놀랐고요, 그의 또 다른 음악적 표정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차르트라고 하면 보통 경쾌한 흐름의 고유명사 아닙니까.

푸가는 음악 양식 중 하나입니다. 하나의 모티프를 가지고 발전시키는 것인데요. 이런 기법을 아다지오, 즉 느린 흐름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이죠. 하나의 모티프가 반복·발전하면서 진행되어 듣는 이에게 계속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다음은 어떻게 진행될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하는 식으로요.

Q.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끝에 ‘오! 모차르트의 이런 면도 있구나’라는 느낌표를 얻어 가는 것이 ‘아다지오와 푸가’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네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은 자주 연주되는 곡입니다. 불협화음으로 20세기 음악사를 전복시킨 쇤베르크지만, 이 작품은 그의 초기 작품으로 곡 속의 서정성이 참 농밀합니다

만약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면 어떠할까요? 리하르트 데멜이 쓴 이 같은 내용의 시를 모티프로 한 곡입니다. 음악을 낳은 이 시를 읽고 있자면 뭉클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용서’라는 인간만의 감정 때문일 것입니다. 쇤베르크는 그 감정을 이 곡에 담았고요. 악기들의 독주가 돋보이는 1917년 버전을 주로 연주하는데요, 이번에는 이러한 시적 감수성이 짙은 1943년 버전으로 연주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빈으로 여행을 떠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 음악감독이자 협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을 만났다.

“이번 공연을 듣는 분들이 ‘음악이란 예술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라고 깨닫기를 바랍니다.”

Q. 이번 공연에서 감독님은 슈베르트의 소협주곡(D.345)에서 바이올린 협연도 함께 하는데요. 끝으로 젊은 악단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슈베르트나 모차르트 곡의 섬세한 지점까지 다 보여주기에 이들은 젊습니다. 음악의 전성기가 50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찾아온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많은 기다림의 시간을 걸어가야 할 이들이죠. 하지만 기교적으로 맞고 안 맞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젊은 시절에 내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음악과 공연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고, 또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젊음과 도전정신이 이들이 만들어낼 또 하나의 완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주하는 이들이나 듣는 이들이나 ‘음악이란 예술이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라고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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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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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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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송현민(음악평론가)
사진_이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