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욕망의 이름 ‘아파트’를 노래하다

7월 온쉼표 공연은 전 국민이 아파트를 선망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가극 〈아파트〉다.
작곡가 류재준에게 사회문제를 담은 가곡을 쓴 까닭을 물었다.

“저 너머 힐스테이트, 이 편한 세상, 하늘은 푸르지오, 미래는 아름답지요. 캐슬처럼 우아하고 호텔처럼 편리한 이곳은 당신과 내 삶의 메르디앙.”
한국인에게 아파트는 욕망과 애환의 용광로와 같은 단어입니다. 최근 수년간 치솟은 아파트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좌절했죠.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류재준이 이 민감하고 뜨거운 주제를 다룬 2인 가극 <아파트>를 발표합니다. 15곡의 성악곡과 7곡의 프렐류드(전주곡)로 구성된 이번 작품에는 ‘선분양’ ‘층간소음’ ‘택배기사’ ‘아파트 가격’ 등 아파트를 둘러싼 다양한 소재가 고루 담겼습니다.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한 노래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아파트를 욕망하는 삶에서 배설되는 ‘질시’ ‘비교의식’ ‘불안’ ‘예민함’ ‘분노’ 등 온갖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는 7월 6일부터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 천원의 행복 ‘온쉼표’ 공연으로 진행되는 <아파트> 전막 초연에 앞서 작곡가 류재준을 만나 이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최근 3~4년 새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며 구상하게 된 작품인가요?

현 정부 들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건 사실이지만, 아파트를 둘러싼 한국인의 애환은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어요.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 아파트에 투영됐던 거죠. 그래서 아파트에는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과 번민이 담겨 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요. 5년 전부터 작품을 구상했고, 이번에 내놓게 됐는데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죠. 독일어, 이탈리아어로 된 가곡 연주회에선 내용을 알 수 없는 가사에 졸음이 밀려오는 경험을 하셨던 분들이라도 <아파트> 연주회에 오시면 ‘맞아 내 이야기야’ 하면서 공감하며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가곡에서 가사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작곡가 류재준은 아파트에 투영된 욕망과 번민을 <아파트>로 풀어냈다.

Q. 현실이 반영된 가사가 주는 흡입력이 엄청납니다. 또 음악과 가사가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 가곡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시어가 음악과 잘 결부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원래 시는 노래로 부르기 위해 만들어졌죠. 옛날 유럽의 마이스터징거(meistersinger, 중세 독일 시가조합의 시인)들도 자신들이 지은 시로 노래를 부른 사람들이잖아요. 하지만 우리 시에는 음악성이 내재되지 않은 경우가 적잖아요. 시가 노래를 잃어버리면서 시와 음악 사이에 괴리가 생긴 거죠. 이런 시는 어떻게 해도 음악에 달라붙지 않아요. 무수히 많은 시를 살펴보다 좋은 가사를 쓸 수 있는 분과 함께 작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문하연 작가를 소개받았어요. 문 작가와 함께 작업하면서 아파트에 관한 제 생각도 많이 반영했어요.

Q. 좀 더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3번째 노래인 ‘층간소음’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성악가가 1인 2역을 맡아 아랫집, 윗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시도가 참신했고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가수 한 명이 발성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두 명의 캐릭터를 연기하죠. 층간소음에는 윗집과 아랫집,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해요. 가수 한 사람이 노래하지만 음악은 2개로 분리돼야 하죠. 그래서 발성과 음역으로 윗집과 아랫집의 노래를 분리했어요. 대중음악이나 뮤지컬과 달리 성악 발성은 굉장히 다양해요. 혀를 안쪽으로 조금 밀어 넣고 노래하기만 해도 느낌이 확 달라지죠. 말을 하듯 노래할 수도 있고요. 윗집 사람의 노래는 높은 음역대에서, 아랫집 사람의 노래는 낮은 음역대에서 이뤄지면서 확실한 분리감이 느껴지도록 했어요. 한 사람이 노래하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두 사람이 노래하는 것 같죠.

7월 온쉼표 공연은 전 국민이 아파트를 선망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가극 다. 작곡가 류재준에게 사회문제를 담은 가곡을 쓴 까닭을 물었다.
7월 온쉼표 공연은 전 국민이 아파트를 선망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가극 다. 작곡가 류재준에게 사회문제를 담은 가곡을 쓴 까닭을 물었다.

<아파트> 공식 비디오 중 한 장면.

Q. 성악과 피아노의 2인 가극입니다. 피아노의 역할도 무척 크던데요. ‘층간소음’에서 스타카토로 끊어 연주하는 부분에선 실제로 어디선가 ‘쿵쿵쿵’거리는 소음이 들려올 것만 같더군요

성악곡 하면 가수는 노래, 피아노는 반주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가수 못지않게 피아노에도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해야 돼요. 제가 감탄을 금치 못하는 가곡이 슈베르트의 작품들이에요. 모든 노래마다 가사에 맞춰 피아노가 뚜렷한 캐릭터를 갖고 있어요. 그 유명한 도플갱어(Der Doppelgänger)를 예로 들어볼까요. 도플갱어는 자신의 분신, 환영을 의미하죠. 그래서 피아노에는 줄곧 2개의 음이 등장하는데, 이 음들은 각각 나 자신과 나의 분신을 의미해요. 이 2개의 음이 전환하고 교차하면서 곡이 진행되죠. 10번째 곡인 ‘아파트 구입’에서 피아노는 딱 4개의 음만 연주해요. 돈을 아껴야 집을 사니 저는 음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죠.

Q. <아파트>는 사회문제를 고발한 보기 드문 성악 작품입니다. 예술로 사회 이슈를 다루는 데 적극적이신가요?

음악으로 사람을 선동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 순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음악으로 기록할 순 있죠. 사회 이슈는 음악에 엄청난 영감을 제공해요. <아파트>도 우리 사회의 현상에 관한 기록이에요. 정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한국 가곡은 대부분 사랑 이야기예요. 이런 천편일률적인 소재를 다양화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7월 온쉼표 공연은 전 국민이 아파트를 선망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가극 다. 작곡가 류재준에게 사회문제를 담은 가곡을 쓴 까닭을 물었다.
7월 온쉼표 공연은 전 국민이 아파트를 선망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가극 다. 작곡가 류재준에게 사회문제를 담은 가곡을 쓴 까닭을 물었다.

이번 공연에서 15곡의 성악곡과 7곡의 전주곡을 연주할 바리톤 김재일과 피아노 김가람.

Q. 아파트를 보다 많은 가수와 연주자들이 등장하는 규모가 큰 작품으로 쓰고 싶진 않으셨나요? 2인 가극이라는 형태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해외 유수의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성악가들이 한국으로 돌아와선 노래할 무대가 없어요. 자기 돈 써가며 연주회를 열고 지인들을 초대해 독일 가곡을 노래하는데, 관객들 태반은 졸고 있죠. 이런 현실을 보면서 작곡가로서 성악가들이 자주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재미있는 한국 가곡 레퍼토리를 하나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이 들더군요. 2인 가극이기 때문에 연주회를 열기에도 부담이 없고, 연기적 요소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미하며 변화를 줄 수도 있어요.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웃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오수현(매일경제 기자)
사진_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