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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클래식 음악을 구원할 것인가

지난 4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게임 음악 콘서트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가 성황리에 끝났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세종문화회관의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원래 지난해 11월 개최될 예정이었습니다. 공연을 앞두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에는 바드, 아무무, 티모, 트위치, 블리츠크랭크 등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게임 유저에게 사랑받고 있는 챔피언 5종의 대형 풍선이 세워졌죠. 지휘봉을 든 티모 외에 나머지 네 캐릭터는 바이올린, 퍼커션 등 악기를 하나씩 드는 등 ‘챔피언 악단’인 셈이었는데요. 광화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모션과 티켓 매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과 서울시의 방역 조치 강화로 연기됐다가, 올해 4월에야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세종 대극장 앞에 등장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악단’. ⓒ세종문화회관

게임이 공연이 되기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의 시즌 프로그램으로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주목받았습니다. 그리고 게임 음악 전문 지휘자 진솔이 지휘를 맡고 KBS교향악단, 위너오페라합창단 등이 참여해, 올해 공연 전후엔 국내 주요 언론이 앞다퉈 기획기사로 다룰 정도였습니다. 국내 대표적 공공극장인 세종문화회관이 처음으로 게임 음악 콘서트를 기획공연으로 선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게임 음악 콘서트는 일본에서 1987년 <드래곤 퀘스트 콘서트>가 처음 열린 이후 1990년대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의 인기와 함께 일반화됐습니다. 2003년 독일에서 <심포닉 게임 음악 콘서트>, 2004년 미국에서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파이널 판타지 콘서트>를 시작으로 주요 오케스트라와 공연장이 앞다퉈 게임 음악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02년부터 게임 음악 콘서트가 게임 유저들을 타깃으로 꾸준히 열려 왔습니다. 하지만 게임업계 중심으로 기획되다 보니 주류 공연계에선 게임 음악 콘서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2007년 <라그나로크 2-칸노 요코 내한 공연>, 2019년 <스타크래프트 2 라이브 콘서트>가 열린 바 있지만, 대관 공연이다 보니 공연계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2017년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가 ‘게임 속의 오케스트라’라는 타이틀로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을 꾸준히 선보인 것은 게임 음악 콘서트에 대한 공연계의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같은 해 지휘자 진솔이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게임 음악 플랫폼 ‘플래직’의 전신)를 시작한 것은 게임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경계가 흐려지는 본격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지휘자 진솔은 플래직 게임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시작해 지금의 게임 음악 플랫폼 ‘플래직’을 만들었다.

게임과 클래식의 동반성장

세종문화회관의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마침내 국내 공연계가 현대 사회에서 게임의 높은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깨닫도록 만들었습니다. 게임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사회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았고, 코로나19 이후엔 메타버스, 즉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초월적 세계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게임업계는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게임의 가치 확산을 위해 순수예술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공연의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세종문화회관 객석을 가득 채운 젊은 남성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지침 탓에 객석 수가 3,000석인 대극장은 회차당 1,700석을 허용, 이틀간 총 3,400석을 오픈했고 단숨에 매진됐는데요. 평소 세종문화회관 일반 공연 관객의 70% 이상이 20~30대 여성인 것에 반해, 이번 콘서트 예매자의 70% 이상은 20~30대 남성이었습니다. 관객들은 게임 관련 각종 MD 상품을 사기 위해 지갑도 적극적으로 여는 모습이었는데요. 또한 게임 마니아 50여 명이 LOL 속 캐릭터들로 분장한 코스튬 플레이도 재밌는 볼거리였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관객들은 게임 MD 상품을 구매하고 LoL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를 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세종문화회관

이번 공연은 게임 음악을 비롯한 게임 콘텐츠가 확실한 티켓 파워와 함께 관객의 저변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라는 것을 공연계가 본격적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음악만 들어도 게임 대기화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두근거림을 느끼는 유저들은 게임 음악 콘서트에 충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자기 체험과 밀접한 게임 음악 콘서트는 어떤 공연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 음악과 공연계의 새로운 가능성

이미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은 게임 음악의 높은 완성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 게임 회사들은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재능 있는 작곡가들을 속속 기용했습니다. 덕분에 게임 음악이 훨씬 다채롭고 풍성해졌음은 물론입니다. 특히 LOL은 여느 게임보다 음악적으로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라이엇게임즈 내 음악팀이 전속 아티스트는 물론 외부 아티스트와 활발한 작업을 통해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낸 덕분인데요. 장중하고 우아한 클래식 사운드부터 강렬하고 시원한 락 사운드까지 장르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KBS교향악단의 웅장한 현악과 밴드의 강렬한 전자 기타 소리가 게임 유저뿐 아니라 일반 관객까지 사로잡았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와 클래식의 만남은 공연계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을까?

어떤 공연보다 성장 가능성이 큰 게임 음악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LoL은 세계적으로 약 1억 명 이상이 즐기고 있으며, 국내 기준으로도 PC방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독보적인 1위일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과 달리 국내에서 종종 열리는 게임 음악 콘서트에서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종문화회관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LoL 게임 음악 콘서트 <리그 오브 레전드 라이브: 디 오케스트라>는 유저들에겐 놓칠 수 없는 무대였을 것입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게임 초창기에 만들어진 ‘소환사의 협곡’, ‘소환사의 부름’은 물론이고 150여 개 캐릭터의 테마 음악 및 전쟁터의 순간을 담은 ‘펜타 킬’ 등의 배경음악은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이번 공연 중 세종문화회관 공연 사상 최초로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관객과 쌍방향 소통하는 인터랙션 미디어아트를 도입했기 때문인데요. 지휘자의 움직임이 모션 캡처로 스크린에 구현되고, 관객 2,000명이 동시에 휴대전화 터치로 미디어아트를 완성하는 몰입형 공연이 이뤄졌습니다. 최근 미동조차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의 클래식이나 뮤지컬 공연과 달리 관객이 전체 공연의 일부로 참여하며 즐기는 경험은 새로운 관람 문화로서도 주목됩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장지영(국민일보 기자,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