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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동안 바이올린을 올렸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ow the days
Seedlings turn overnight to sunflowers, Blossoming even as we gaze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세월 참 빨라. 눈 깜빡하면 낙엽 지고 하룻밤 자면 꽃 피네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y the years
One season following another, Laden with happiness and tears
해가 뜨고 해가 지고, 세월도 흘러. 수없이 계절은 바뀌고 기쁨과 슬픔만 남아

올드팝 프로그램에서 여전히 들을 수 있는 음악, 바로 ‘Sunrise, sunset’입니다. 한때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음악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던 곡이라, 어쩌면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장년층 이상의 독자라면 음악이 삽입되었던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감동도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노만 주이슨 감독이 1971년 연출해 아카데미 어워즈 3개 부문, 골든글러브 어워즈 2개 부분을 수상한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역시 첫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는 한 남자가 지붕 위에 걸터앉아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가 바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故 아이작 스턴이었습니다. 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도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인 뮤지컬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공연됩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4월 2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립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서울시뮤지컬단은 이 작품을 과거 6차례 걸쳐 공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레퍼토리를 통틀어 가장 많은 횟수입니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66년 10월, <살짜기 옵서예> 공연 포스터(왼쪽)와 공연 사진.

뚝심의 60년

서울시뮤지컬단은 국내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뮤지컬단으로, 1961년 한국 전통예술의 국제화를 목표로 창단되었던 예그린악단을 전신으로 합니다. 본격적인 활동은 1962년 <한여름 밤의 꿈>으로 시작했는데, 같은 해 공연한 <살짜기 옵서예>는 한국 창작뮤지컬의 효시로 불립니다. 이처럼 서울시뮤지컬단은 국내 뮤지컬 시장이 개척되기 전, 척박했던 환경에서 창작뮤지컬을 꾸준히 발표하며 뮤지컬계의 자양분을 만들어 왔습니다.
1973년 국립가무단으로, 1977년 국립예그린예술단으로, 1978년 서울시립가무단으로, 간판은 바뀌어 왔지만, 창작뮤지컬을 향한 고집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이름인 서울시뮤지컬단은 1999년에 붙은 이름입니다. 그 사이에 서울시뮤지컬단은 <춘향전>, <허생전>, <양반전>, <시집가는 날>, <상록수> 등 우리의 고전 설화와 소설 등 한국적 이야기에 뮤지컬을 입히는 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한편 서울시뮤지컬단은 <애니>, <오즈의 마법사>, <피터 팬>, <정글북>, <머털도사> 등 어린이 뮤지컬을 제작하여 미래 관객 개발 형성에도 이바지했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60년사에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총 6차례 공연되었는데, 초연은 한국뮤지컬계의 거목 임영웅의 지휘로 1985년 12월 이루어졌습니다. 전무송, 최주봉 등이 출연했던 당시 공연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듬해 재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1991년에는 한국뮤지컬 30주년을 기념하여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찾아옵니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춘향전>(왼쪽), <시집가는 날> 등을 통해
한국의 이야기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추억과 감동을 담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제작된 뮤지컬로, 숄렘 알레이켐의 소설 <테비에의 딸들>(1894)을 원작으로 합니다. 유대인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리는 숄렘 알레이켐은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여럿 발표했고, <테비에의 딸들>도 그 하나입니다. 소설은 1919년 연극으로 각색되었고, 영화화는 1939년, 1968년, 1971년, 그리고 2017년, 총 네 번 이루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영화가 노만 주이슨의 영화입니다.
뮤지컬은 1964년 임페리얼 극장에서 초연됐고, 1972년까지 총 3,242회 공연되면서 당시 최장기 뮤지컬로 기록을 세웠습니다. 평단의 평가도 높아 1964년 토니 어워즈 10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최우수상을 포함해 총 9개의 상을 석권했습니다.
뮤지컬은 우크라이나의 한 작은 시골 유대인 집성촌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전개됩니다. 한 축은 어버이 세대와 자식 세대가 겪는 갈등과 사랑의 노래입니다. 다른 한 축은 제정 러시아 시대에 러시아에 의해 추방당한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입니다. 주인공은 우유배달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비에로, 그에게는 수다스러운 아내와 혼기의 세 딸이 있습니다. 주된 사건은 전통에 따라 딸의 혼처를 정하려는 테비에와 그런 전통에 반대해 자신이 직접 짝을 정하려 딸들의 갈등입니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의 모든 것을 담은 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91년, 1993년, 2021년 <지붕위의 바이올린> 표지 변천사(왼쪽부터).

부잣집에 시집을 보내려던 큰딸은 가난한 재단사와, 둘째는 혁명운동에 투신한 학생과, 셋째는 유대인을 핍박하는 러시아 군인 청년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테비에는 자신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직감하고 딸들의 선택에 손을 들어줍니다. 그러나 이들 가족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러시아로부터 유대인을 추방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테비에와 마을 사람들은 고향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됩니다. 이 장면은 첫 장면만큼 백미인 마지막 장면입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단 6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 배우 양준모와 박성훈이 테비에 역으로,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KoN이 피들러 역으로 출연할 예정입니다. 외에도 서울시뮤지컬단의 단원들이 출연하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통해 중장년층은 흑백 시절의 추억을, 젊은 세대는 고전의 감동을 만끽해 보시기 바랍니다.

_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