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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무대예술인은 나야 나

청소년 대상의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이 큰 인기다.
문화예술의 흐름을 이끄는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준비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모아봤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주춤하기는 했지만 2016년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 문센은 중·고등학생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학원보다 인기가 높아졌다. 실습장이 없는 학교는 문화센터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다. 학교가 ‘문센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린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세종문화회관 문화사업본부 예술교육팀에서 진행하는 ‘꿈나무 예술탐험대’와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인 서울시무용단에서 진행 중인 ‘서울시무용단 주니어’다. ‘꿈나무 예술탐험대’는 세종문화회관이 2008년부터 주관해 시작한 사업으로, 여름방학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던 것을 2018년부터 연중으로 확대해 펼치고 있다. 올해는 ‘예술로 놀자! 토요예술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꿈나무 예술탐험대 ‘리더십랜드’에서는 낭송을 통해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배운다.

문화에서 예절을, 문화에서 이야기를

올해 ‘꿈나무 예술탐험대’는 네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세종실록>을 읽으면서 세종대왕의 업적과 사람됨, 그리고 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리더십 랜드’와 음식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는 ‘클래식 월드’. 그리고 우리 전통악기로 장단을 치며 국악과 친해지는 ‘국악세계’, 마지막으로 공연 장르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뮤지컬 아카데미’가 있다.
먼저 ‘리더십 랜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통해 초등학생에게 리더십을 길러주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세종의 인간적인 삶에서 뽑아낸 세 가지 키워드인 ‘창조’, ‘공감’, ‘열정’을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문헌을 읽어가며 초등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알려주려는 취지다. 마지막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낭송의 시간을 가진다. 낭송은 실제 세종대왕이 학업을 배울 때 사용했던 방식으로 교육적 의미와 형식적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한 프로그램이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국악세계’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국악기를 연주한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클래식 월드’는 클래식 음악을 ‘맛있게’ 소개한다.

미래의 무대예술인을 위해

최근 이희문, 이날치 같은 스타의 등장이 증명하듯, 우리 전통 음악과 국악이 고루한 음악이 아니라 동시대인과 교감하는 ‘힙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파격적인 퍼포먼스의 바탕에는 전통이 배어 있다. ‘국악세계’는 전통적인 장르답게 전통적인 강의를 고수했다. 지휘자 박상후의 강의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 국악기를 어린이들이 직접 연주하면서 우리 장단을 배우고, 수준급 연주자들의 정악과 민속악, 그리고 창작 음악을 듣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전까지 현악기와 타악기 등 클래식 악기를 연주하면서 클래식 음악에 재미를 느껴보도록 운영되었던 ‘클래식 월드’는 올해 완전히 다른 옷을 입었다. ‘맛있는 클래식_딱 한 입만!’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 음식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다소 멀게 느껴지던 클래식을 친근하게 접하도록 기획된 일종의 ‘테마가 있는 클래식’이다. 일례로 프로그램 중에 프랑스 고급 디저트 ‘피치 멜바’의 탄생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 이 디저트는 20세기 초 프랑스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클래식 디바 ‘넬리 멜바’를 위해 만든 것이다. 그녀의 팬이었던 에스코피에는 그녀가 출연한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을 보고 영감을 받아 공연 내용에 충실하게 얼음으로 백조의 모습을 조각하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과 복숭아를 얹은 후, 솜사탕으로 덮어 안개 같은 분위기의 디저트를 완성했다. 강의에서는 이 외에도 요한 슈트라우스와 브람스, 멘델스존과 로시니, 모차르트 등 유명한 고전음악 작곡가들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클래식 음악을 ‘맛있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뮤지컬 아카데미’ 참여 어린이들은 <캣츠>의 주인공이 되어 ‘젤리클송’을 합창했다.

지난 8월 종료된 ‘뮤지컬 아카데미’는 최근 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이어져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가 높았다. 이번 ‘뮤지컬 아카데미’는 아이들에게 무대의 주인공이 돼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기초 발성에서부터 안무까지, 노래와 춤을 배우면서 기초를 다진 아이들은 고양이 분장을 하고 <캣츠>의 주인공이 되어 ‘젤리클송’을 합창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울시무용단 주니어’는 체계적인 차세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미래의 한국무용인을 기다려요

서울시무용단은 올해 ‘서울시무용단 주니어’ 프로그램을 신설해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꿈나무 예술탐험대와 다른 점이 있다. ‘꿈나무 예술탐험대’가 예술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일회성 프로그램이라면 ‘서울시무용단 주니어’는 한국무용에 재능이 있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1년간 진행되는 차세대 예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무용단 주니어’는 한국무용단체가 최초로 선보이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발레 등 서양무용 단체에서 주니어무용단을 운영한 사례는 있지만, 한국무용계에서 주니어 사업을 펼친 적은 없다. 때문에 한국무용을 배우려면 대개 사설 교육기관에 등록하거나 전문학교에 입학해야 했다. 일시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공공단체 중 최초로 서울시무용단이 이런 인재 양성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일명 ‘문센’이라 불리는 문화센터. 세종문화회관은 이런 흐름에 맞춰 크게 두 가지의 초‧중학생 대상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울시무용단 주니어’ 수강생들은 12월 중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원래는 1년 내내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8월에 개강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 50명의 무용 꿈나무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정혜진 단장을 비롯한 서울시무용단 단원들과 외부 강사들로 구성된 강사진에게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12월 중에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울시무용단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단체의 기획 작품에 출연할 아역 무용수를 발굴하는 한편, 올해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어 앞으로 꾸준히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무용단이 궁극적으로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이나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 서울시청소년국악단처럼 번듯한 주니어 무용단으로 탄생하기를 희망한다.

_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