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연극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한여름밤의 꿈

서울시극단의 가족음악극은 ‘함께하는 가족’에 집중한다.
올해는 도깨비로 무장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Ⅲ’ 〈한여름밤의 꿈〉을 준비했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의 상상력은 타고 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일본의 그림책 작가 마쓰이 다다시는 말했습니다. 어린이의 상상력은 직·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발전한다고요. 아이들의 예술 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공연장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맞춤 공연’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떨까요?

어린이 연극이 발달한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입니다. 독일에는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어린이·청소년 연극센터가 있습니다. 극장의 주된 신념은 독일에서 자라나는 모든 아이에게 연극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관극이 아니라, 연극을 교육 수단으로 삼는데요. 예컨대 아이들은 각 극장의 공연 제작 현장에 직접 참여합니다. 공연 전후 진행되는 연계 워크숍에 참여해 연극 놀이를 즐기기도 하지요.
독일의 음악 단체도 어린이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일의 명문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은 연령을 고려한 체계적인 음악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오픈 리허설’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의 학교에 미리 곡 해설을 보내 학습을 시킨답니다. 이후 악단 리허설에 참관해 미리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음악을 즐기도록 이끌고 있지요.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극장은 1965년 창립한 칠드런스 시어터 컴퍼니(CTC)입니다.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작품을 개발하며 미국의 어린이 연극을 이끌고 있어요. 한 작품을 올리기까지 평균 2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둔다고 하네요. 아이들의 흥미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영상과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뮤지컬이나 힙합 퍼포먼스를 차용한 공연이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시즌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작품을 보고 감상을 나누도록 패밀리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올해는 도깨비로 무장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Ⅲ’ 을 준비했다.

ⒸSteven Pisano 위키미디어커먼스
뉴욕 필하모닉은 1926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고민해왔다.

뉴욕 필하모닉의 어린이 공연 역사는 훨씬 더 길어요. 1926년부터 어린이를 위한 음악회를 고민했는데요. 미국 출신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에 의해 시작한 <영 피플스 콘서트>가 유명합니다. 만 6세 이상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연극과 문학을 융합해 선보이는 음악회지요. 아이들이 직접 작곡하고 뉴욕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베리 영 컴포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의 토대가 됐습니다.

어린이극을 넘어 국가대표 가족음악극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극단과 국립극단도 어린이를 위한 연극에 앞장서는 단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두 극단의 작품 개발 방향성이 확연히 다르다는 거예요. 서울시극단은 ‘가족음악극’, 국립극단은 ‘영유아극’과 ‘청소년극’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 개소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지속적으로 어린이·청소년극 레퍼토리를 쌓아왔습니다. 국립극단의 특이점은 청소년이 직접 창작 주체로 참여하는 건데요. 모든 창작 과정에서 청소년이 제작진과 협력해 그들의 목소리를 작품에 반영합니다. 국립극단이 개방된 제작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고민 때문입니다. 내일의 어린이들은 오늘과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니 더 면밀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도깨비로 무장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Ⅲ’ 을 준비했다.
올해는 도깨비로 무장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Ⅲ’ 을 준비했다.

<한여름밤의 꿈>을 연습하는 서울시극단 단원들. ‘가족’을 맞을 생각에 얼굴에 미소가 머문다.

반면 서울시극단은 ‘가족극’과 ‘음악극’을 결합한 ‘가족음악극’이라는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최근 연극계에선 ‘어린이극’이라는 표현 대신 ‘가족극’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쓰입니다. 과거 어린이 공연을 떠올려 보면 아이를 극장에 떠넘긴 어른 관객은 극장 밖에서 다른 볼일을 보곤 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조성됐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동참하며 서울시극단은 ‘가족음악극’을 개발합니다. 지금 세대 아이들은 다양한 멀티미디어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예술을 활용하면 집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연극과 음악, 무용을 융합한 서울시극단 ‘가족음악극’은 가족용 공연 콘텐츠로 단단히 자리매김했습니다. 어린이 연극이라고 하면 대개 성인 연극에 진입하기 전 단계로 인식해오셨죠? 지금부터 어른과 아이들의 쌍방향 소통을 지향하는 서울시극단의 ‘가족음악극’ 시리즈를 살펴보겠습니다.

‘연극 교육’의 새로운 길잡이

서울시극단은 가족음악극의 소재로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택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죠.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일 텐데요.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사에는 등장인물의 심오한 고뇌가 오롯이 담겼습니다. 인간 본성을 해부하는 원작의 대사는 삶의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예리하게 다가옵니다. 어른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세밀한 셰익스피어의 세계를 서울시극단은 ‘가족음악극’ 형태로 유쾌하게 재해석했습니다.
서울시극단이 가족음악극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건 2016년입니다. 그간 <템페스트>, <십이야>, <한여름밤의 꿈> 등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희곡을 새롭게 무대에 올렸습니다. 고전 명작을 보다 쉽게 익힌다는 교육적 효과 때문일까요?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같이 즐기는 공연이기 때문일까요?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모든 작품은 대중의 높은 호응을 얻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는 도깨비로 무장한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Ⅲ’ 을 준비했다.

서울시극단 가족음악극 시리즈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유익하다.

<한여름밤의 꿈>은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입니다. 셰익스피어 희곡 중 가장 낭만적인 작품인데요. 2018년 초연 당시 ‘음악으로 풀어낸 재미있고 신선한 작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즐거운 공연’이라는 호평을 받았죠. 새로운 제작진과 함께하는 이번 작품은 한층 더 발전했습니다. 윤광희 작가가 각색으로 참여하고, 작년 6월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부임한 문삼화 연출가는 공연의 배경을 동양과 서양, 꿈과 현실의 경계가 뒤섞인 도깨비들의 세상으로 표현할 예정입니다. 뮤지컬 <파리넬리>와 <세종 1446> 등 다수의 흥행작을 선보인 김은영 음악감독이 합류해 더욱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고요.
서울시극단은 가족음악극 시리즈를 통해 연극 교육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사는 절반 이상이 운문으로 쓰였습니다. ‘음악극’이란 형식을 가져온 것은 아이들에게 더 큰 흥미를 주기 위해서도 있지만, 원작의 시적 어감을 최대한 살린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보통 어린이 연극에서 대사를 쉬운 언어로 변용하곤 하죠. 서울시극단은 셰익스피어가 전하는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영어 자막을 제공합니다. 원작이 워낙 난해해서 걱정이라고요? 작품의 설명을 돕는 공연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흔히 연극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연극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어쩌면 삶을 미리 예습하는 것이 아닐까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공연장 나들이를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아이의 손을 잡고 세종문화회관으로 발걸음 해보기를 권합니다. 초여름, 서울시극단이 준비한 무대는 온 가족에게 유쾌한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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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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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장혜선(월간 <객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