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따스한 휴식 같은 클래식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마련한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윈터클래식’이 12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한다. 독서의 즐거움과 배움의 기쁨은 끝이 없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특히 은은한 배경음악은 독서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그래서 책과 음악은 평생 친구다. 그러나 때로는 눈이 피로하고 마음도 복잡해서 ‘누가 책 좀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전진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어떤 음악회는 이렇게 휴식 같은 역할을 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지는 ‘윈터클래식’이 바로 그런 공연이다.

2019 윈터클래식의 세 가지 매력 포인트는?

올해 윈터클래식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는 지휘자 임헌정이다. 부천필과 코리안심포니 음악감독을 역임한 임헌정은 부천필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말러 전곡 연주회를 시작하며 말러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은 데카 레이블을 달고 발매되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즐겨 듣지만 연주하기가 녹록지 않은 레퍼토리인 BMW(브루크너, 말러, 바그너의 이니셜)란 세 영봉 중 두 개를 용감하게 정복한 지휘자다. 임헌정의 경륜과 풍부한 경험이 이번 음악회에 잘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휘자 임헌정은 2019 윈터클래식에서도 깊은 내공과 오랜 경륜을 보여줄 것이다.

둘째,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다. ‘유스(Youth, 청년,청소년)’이란 말이 붙어서 일반 성인들의 오케스트라들보다 한 수 아래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1984년 ’서울시립소년소녀교향악단‘이란 이름으로 창단, 1994년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120명 4관 편성 오케스트라로 기틀을 다진 뒤 2007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음악을 전공하는 20대 연주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이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몇 번 봤지만 앙상블도 잘 맞고 밸런스가 좋아 웬만한 성인 오케스트라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외국에도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나 융에도이치필하모닉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존재한다. 이번 기회에 직접 보고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실력을 확인해보자.
매력 포인트 그 세 번째는 해설자 정경영 교수다. 그의 해설을 한화클래식 등 굵직한 음악회에서 몇 번 접했다. 음악학자인 그는 어려운 개념도 쉬운 설명으로 풀어내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뛰어난 전달력을 가진 좋은 목소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친절한 설명이지만 결코 겉핥기에 그치지 않는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웬만한 성인 오케스트라보다 뛰어난 앙상블을 들려준다.

핀란디아와 페르귄트 모음곡, 그리고 뮤지컬 명곡들

12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객석에 앉아 임헌정이 지휘하는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처음 듣게 될 작품은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다. 1899년 2월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는 핀란드 공국의 자치권을 제한하는 ‘2월 선언’을 발표한다. 이는 핀란드 문화예술인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음악으로 항의 의사를 표시하고 싶었던 시벨리우스도 압제에 저항할 자유 언론을 만들기 위한 기금 마련 행사에서 ‘핀란드여 일어나라(Suomi heraa)’를 발표했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스웨덴에 이어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며 독립된 국가를 갖지 못한 핀란드 사람들의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이 ‘핀란드여 일어나라’가 현재 ‘핀란디아’의 초기 버전이었다. 음울한 서주로 시작된 곡이 여러 부분을 거치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특징적인 리듬이 첨가되며 발전하다가 승리를 선언하듯 힘찬 기상으로 끝맺는 ‘핀란디아’로 나라의 소중함과 독립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두 번째 곡은 시벨리우스와 마찬가지로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 출신 에드바르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이다. 입센의 극음악에 붙인 음악을 작곡가 자신이 모음곡으로 만들었다. ‘일출’과 ‘오제의 죽음’ ‘아니트라의 춤’ ‘산속 마왕의 궁전에서’ 등 곡마다 회화적인 특징을 가지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정경영 교수의 해설은 2019 윈터클래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묵직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명곡을 선보인 뒤에는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뮤지컬 넘버가 이어진다. 명콤비인 리처드 로저스 작곡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작사의 마지막 작품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에델바이스’,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s)’, ‘도레미송’, 타이틀 곡인 ‘사운드오브뮤직’ 등은 지금도 빛을 잃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에서 청초했던 마리아역 줄리 앤드류스의 모습을 상상하며 들어도 좋을 것이다.

‘윈터클래식’과 함께 따스하게 마무리하는 2019년

다음 곡인 리스트 ‘사랑의 꿈’도 감미로운 멜로디로 익숙한 곡이다. 리스트가 작곡한 세 곡의 가곡 ‘고귀한 사랑’ ‘가장 행복한 죽음’,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작곡가 자신이 피아노 소품의 장르인 녹턴으로 편곡했다. 1850년 이들을 ‘세 곡의 녹턴’이란 타이틀로 출판했는데 이들 중 세 번째 곡이 ‘사랑의 꿈’이라는 부제로 널리 알려졌다.
마지막 연주곡은 말러 교향곡 3번 중 6악장이다. ‘느리게, 고요하게, 감동적으로’라는 지시답게 느리다. 19세기 교향곡 가운데 마지막 악장을 이렇게 느리게 한 경우를 찾기 힘들다. 천상의 사랑에 대한 찬양이다. 늘 염세와 죽음을 작품에 버무렸던 작곡가 말러가 쓴 가장 낙관적인 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당대의 평론가는 이 악장을 두고 ‘베토벤 이래 가장 아름다운 느린 악장’이라고 했으니 베토벤 250주년인 내년 2020년을 떠올리면서 들어도 좋을 것이다. 소중한 이와 연말을 함께하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마지막 곡이다. 말러 열풍의 선구자 임헌정의 지휘라 믿음이 간다.

‘윈터클래식’은 따스한 휴식 같은 음악으로 2019년을 차분히 마무리하게 해줄 것이다.

밖에는 찬바람이 불지만 ‘윈터클래식’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따스한 음악이 흐른다. 음악은 우리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렇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바람 부는 12월의 초엽에는 세종문화회관에 가자. ‘윈터클래식’을 찾아 차분히 한 해를 정리하며 해설과 음악에 몸을 맡겨보자.

<윈터클래식>
일정 :  2019.12.07 (토) ~ 2019.12.07 (토)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5시 (공연시간 : 120 분 / 인터미션 : 15 분)
연령 :  만 7세 이상 관람가
티켓 R석 30,000원 / S석 20,000원 / A석 10,000원
할인 :  세종유료회원 40%~35%할인

_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