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쇼! 끝은 없는 거야!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는 뮤지컬계를 일으키려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모여 〈SHOW MUST GO ON!〉을 준비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모범국가다. 현재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등 전 세계 주요 공연장이 셧다운(shutdown) 된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한국만 극장 문을 열었다. 그렇게 공연된 작품 중 하나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자신의 작품이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공연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공연계도 코로나19 사태를 완벽히 극복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한 1월 이후 개막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었으며, 티켓 매출도 매달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극심했던 4월엔 대학로 민간 소극장 140개소 중 80%가 공연을 중단하기도 했다. 5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서며 다시 문을 여는 공연장이 늘어나긴 했으나, 위축된 소비 심리와 좌석간 거리두기로 티켓 판매율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는 뮤지컬계를 일으키려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모여 〈SHOW MUST GO ON!〉을 준비했다.

8월 10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진행된 <쇼 머스트 고 온!> 기자간담회.

이런 상황에 대해 EMK뮤지컬컴퍼니 엄홍현 대표는 “1월 이후 대극장 공연에 투자해왔던 뮤지컬 투자사들이 사라졌다. 투자사의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현재 모든 뮤지컬 제작사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작사의 피해는 개인에게 돌아간다. 대다수의 배우는 올해 상반기 공연이 취소돼 무대에 서지 못했다. 연출가와 스태프는 물론이고 무대, 조명, 음향 관련 하드웨어 업체들도 타격을 입었다. 정부와 공공기관, 제작사에서 다양한 타개책을 내놓긴 했지만, 상반기 수입이 0원에 가까운 이들도 상당수다. 2020 그레이트 뮤지컬 갈라 <SHOW MUST GO ON! 쇼 머스트 고 온>은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프로듀서들이 의기투합해 준비한 콘서트다.

‘뮤벤져스’가 모였다

뮤지컬 갈라 <SHOW MUST GO ON!>은 뮤지컬 배우와 스태프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자선모금 행사다.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은 “지난해부터 <더 뮤지컬> 창간 2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뮤지컬사를 관통하는 뮤지컬 콘서트를 기획하던 중”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어려워진 뮤지컬계를 돕기 위해 뮤지컬 기획사들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 이번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는 뮤지컬계를 일으키려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모여 〈SHOW MUST GO ON!〉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는 뮤지컬계를 일으키려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모여 〈SHOW MUST GO ON!〉을 준비했다.

8명 프로듀서를 대표해 총예술감독을 맡은 박명성 대표는 새로운 형식의 갈라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PMC프로덕션 대표 송승환, 신시컴퍼니 대표 박명성, 클립서비스 대표 설도권, 오디컴퍼니 대표 신춘수,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우재,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엄홍현, CJ ENM 공연사업본부장 예주열, 에이콤 대표 윤홍선 등 국내 대표적 뮤지컬 프로듀서 8명이 모였다. 박명서 대표는 “뮤지컬 프로듀서들이 이렇게 다 모인 건, 2006년 한국뮤지컬협회 창립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공연은 각사가 개별적 차원에서 지원했던 사업을 보다 큰 단위인 업계 전체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사적인 뮤지컬 갈라쇼

8월 29일부터 30일까지 3회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는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할 예정이다. 강홍석, 김선영, 김소향, 김소현, 김수하, 김우형, 김준수, 김호영, 남경주, 리사, 마이클리, 민경아, 민영기, 민우혁, 박강현, 박은태, 박지연, 박혜나, 손준호, 신영숙, 아이비, 양준모, 옥주현, 윤공주, 윤영석, 윤형렬, 이건명, 장은아, 전나영, 전동석, 정선아, 정성화, 조정은, 차지연, 최정원, 최재림, 홍지민(8.10(월) 현재 총 37명, 가나다순) 등이다. 외에 국내 정상급 음악감독인 김문정과 음향감독 김기영도 참여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는 뮤지컬계를 일으키려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모여 〈SHOW MUST GO ON!〉을 준비했다.

세종문화회관 김성규 사장은 “어려운 뮤지컬계를 돕는 좋은 취지의 갈라 콘서트에 참여해 기쁘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이번 뮤지컬 갈라 <SHOW MUST GO ON!>은 스타 배우가 출연해 자신의 대표작 넘버를 부르는 단순한 갈라 콘서트가 아니다. 총예술감독을 맡은 박명성 대표는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있는, 기존의 갈라와 형식이 전혀 다른 콘서트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서사적인 공연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1막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약속된 쇼를 위해 땀 흘리는 뮤지컬인들의 열정을 담았고, 2막에는 온 국민이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자는 의미로 국민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담으며,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또한 기존의 뮤지컬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다채로운 특수효과와 퍼포먼스 등이 더해져 풍성한 볼거리도 준비했다. 이제까지 볼 수 없던 서사가 있는 뮤지컬 갈라쇼다.

코로나19 사태로 휘청이는 뮤지컬계를 일으키려 프로듀서와 배우들이 모여 〈SHOW MUST GO ON!〉을 준비했다.

이번 공연에서 모인 기부금, 티켓 판매수익과 후원금은 500명의 뮤지컬인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뮤지컬계를 위해

총 5억 원 마련을 목표로 하는 이번 공연을 위해 먼저 프로듀서들과 선배 배우들이 쌈짓돈을 내놓았다. 또한 30일에는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중계될 예정으로, 온라인 관객들의 자발적 후원도 받을 계획이다. 이들 기부금과 티켓 판매수익, 그리고 관객 후원금을 통해 5억 원을 조성해 500명의 뮤지컬인에게 100만 원씩 지급하는 게 목표다.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을 위해 기금운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뮤지컬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뮤지컬인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한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제작환경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_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