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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콘서트,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

6월 1일과 2일, 세종대극장에서 공연되는 필름 콘서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영화음악에 대한 경험을 새롭게 정의한다.

몇 년 전, 명동예술극장에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본 적이 있다. 춤을 통해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빌리의 열정이 탄광촌의 무채색을 뚫고 나왔고, 백조가 되어 날아오르는 영화의 엔딩은 ‘공연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더욱 빛났다. 그러나 카타르시스는 그다음이었다. 조용히 올라간 스크린 뒤로 발레리노 김용걸이 서있었다. 영화가 쌓아 올린 정서 뒤로 이어진 그의 솔로 퍼포먼스는 김용걸이자 빌리였고, 모든 발레리노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 환상적이었다. 라이브가 갖는 힘은 이토록 위대하다.

무성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필름 콘서트

최근 소개되고 있는 ‘필름 콘서트’의 매력도 이런 실제 상황에 기인한다. 사실 필름 콘서트의 원형은 1900년대 초 활발히 제작되었던 무성영화로부터 찾을 수 있다. 무성영화의 형식을 21세기에 재현한 영화 <아티스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당시의 영화는 소리가 없는 영상에 자막과 오케스트라의 실시간 연주가 결합된 형태였다. 유성영화의 발전과 함께 사라졌던 공연 형태의 영화 상영은 1980년대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칼 데이비스에 의해 부활한다. 그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씨티 라이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선보인 후 <나폴레옹>, <벤허>로 그 작업을 이어갔다. 마침내 그는 2003년 찰리 채플린 페스티벌에서 자신이 편곡한 8편의 영화음악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새로운 ‘필름 콘서트’의 시대를 열었다.

지휘자 칼 데이비스가 재해석한 <씨티 라이프> 공연은 필름 콘서트 붐의 신호탄이었다

할리우드 무성영화의 전성기 시절, 한국에는 자막 대신 변사가 있었다. 이들은 등장인물의 감정을 연기하는 배우이자 상황을 설명하는 해설자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조선시대 후기 책 읽어주던 전기수나 판소리의 소리꾼이 변사라는 형태로 변화한 셈이다. 무성영화가 사라진 후 국내에서도 칼 데이비스의 재해석과 같은 시도가 있었다. 1934년에 발표된 <청춘의 십자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필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영화는 2007년 디지털 복원에 성공했고, 이후 <만추>의 김태용 감독과 변사, 뮤지컬배우, 악단에 의해 당시의 상영 방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재탄생됐다. 이들은 유랑극단처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것은 물론, 몇 차례의 해외 공연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현재 공연되는 필름 콘서트는 크게 3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찰리 채플린이나 히사이시 조 같은 특정 인물 혹은 디즈니나 지브리 등 특정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삼는 갈라 콘서트 형식, <청춘의 십자로>처럼 무성영화를 재해석한 버전, 한 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을 모두 재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최근의 필름 콘서트들은 대체로 마지막 형태를 선호한다. 갈라 콘서트가 음악에, 무성영화의 재해석이 관객의 경험에 방점을 찍는다면, 재현하는 방식의 공연은 ‘콘서트’보다 ‘필름’에 집중하는 셈이다. 당연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리스트에 오르고, 영화의 팬들은 마치 음악 영화의 ‘싱어롱 버전’을 즐기듯 해당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뽐내며 공연장을 찾는다.

콘서트의 스펙터클, 영화와 결합하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필름 콘서트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작곡가는 존 윌리엄스다. <스타워즈>를 비롯해, <죠스>와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공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고,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메인 테마는 그의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지난해 긴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 필하모닉이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필름 콘서트를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았다. 엄숙함을 대변하는 콘서트홀에서 영화사 20세기 폭스의 시그널과 <스타워즈>의 오프닝 곡이 흐르자 드넓은 공간은 웃음과 환호로 가득 찼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 존 윌리엄스의 영화 음악은 필름 콘서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들이다 ⒸCreative Commonc

게다가 공연장이라는 공간은 영화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체험을 극대화한다. 적게는 30인조, 많게는 70인조까지 편성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상상보다 더 크고 웅장해 물리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2016년에 초연되어 현재도 꾸준히 공연되는 <아마데우스 라이브>는 교향곡부터 협주곡, 오페라, 레퀴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차르트의 음악을 선보인다. 100여 명에 달하는 연주자와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올라 기존의 필름 콘서트가 보여준 그 이상의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이다.

영화음악의 존재감을 드러내다

음악 영화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영화 음악은 서사와 인물의 감정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한 필름 콘서트는 관객이 영상 너머의 음악에 더욱 몰입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영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2017년에는 다양한 소리와 효과로 관객의 감정을 좌우하는 공포 영화의 매력을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필름 콘서트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속 영상과 지휘자가 없는 필름 콘서트도 있다. 존 윌리엄스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스 짐머의 공연이 그렇다. 그는 관객이 음악으로부터 자연스레 <캐리비안의 해적>과 <인셉션>의 한 장면을 상상하기를 바라며, 스코어 자체의 힘을 증명하고자 한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필름 콘서트에서는 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모험이 유려한 선율과 함께 펼쳐진다ⒸWarner Bros

오는 6월 1·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필름 콘서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영화 속 스코어가 영화 전편 상영과 함께 연주된다. 이제 막 마법 세계에 입문한 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우정은 존 윌리엄스의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듯한 아련하고 몽환적인 멜로디로부터 시작된다. 해리 포터 필름 콘서트 시리즈는 2016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초연되어 전 세계 48개국에서 1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필름 콘서트의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2014년에 창단해 <미녀와 야수>,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 등 다수의 필름 콘서트 경험이 있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음악을 연주할 예정이다.

필름 콘서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일정 :  2019.06.01 (토) ~ 2019.06.02 (일)
장소 :  세종대극장
시간 : 토요일 오후2시, 오후7시 / 일요일 오후2시, 오후6시 (공연시간 : 180 분 / 인터미션 : 20 분)
연령 :  만 7세 이상

티켓 :  VIP 120,000원 / R 100,000원 / S 70,000원 / A 50,000원 / B 30,000원

글 | 장경진(공연 칼럼니스트)