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점잖게 미친 수집가의 삶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
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우제길, 연하엽서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조금 그린다 싶으면 어른들은 ‘커서 화가가 되면 되겠다’고 말한다. 이 한마디는 ‘미술과 관련한 일은 곧 화가’라는 선입견이 바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미술계엔 화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이를 전시하기 위해 큐레이터와 기획자 등 다양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고 작품을 운송하고 홍보하는 사람 그리고 전시장에서 작품을 보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림은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의 벽에 걸리게 된다. 그러므로 미술을 좋아한다면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기획한 ‘세종 컬렉터 스토리’에서는 미술계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컬렉터, 즉 예술품 수집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의미를 가지는 이번 기획의 두 번째 전시의 주인공은 인영 문웅 박사다. 그는 자신의 인생 중 절반은 예술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할 만큼 예술을 사랑했고 그의 표현대로 예술에 ‘점잖게 미쳤다.’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

작가 홍성담이 문응 박사에게 보낸 옥중편지.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11월 10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2019년 재단법인 출범 20주년을 맞아 시작한 ‘세종 컬렉터 스토리’의 두 번째 전시다.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메세나 역할을 하는 컬렉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로 기획했다. 지난 전시에서 벽산 김희근 회장의 소장품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인영 문웅 박사의 폭넓은 스펙트럼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인영 문웅 박사는 서예를 배우면서 예술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보다 체계적으로 예술품을 수집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예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예술에 대한 이해도 깊다. 그만큼 수집품의 스펙트럼도 넓다. 서예와 한국화뿐 아니라 홍성담, 오윤 등 민중미술 작가의 작품, 이응노의 아방가르드적 작품과 민웨아웅(Min Wae Aung), A.R.펭크(A.R.Penck) 등 해외 작가의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와 교환한 편지, 스케치북 등 예술가의 자료도 수집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저 붉은 색깔이 변하기 전에’ 역시 작가 홍성담이 옥중에서 문웅 박사에게 보낸 편지 중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

이응노, ‘무제’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

이응노, ‘천추만세’

이 구절에는 민주화 운동으로 옥살이를 했던 홍성담이 박사에게 나팔꽃을 동봉하면서, 꽃의 붉은색이 변하기 전에 편지가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전시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는 편지와 나팔꽃이 함께 전시되어, 예술작품에서는 찾기 힘든 작가의 개인적 삶과 마음을 읽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앞서 말한 편지를 비롯하여 문웅 박사가 50여 년간 수집해온 수집품 3천여 점 중 120여 점을 전시한다. 이 중에는 가격이 높은 작품뿐 아니라 홍성담의 편지처럼 가격 여부를 떠나 소장자와 예술가에게 너무나 의미 있는 자료도 함께 볼 수 있다. 문웅 박사는 예술품 수집에서 가격과 함께 수집품의 가치 역시 중요함을 강조한다. 예술품과 함께 예술가의 다양한 자료 수집을 통해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문웅 박사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작품 수집뿐 아니라 인영미술상을 17년째 시상하고, 인사동의 인영아트센터에서는 수차례 기획전을 여는 등, 작가를 후원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예술 후원자이자 컬렉터로서의 길

이 시대에는 많은 수집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문웅 박사는 예술을 사랑하기에 예술품을 열정적으로 수집하고 더 나아가 예술가를 후원하고 있다. 그렇기에 예술가가 예술로 자신의 삶을 표현한다면, 컬렉터는 자신이 수집한 예술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문웅 컬렉션 역시 서예와 한국화부터 도자, 조각, 현대회화까지 장르와 작가의 범위가 넓다. 처음에는 그저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는 수준이었다면, 보다 체계적인 수집을 위하여 스스로 다양한 공부를 하고 분석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

민웨아웅, ‘Orange River Bank’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

펭크, ‘Auge Leider Vergriffen’

그 결과 인사동에서 시작한 수집은 바젤 아트페어와 홍콩 아트페어 등에서 해외 작가의 작품을 사오는 열정의 원동력이 됐다. ‘어찌 보면 일관성이 없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문웅 박사는 통섭의 시기에 오히려 예술은 장르와 국적의 구분이 없다는 점으로 반박한다. 마치 아이가 꽃을 보고 좋아하는 것처럼, 좋은 작품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웅 컬렉션을 다섯 섹션으로 나누었다. 먼저 소재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을 그린 작품은 ‘산과 바다에’ 섹션에서, 사회상을 그린 작품은 ‘사람과 삶’ 섹션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오지호의 <해경>, 오윤의 <12세면 숙녀예요>, 홍성담의 <야간작업>, 이응노의 <무제>, 민웨아웅의 <Orange River Bank> 등이 있다. 또한 표현적인 면에서 움직임과 멈춤을 보여주는 구본창의 <꼭두> 등의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정중동, 동중정(靜中動, 動中靜)’ 섹션과 추사 김정희의 고서화와 함께 A.R 펭크의 <Auge Standart-West> 등의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서화 미술 일체’ 섹션이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자료의 아카이빙 섹션인 ‘컬렉션 속의 컬렉션’으로 구성했다. 비록 그의 수많은 컬렉션 중의 일부지만, 예술품 수집에 대한 열정은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컬렉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술시장을 활성화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그 두 번째 전시, 컬렉터 문웅의 .

이응노, ‘소’

예술품 수집으로 작가도 나도 행복해지기

문웅 박사는 자신이 이렇듯 예술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기 때문에 스스로 행운아라 생각한다고 한다. 예술품 수집이라는 의미 있고 생산적인 취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오늘날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간단한 키트나 동영상 강의, 컬러링 북 등이 유행하고 있다. 물론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치유하고 위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그 작품과 함께 호흡하는 것 역시 좋지 않을까?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사고 예술가를 후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문웅 박사는 이 전시를 보는 사람들 역시 자신과 같은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작더라도 자신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작품을 가진다면 그 속에서 즐거움을 얻을 것이고, 그렇게 하나씩 자신의 수집품이 늘어가면서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예술작품을 수집하는 취미는 예술가들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술가를 위한 도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소장해주는 것 자체로 큰 힘이 된다. 이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번째 컬렉터 스토리를 통해 예술 수집가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는 2020년. 서울시합창단과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이 영혼으로 직조한 난관 극복기를 들려준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삶을 낭만적으로 만드는 디즈니 영화음악이 공연으로 찾아온다. 멋진 영상과 오케스트라 연주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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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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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할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_허나영(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