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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다 히트, ‘힘내라 콘서트’

세종문화회관의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힘내라 콘서트’가 인기다.
소문을 들은 방송계에서도 ‘힘내라 콘서트’를 찾았다.

                     사진|채널A ‘관찰카메라24시’ 

힘든 순간,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플라스틱 때문에 환경오염이 심각해지자 종이 빨대와 텀블러를 사용하듯,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방법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생각지도 못한 ‘드라이브 스루’로 회나 야채를 팔 듯, 극장이 잠시 문을 닫는다면 집에서 ‘슬기로운 문화생활’을 즐기면 된다. 세종문화회관이 극장을 찾을 수 없는 시민과 공연 애호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힘내라 콘서트’가 많은 접속자 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 흥행을 방송계도 놓치지 않았다. 4월 17일, 채널A의 프로그램 ‘관찰카메라24’는 ‘힘내라 콘서트’ 생중계 현장을 취재해 소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만든 다양한 삶의 모습

우선 ‘관찰카메라24’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개했다. 손님들이 횟집을 찾지 않자 상인들은 길거리로 나와 회를 판다. 캠핑족들은 사람이 아예 없는 곳을 찾아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노지 캠핑을 즐긴다. 대구에서는 ‘블랑누아’라는 피아노 앙상블팀이 ‘찾아가는 트럭 피아노 콘서트’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는 고향 대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모기 방역차’를 떠올린 이들은 트럭을 타고 피아노 연주를 하며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대구 시민을 찾아갔다. 반응은 뜨거웠다. 흰 연기가 골목으로 스며들 듯 피아노 소리가 집마다 울려 퍼지며 시민들을 희망으로 전염시켰다.

사진|채널A ‘관찰카메라24’

온라인 중계를 준비하는 공연장 객석에는 관객 대신 카메라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온라인 공연 생중계’가 문화예술계의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 ‘관찰카메라24’가 ‘온라인 공연 생중계의 대표 사례’로 주목한 것은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톡톡-로시니>였다. 한 오페라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토크쇼 형식으로 소개하는 <오페라 톡톡>은 세종문화회관이 자랑하는 인기 공연 중 하나다. 이날의 <오페라 톡톡-로시니>에서는 <세비야의 이발사> 토크콘서트 현장이 중계됐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 작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다. 사랑에 빠진 알마비바 백작이 우여곡절 끝에 연인 로지나와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다.

관객 수가 33배 더, <오페라 톡톡-로시니>

온라인 공연 진행 현장은 색다르다. 텅 빈 객석 한가운데에는 관객 대신 중계 카메라가 자리한다. 이날 공연에서 해설을 맡은 서울시오페라단 이경재 단장은 “늘 관객들이 직접 찾아주셨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으로 오실 수 없으니, 이번엔 저희가 직접 관객을 찾아가겠다”고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배우들의 반응도 새로웠다. 로지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예은은 “무관중 공연은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생중계가 주는 신선한 느낌도 있다”며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사진|채널A ‘관찰카메라24’

관객과 눈을 맞추지는 못하지만 배우들은 마음을 담아 열연을 펼쳤다.

오후 7시 30분,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카메라만 자리한 관중석을 앞에 두고도 배우들은 열연을 펼쳤다. 출연자의 몸짓과 눈빛을 담은 카메라는 온라인 관객에게 현장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다. 관객들은 채팅창을 통해 공연의 재미와 감동을 실시간으로 표현했다. 공연을 ‘랜선으로’ 지켜보는 관객 중에는 배우의 가족도 있다. 알마비바 역의 테너 정제윤은 아버지에게 공연 생중계를 관람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고, 관람 방법을 설명했다. ‘아버지는 항상 아들의 연주를 보고 싶어 하시면서도 못 오실 때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공연을 편하게 볼 수 있으실 것 같아 기쁘다’며 테너 정제윤은 활짝 웃었다. 

이렇듯 온라인 생중계 공연에서 배우와 관객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랜선으로 이어진 마음만은 가깝고 친밀하다. 이는 배우 못지않게 바쁜 공연 관계자들 덕분이기도 하다. 이들은 공연 중에도 쉬지 않고 관객의 댓글에 바로바로 답변을 달며 소통했다. 배우들과 모든 공연 관계자들은 오늘만큼은 오프라인 관객이 아닌 온라인 관객에게 인사했다. <오페라 톡톡-로시니>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접속자 수, 즉 관객 수는 1만5천 명. 세종체임버홀 좌석 443석의 33배가 넘는 숫자다.

 사진|채널A ‘관찰카메라24’

공연 관계자들은 공연 중계를 지켜보며 관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랜선으로 이어지는 감동과 갈채

이날 방영된 <오페라 톡톡-로시니>는 네이버 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5월 31일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세종문화회관 온라인 공연 생중계 시리즈 ‘힘내라 콘서트’를 통해 앞으로도 세종문화회관의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행복한 일상이 더욱 그리워지는 지금, 세종문화회관이 준비한 다양한 온라인 공연을 감상하며 새로운 랜선 문화생활을 즐겨보면 어떨까?

글_신은정(<문화공간175>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