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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노래 인생 42년. ‘낭만 가객’ 최백호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10월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선다.

Q. 이번 공연 <어텀브리즈>는 최백호의 첫 번째 세종문화회관 단독 공연이다. 오케스트라까지 함께 해 더욱 특별한 감흥이 있을 것 같다.

최백호_대중가수로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고 영광이다. 올해 발표한 앨범 <7>로 최근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고 있지만, 이번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위해서는 남다른 준비를 많이 했다. 케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다. 그 동안의 대표곡들도 이번 공연을 위해 다시 편곡했고, 평소 좋아하는 팝송과 대중들이 좋아하는 우리 가요도 함께 부를 예정이다.

Q. 이번 공연의 주제는 무엇인가? 케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하모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최백호_클래식 연주와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 음향이나 무대 배치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도 우리 밴드 친구들과 오케스트라가 계속 서로 상의하면서 한창 연습 중이다. 이번 공연 제목이 ‘어텀브리즈’ 즉 가을의 산들바람인데, 특별한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늘 하던 대로 최백호만의 개성을 들려줄 생각이다. 올해 딱 70세가 되었다. 칠순을 맞아 오케스트라와 협연를 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행복하지만, 긴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늘 하던 대로 노래할 생각이다. 나는 내 노래만 잘하면 된다(웃음).

Q. 42년 음악 활동 동안 수많은 자작곡을 히트시켰고 인기도 여전하다. 최근에도 아이유나 스웨덴 세탁소 같은 젊은 음악인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라틴 재즈, 보사노바, 누에보 탱고 등 전세계 음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장르와 세대를 넘나들고 있다.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

최백호_젊어서부터 큰 욕심은 없었다. 가수로서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두겠다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도 이토록 오래 활동하고 사랑 받을 수 있었다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부터 늘 3등 정도만 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웃음). 1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경쟁을 해야 하니 피곤할 텐데, 그런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삶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내가 하는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런 시각으로 살았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이 없었고, 내 것이 아니라면 탐내지 않았다. 그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 녹음하는 과정을 즐겼다. 이제 와 생각하면 그게 나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Q. 욕심이 없었다지만, 그간의 음악적 모험이나 화가로서의 활동을 보면 최백호는 ‘낭만의 아이콘’이 아닌 ‘도전의 아이콘’ 같다. 그만큼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최백호_욕심은 없지만 또 가만히 머물러 있지는 못한다(웃음). 끊임없이 움직이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성격이다. 그 모든 것을 욕심으로 움직였다면 아마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정말 즐기며 그 일들을 해왔다. 나의 또 다른 원동력은 ‘진정성’ 이다. 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었으니 정말 진지하게 임했고 또 열심히 해왔다. 많은 일을 바쁘게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나의 내면은 편안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바라보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 역시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는데 가정 환경 때문에 포기했다. 이제 나이가 들었지만 다시 해보고 싶은 거다. 그때그때의 리듬과 템포에 나를 맡기고, 현재에 충실하고 차분하게 걸어가는 것이 나의 삶이다.

Q.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가수로서, 한 남자로서 최백호의 전성기는 지금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그 이야기가 지금도 유효한가?

최백호_그렇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단독 공연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경험해본 적 없던 굉장한 일이고, 새로운 도전이자 성취다. 이런 기회가 계속 온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가. 내게는 굉장히 게으른 면도 있어서 하기 싫은 일은 아예 시작하지도 않는다. 즐기며 열심히 하다 보면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멋진 기회와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산다.

Q. 많은 가수들이 세월과 함께 성대 결절이나 질병으로 인해 활동을 멈추기도 한다. 자기 관리의 비법이 있다면?

최백호_술과 담배를 끊었고, 30년 가까이 체질식을 하며 몸 관리를 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연습 방법이다. 공연을 앞두고 노래 연습을 할 때 소리를 내지 않고 멜로디나 리듬, 감정선 등만 체크한다. 많은 가수들이 연습 단계에서 공연하듯 크게 소리를 내는데 그렇게 하면 목이 금방 망가진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듯 낮은 톤의 목소리로 연습을 하고, 공연 2~3일 정도 전부터 비로소 소리를 낸다.

Q. 음악을 독학으로 배웠다. 방금 이야기한 연습 방법도 최백호 만의 독특한 이론인가?

최백호_그렇다. 나는 작사, 작곡, 노래 등 모든 것을 직접 익혔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실용음악과 가지 말라고 그런다. 거기 가면 자기 색깔이 없어진다. 사람마다 호흡법이 다른데, 교수들에게 트레이닝을 받으면 다 똑같아진다. 조용필과 송창식, 양희은, 김민기, 한대수 등 옛날 가수들은 전부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과 창법이 있었다. 요즘 가수들은 대체로 노래를 잘 부르지만 자신만의 무엇이 없다. 그래서 나는 후학 양성은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려 하지 말고, 먼저 스스로 익혀보라고 말한다.

Q. 조용필에게는 가왕, 이미자에게는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최백호 하면 ‘낭만 가객’쯤 될까? 훗날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

최백호_거창한 별명은 없어도 좋다. 아까 말했듯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3등이다. 굳이 어떤 이름으로불린다면 ‘좋은 어른이었다’ 정도로 기억됐으면 한다. 지금처럼 정직하게,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산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Q. 최백호의 공연은 좀처럼 극장이나 공연장을 찾지 않는 4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들까지 움직인다. 이번 공연도 예매 오픈 첫날 vip 좌석이 매진되었다. <어텀 브리즈> 공연을 찾는 오랜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최백호_공연을 찾는 관객들 중에는 내 노래를 오랫동안, 잘 아셨던 분들이 많다. 그러니 항상 부르던 그대로 노래하겠다. 그 동안 좋아해 주셨던 나의 노래로부터 변함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오케스트라가 합류했으니 무대도 소리도 전보다 웅장할 텐데, 큰 변화가 있다기보다 그저 울림과 감동이 더욱 진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럴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항상 감사 드린다.

2019 세종뮤직나잇 ‘최백호의 어텀 브리즈’
일정 :  2019.10.18(금)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오후 3시, 오후 7시 30분(공연시간 : 120분 / 인터미션 없음)
연령 :  만 7세 이상
티켓 VIP석 110,000원, R석 90,000원

_「문화공간175」 편집부 사진_김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